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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기 요격 무기로 총살… 김정은 '잔혹 본색' 또 드러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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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기 요격 무기로 총살… 김정은 '잔혹 본색' 또 드러내다

입력
2015.05.14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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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의 때 대놓고 졸거나 대꾸

느슨해진 군부에 경고 메시지

김정은, 러 전승절 참석 불발 관련

사전 조율 못한 책임론 차원일수도

기록영화에 현영철 여전히 등장

"처형 단장 짓기는 무리" 시각도

불경죄로 총살된 것으로 전해진 현영철(왼쪽) 인민무력부장이 지난달 24, 25일 김정은(오른쪽) 주재로 진행된 인민군 훈련일꾼 대회에서 눈을 감은 채 고개를 숙이고 있다. 연합뉴스
불경죄로 총살된 것으로 전해진 현영철(왼쪽) 인민무력부장이 지난달 24, 25일 김정은(오른쪽) 주재로 진행된 인민군 훈련일꾼 대회에서 눈을 감은 채 고개를 숙이고 있다. 연합뉴스

국가정보원이 13일 첩보를 전제로 밝힌 현영철 인민무력부장의 고사총 처형 방식은 잔인하기 그지없다. 고사총은 항공기를 요격하는 데 쓰이는 대공무기로 사람을 향해 발포했다는 점에서 ‘김정은식 공포정치’의 잔혹함이 도를 넘었다는 분석이다. 국정원은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주재한 회의에서 현영철이 대놓고 졸거나 지시에 대꾸하며 불만을 표출하는 등 불충한 모습을 보여 숙청당했다고 설명했다. 군부 기강 잡기 차원 외 김정은의 러시아 전승절 행사 참석 불발에 따른 문책론이란 분석도 나온다.

분당 1,200발 항공기 잡는 고사총으로 난사

국정원에 따르면 현영철 인민무력부장은 지난 달 30일경 평양 강건종합군관학교 사격장에서 수백 명의 고위 군 간부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공개 처형됐다. 처형에는 14.5mm 중기관총 4개를 묶어 만든 고사총이 사용된 것으로 파악됐다. 고사총은 보통 저공비행 하는 항공기나 헬기를 요격하는 데 쓰이는 대공무기로, 수직 발사 시 1.4㎞ 고도의 목표물까지 맞출 수 있고 분당 1,200발을 발사할 수 있는 위력을 지녔다. 북한은 지난해 10월 탈북자 보수 단체가 날린 대북전단 풍선을 향해 고사총을 쏜 바 있다. 정보 당국은 장성택 처형 때와 달리 재판 절차도 없이 즉각 처형했다는 점도 김정은의 포악성이 심해지는 근거로 분석했다.

정보 당국에 따르면 공개 처형에는 대상자 가족들도 참관시키는데 처형 전에 참관인들에게 “고개를 숙이거나 눈물을 보여선 안 된다”고 경고를 하며 집행 후에는 처형된 사람을 비난하는 소감문을 작성하는 방식으로 강압적 통치의 정당성을 확보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처형 후 화염방사기로 시신 흔적을 없애고, 각종 출판과 영상물 등에서 처형된 사람의 이름과 사진을 삭제하는 등의 방식으로 철저하게 흔적 지우기에 나선다는 설명이다.

때문에 처형시점으로 알려진 지난 달 30일부터 김정은의 기록영화 등 북한 매체에 현영철이 여전히 등장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 돼 국정원 발 첩보의 신빙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주요 인물 처단 시 처형 후 1주일 내 북한 매체에서 사라졌다는 전례를 감안하면 현영철이 처형됐다고 단정짓기는 무리”라고 말했다.

“눈 두덩이 내리깔고, 지시 불이행” 불경죄

국정원이 밝힌 현영철의 숙청 이유는 한마디로 김정은에게 불충한 모습을 보이며 유일영도체계의 권위를 훼손했다는 점이다. 실제 지난달 24, 25일 열린 군 일꾼대회에서 김정은 연설 중간 현영철이 두 눈을 감고 있는 모습이 포착됐다. 국정원 고위 관계자는 “김정은이 앞서 회의 석상에서 졸지 말라고 공개적으로 지시하고, 이후에도 졸아서 강등된 인물들이 많을 정도로 민감하게 반응하는데 이를 어긴 것”이라며 “이 밖에 군 관련 지시 불이행도 처형 이유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현영철 북한 인민무력부장은 고사총으로 총살했다고 13일 국가정보원이 전했다. 사진은 북한이 운용 중인 고사총으로 저공비행 하는 항공기 등을 요격하는 데 쓰이는 대공화기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현영철 북한 인민무력부장은 고사총으로 총살했다고 13일 국가정보원이 전했다. 사진은 북한이 운용 중인 고사총으로 저공비행 하는 항공기 등을 요격하는 데 쓰이는 대공화기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전문가들은 김정은이 느슨해진 군부 권력에게 보내는 일종의 경고 차원에서 현영철을 숙청한 것으로 보고 있다. 남성욱 고려대 북한학과 교수는 “3세대로 내려오면서 윗대부터 모셨던 시니어그룹에선 김정은을 유일한 영도자보다는 일개 지도자로 대하는 분위기가 퍼지고 있어 현영철을 본보기 삼아 대대적인 기강 잡기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현영철이 지난 달 김정은의 러시아 전승절 행사 참석 여부를 논의하기 위해 모스크바를 방문했다는 점에서 사전 정지작업을 제대로 조율하지 못한 ‘책임론’ 차원에서 숙청된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왔다. 밑에 있는 사람이 제대로 보좌를 못해 자신이 불참했다는 식으로 핑계 댈 구실을 만들기 위한 차원이라는 것이다.

강윤주기자 kk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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