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노의 시인' 윤홍천

첼리스트 요하네스 모저

요하네스 모저(왼쪽)와 첫 듀오 콘서트를 여는 윤홍천은 “개인적으로 힘든 시기에 배운 브람스 협주곡은 (음악가로서) 긴 고독을 마음을 열어 품어 안으라는 지혜를 가르쳐 준 곡”이라고 말했다. 이명현 인턴기자(숙명여대 미디어학부 4년)

‘피아노의 시인’으로 부리는 차세대 연주자 윤홍천(33)이 독일 출신의 첼리스트 요하네스 모저(36)와 듀오 콘서트에 나선다. 영국 클래식음악 전문지 그라모폰이 ‘눈부신 기교의 젊은 비르투오소(대가) 연주자 중에서도 단연 돋보이는 첼리스트’라 극찬한 요하네스 모저는 이번이 첫 내한이다. 3일 용인포은아트홀을 시작으로 4일 대구시민회관, 5일 서울 예술의전당, 6일 인천종합예술회관에서 연주한다.

1일 강남구 압구정에서 만난 두 사람은 “며칠 전 쾰른에서 처음 쇼스타코비치 곡을 함께 연주했을 때 ‘이거다’ 싶었다” “거짓말처럼 조화가 잘 돼 서로 놀랐다”며 이번 연주회에 대한 기대를 드러냈다.

“동생인 피아니스트 벤자민 모저를 먼저 알았어요. 2006년부터 이탈리아 음악학교인 코모아카데미를 같이 다녔거든요. 벤자민 형이 첼리스트 요하네스 모저라는 얘기를 듣고 음반을 들었는데, 격렬하면서도 깊이 있는 연주가 인상적이었죠.”(윤홍천)

“고향 뮌헨에서 ‘윌리엄 윤’이 잘 알려졌으니까 연주는 진작 들어봤죠. 테크닉이 완벽하고 감정도 섬세한 친구에요.”(요하네스)

유럽에서 먼저 주목 받은 윤홍천은 집요한 곡 해석과 밀도 높은 연주로 서정성을 획득한 연주자다. 시(詩)가 연과 행 사이 틈에서 음악성을 얻는 것처럼, 그의 연주는 소리와 소리 사이에 느껴야 하는 여운을 정확하게 드러내며 시적 서정성을 성취해 낸다. 지난해 타계한 지휘 거장 로린 마젤에게 발탁돼 뮌헨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4차례 협연하며 이름을 알렸다. 2013년부터 독일 음반사 웸스와 5년에 걸친 모차르트 피아노 소나타 전곡 녹음 프로젝트를 이어가고 있다.

요하네스는 베를린 필하모닉, 뉴욕 필하모닉, 로스엔젤레스 필하모닉, 로열 콘서트허바우 등 내로라하는 오케스트라와 리카르도 무티, 로린 마젤, 주빈 메타, 구스타보 두다멜 등 세계적 지휘자와 협연해왔다. 격정적 표현과 고도의 예술성으로 대중과 평단의 찬사를 동시에 받고 있다. 그는 “연주자 개성이 잘 묻어나는데다, 어떤 조합이냐에 따라 음악 색깔이 달라진다는 점에서 실내악은 특별하다”고 말했다.

레퍼토리는 요하네스가 제안했다. 브람스의 ‘첼로 소나타 제1번 마단조 작품번호 38’, 쇼스타코비치의 ‘첼로와 피아노를 위한 소나타 라단조 작품번호 40’다. 요하네스는 “제 스승 다비드 게링가스가 러시아 출신이라 러시아와 독일 음악의 특징을 담은 작곡가의 곡을 선곡했다”고 말했다. 두 작품 모두 전 악장이 단조이고, 첼로는 피아노보다 낮은 음색으로 일관하면서 중후하고 어두운 정취가 감돈다. “저도 평소에 좋아하는 곡들이라 두말 않고 하자고 했죠. 브람스 소나타는 몽환적이면서도 열정적인 반면, 쇼스타코비치 소나타는 2,3악장이 몽상적인 분위기지만 1악장이 상당히 서정적이면서 아름답죠.”(윤홍천)

류재준의 ‘첼로와 피아노를 위한 소나타’도 들려준다. 작곡가 류재준이 체첸에서 직접 겪은 전쟁을 계기로 전쟁 직전의 평화로웠던 작은 마을을 묘사한 이 작품은 2011년 첼리스트 리웨이 친에 의해 독일에서 초연한 뒤 심준호, 아르토 노라스 등 첼리스트에 의해서 꾸준히 연주되고 있다. 요하네스는 “첫 내한 공연에서 한국 연주자와 한국 작곡가의 음악을 연주한다는 건 특별한 기쁨”이라며 “세 작품 모두 묵직한 곡이라 앙코르 때는 밝고 경쾌한 곡을 선보이겠다”고 농을 던졌다.

“이번 연주회가 개인적으로 특별한 건 일주일가량 투어를 하면서 새 친구를 사귄다는 거에요. 연주자의 삶이란 게 사실 여행의 연속이거든요. 오랜 시간 음악에 대해 같이 고민하고, 대화하고, 연주할 수 있다는 생각에 설레요.”(윤홍천)

이윤주기자 miss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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