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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치동 맘' 파워에 밀려… 강남 메르스 휴업 사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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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치동 맘' 파워에 밀려… 강남 메르스 휴업 사태

입력
2015.06.04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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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병 병원 의사 90%가 강남 거주"

커뮤니티 중심 근거 없는 소문 확산

대치초 학운위 긴급 소집 휴업 압력

인근 6개 학교 학부모들도 발칵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확산 우려로 서울의 7개 초·중등학교가 휴업 결정을 내린 가운데 3일 강남 지역의 한 초등학교에 설치된 임시휴업 안내판을 학생들이 읽고 있다. 뉴시스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확산 우려로 서울의 7개 초·중등학교가 휴업 결정을 내린 가운데 3일 강남 지역의 한 초등학교에 설치된 임시휴업 안내판을 학생들이 읽고 있다. 뉴시스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여파 속에 서울 대치초를 포함한 강남의 6개 초등학교가 3일 서울에서 처음으로 휴업을 결정했다. 대치동 학원가도 사실상 전면 휴업 상태에 빠졌다. 이런 휴업 결정을 두고 서울 강남, 특히 ‘대치동 현상’이 작용한 결과라는 지적이다. 다른 지역이었다면 이런 결과가 빚어지지 않았을 거란 얘기다.

논란은 대치동에 메르스 환자가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시작됐다. 자택격리 중 골프를 쳐 ‘50대 골프녀’로 알려진 이 여성은 단순 공간 접촉자로 1차 검사에서 음성 판정을 받았다. 그는 학부모나 교사도 아니었고 학생과의 접촉여부도 확인되지 않았다. 하지만 대치동 사람들의 우려는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여기에 우리 사회에서 대치동이 갖는 고유한 특성이 작동했다. ‘대치동 맘’ 특유의 유별난 자녀 사랑과 이들의 활성화된 커뮤니티, 그리고 고급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학부모 층이 많다는 3가지 요인이 맞물린 것이다. 더구나 이 지역 학부모 중에는 유독 의사들이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먼저 대치초가 움직였다. 대치초 학부모들은 이날 오전 학교운영위원회를 긴급 소집하고 학교 측에 휴업을 요구했고, 학교는 감염 예방 차원에서 휴업을 결정했다. 학교 관계자는 본보 통화에서 “확진 환자나 의심 환자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학부모들의 우려가 커 4,5일 이틀간 휴교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서울에서는 처음 나온 휴업 결정은 대치동 학부모들의 작품이었던 셈이다. 학교 측은 학부모들에게 휴업 안내문에는 “본교 학생과 관련된 환자는 아무도 없다”고 적었다.

대치초 휴업 사실이 알려지자 대곡초와 대현초 등 인근 6개 학교의 학부모들이 술렁거렸고, 학교 측은 학부모 휴업 요구를 수용해야 했다. 한 학교 관계자는 “어제 학부모들에 연락해 아이들에게 마스크와 휴대용 세정제를 준비시켰고, 오늘 아침 학생들 체온도 다 쟀는데 학부모들의 강력히 휴업을 요구해왔다”고 전했다.

물론 메르스 공포에 따른 휴업 조치는 강남뿐이 아니다. 충북에서는 교사가 메르스 감염이 의심돼 초등학교 17곳과 유치원 9곳 이 휴업을 결정했다. 대전 지역에서도 자가 격리중인 학부모가 있는 학교와 인근 학교들이 휴업에 돌입했다. 하지만 충북 교사는 지난달 23일 병문안을 한 부친이 메르스 확진 환자이고, 대전 지역은 휴업한 학교의 학부모나 학생이 격리 중이라는 점에서 대치동과는 상황이 다르다. 결국 우리 사회에서 대치동이 갖는 특성이 이번 메르스 사태에서 또 다시 입증된 것이다.

대치동의 한 학부모는 “대치맘들 사이에 메르스가 발병한 병원에서 환자를 진료한 의사들의 90%가 강남 거주자라는 소문이 돌았다”며 “이 때문에 대치초가 휴교에 돌입한다는 말이 나오자 (다른 학교의)대치맘들이 발칵 뒤집혀 휴업을 요구한 것”이라고 말했다. 강남구 개포동의 한 학부모는 “다수 엄마들이 카카오톡 단체 채팅방에서 실시간으로 정보를 공유하고 있다”며 “다른 학교가 학부모의 전화로 휴업을 결정했다는데, 우리도 그렇게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말들이 쏟아졌다”고 말했다. 대치동의 한 초등학교 교장은 “이 지역에 의료 종사자들이 많은데, 주변에서 듣는 말들이 많아 학부모들의 걱정이 남다르다”며 “잇단 근거 없는 소문에 학부모들이 지나치게 불안해하고 있지만 학교 입장에서는 묵살하기도 어려워 휴업을 결정할 수밖에 없었다”고 토로했다.

정지용기자 cdragon25@hankookilbo.com

양진하기자 realh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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