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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스 예방 모범국'이 '메르스 민폐국'으로…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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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스 예방 모범국'이 '메르스 민폐국'으로… 왜?

입력
2015.06.03 1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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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국 초기 경시ㆍ리더십 부재 영향

닮은꼴 전염병 불구 속수무책

총리 중심 컨트롤 타워 가동 등

2003년 사스 사태 때와 대조적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이 확산될 조짐을 보이면서 ‘메르스 민폐국’이라는 오명을 들을 정도로 우리 정부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2003년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사스)의 확산 방지에 기민하게 대응해 세계보건기구(WHO)로부터 ‘사스 예방 모범국’이란 평가를 받았던 것과는 사뭇 대조적이다.

메르스는 2000년 이후 사회ㆍ경제적 충격이 가장 심각했던 전염병인 사스와 많이 닮았다. 메르스는 2003년 중국에서 시작돼 홍콩, 베트남, 싱가포르 등 많은 아시아 국가에서 발병했던 사스처럼 변종 코로나 바이러스에 의해 발생했기 때문이다. 이들 두 전염병은 ‘사촌’간이라 할 수 있다.

또한 이들 전염병은 초기 증상이 발열, 기침, 오한 등의 감기 증상을 보이다가 폐렴ㆍ호흡부전증후군으로 사망할 수 있다는 점, 예방 백신과 치료제가 없고 동물에서 사람으로 옮겨지는 감염병이라는 점이 같다. 다만, 치사율은 메르스가 39%, 사스는 9.6%로 메르스가 4.1배 정도 높고, 초기 증상이 나타나 사망하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메르스가 11.5일, 사스가 23.7일로 메르스가 절반 가량 짧다.

이들 두 질환이 닮은 꼴 전염병인데도 불구하고 불과 12년 만에 우리 정부가 메르스에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는 까닭은 뭘까. 전문가들은 “보건당국이 2012년 4월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지역을 중심으로 발생해 40%의 치사율을 보인 메르스를 우습게 보고 초기 대응에 실패한 것이 각종 괴담이 난무할 정도로 사태를 키운 가장 큰 원인”이라고 진단했다. 시중에 나도는 “한국인이 유독 메르스에 취약하다”는 말은 아직은 근거 없는 얘기인 셈이다.

사실 2003년 사스 사태 때에는 사스의 국내 유입을 막기 위해 고건 당시 총리를 중심으로 ‘사스 컨트롤 타워’부터 만들어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하지만 이번 메르스 사태에서는 리더십 부재로 갈팡질팡하다 초기 대응에 실패한 측면도 상황 악화를 불렀다.

그렇지만 아직까지 정부가 기회를 완전히 놓친 것은 아니라는 지적이다. 홍지영 건양대 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는 “(병원 밖)지역사회 전파 차단을 1차 목표로 해야 하지만 무엇보다 다른 의료기관에 퍼지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홍 교수는 "호흡기 환자들을 전수 조사하겠다는 방역대책은 다른 의료기관으로 퍼지지 않도록 방어하는 보건당국의 마지막 노력이 될 것"이라고 했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안이한 초기 대응에도 불구하고 메르스 사태가 대유행(팬더믹)으로 비화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오명돈 서울대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사스 당시의 대유행 공식에 비춰볼 때 메르스는 발생 2주가 지난 시점에서 이 같은 확산이 없어, 우려되는 지역사회 대유행 단계로 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dkw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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