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는 대응하기에 따라 기회일 수도 있다. 많은 사람들이 언급하는 ‘세월호 이전과 이후가 달라야 한다’는 표현은 우리 사회가 나아갈 길을 함축한다. 세월호 사건이 수백 명 희생자를 낸 것으로 끝나지 않고, 더 큰 참사를 막는 계기로 승화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수백만 시민이 철저한 진상조사, 책임자 처벌 그리고 안전사회 건설을 위한 ‘4ㆍ16세월호 참사 진상규명 및 안전사회 건설 등을 위한 특별법’(세월호특별법) 제정 촉구 서명에 동참했다. 정부 조사가 진행됐고 일부 피의자 재판이 진행돼 그 결과가 나왔음에도 ‘4ㆍ16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를 설치해 진상조사 임무를 부여한 것은 정부 조사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많은 의혹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세월호 참사의 원인과 그 진행 과정은 이해할 수 없는 일의 연속이었다. 그리고 이런 의혹을 낱낱이 풀기 위해서는 해양경찰, 해양수산부 등 정부도 조사 대상에 포함해야 한다.

세월호특별법은 특조위의 공정한 활동을 보장하기 위해 4조에 업무의 독립성과 객관성을 별도로 명시해놓았다. 또 법 이전에 정부에 대한 의혹을 해소하기 위해서도 정부는 특별조사위원회의 독립성을 최대한 보장해야 마땅하다. 그렇지 않으면 의혹을 은폐하기 위해 조사를 방해한다는 또 다른 의혹을 낳을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특별법 시행 이후 정부가 보여준 태도는 또 다른 의혹을 사기에 충분했다. 특조위 전원회의가 의결한 시행령 안은 해수부에게는 고려대상이 아니었던 것 같다. 위원회 안에 대해 특별한 의견을 제시하지도 않던 해수부는 사무처장을 겸직하는 부위원장이 있음에도 사무차장제를 신설하려다 반대에 부딪히자 기획조정실장 등 파견 공무원을 통해 전체 업무를 기획ㆍ조정하려 했다. 정부 의결 과정에서 ‘기획조정’ 업무를 ‘협의조정’으로 바꿨지만 본질은 다를 바 없다.

그리고 해수부는 특별법 16조에 따라 상임위원들이 맡을 소위원장의 진상조사, 안전사회 구축, 지원 등의 업무 지휘ㆍ감독권을 시행령에서 삭제해 이를 부정했다. 또 활동 기간이 제한된 특조위가 최대의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최대한의 자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해야 함에도 해수부는 6개월 간 법이 정한 직원조차 채우지 못하도록 해 특조위 활동을 위축시켰다. 정부가 보여온 이런 움직임들은 시행령으로 특조위의 독립성을 훼손하고, 특조위 활동을 정부 의도대로 끌고 가려 한다는 의혹을 부르기에 충분했다.

정부의 진짜 의도는 무엇일까? 시행령이 통과된 이상 그 내에서나마 위원회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노력을 기울이는 것은 불가피하다. 한시바삐 민간 직원을 채용하고 제한된 자원이나마 활용해 법이 정한 임무를 수행하는 것이 필요할 수도 있다. 하지만 특별법의 입법 취지는 진상규명, 안전사회 건설, 적절한 지원 대책 수립이다. 이를 위해 법이 허용한 최대한의 권한과 자원을 확보하고 활용하는 것 또한 위원회의 임무다.

특조위 전원회의가 21일 의결한 시행령 전부개정안(자체 개정안)은 그 임무 수행의 일환이다. 핵심은 시행령 상 소위원장의 업무 지휘 감독권 명시, 파견 공무원의 업무 조정 가능성 배제, 민간 조사관(직원) 중심의 업무 수행 복원, 법이 정한 인적 자원 최대 확보, 업무 조정에 따른 인적 자원의 재배치 근거 확보, 외부 전문 자원의 협조 근거 마련 등이다. 모법 취지에 맞게 시행령을 개정하자는 것이다. 이른바 ‘비정상의 정상화’다.

정부는 세간의 의혹을 불식시키기 위해서라도 시행령 개정에 협조해야 한다. 그런데 법이 정한 활동 기간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1월 1일이 활동 시작이라고 한 해수부 장관의 발언으로 보아 그 기대가 난망하다. 정부의 불신 자초는 세월호 참사 극복에 하등 도움이 되지 않는다.

김서중 성공회대 교수ㆍ세월호특별조사위 비상임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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