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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윤] 식스팩 vs 활기, 둘 중 하나를 택하라면…

입력
2015.05.11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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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스트 헬스보이를 시작하게 된 이유는 수영이의 건강 문제가 가장 컸다. 어느 날 수영이가 심각한 얼굴로 나를 찾아와 자다가 살에 눌려 죽을 뻔 했다는 이야기를 했다. 이미 168kg으로 심각한 초고도 비만 상태였던 수영이는 정상적인 생활이 안 될 정도로 힘들어했다. 그리고 <비타민>이라는 프로그램에서 건강검진을 받았는데 결과가 매우 안 좋게 나왔다는 얘기를 했다. 정말 심각한 상황이었고 이 얘기를 들은 나는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그래서 수영이의 건강도 되찾고 운동의 필요성도 재미있게 그려보자는 취지에서 탄생한 코너가 ‘라스트 헬스보이’다. 이 코너에서 수영이의 최종 목표는 식스팩이 있는 멋진 몸이 아니라 오로지 건강한 몸으로의 변화였다. 코너를 진행하며 중간 중간 병원을 찾아가 건강검진을 받았는데 갈 때마다 다행히 상태가 좋아져 있었다. 12주차에는 간수치도 정상으로 돌아오고 혈당, 중성지방 콜레스테롤 모두 정상 범위 안으로 들어와 있었다. 운동으로 인해 가출했던 건강이 돌아온 것이다. 정말 큰 의미가 있는 일이었고 수영이도 그 어느 때보다 기뻐했던 기억이 난다. 외모가 변해가는 모습에도 신기해하고 즐거워하던 수영이었지만 건강검진 결과를 본 수영이는 단순히 거울을 보며 즐거워하던 모습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기뻐했다. 자다가 갑자기 죽을 수도 있다는 공포에서도 벗어날 수 있게 되었다. 수영이가 라스트 헬스보이 시작 전에 나를 찾아와 “선배님, 저는 우리나라에서 뚱뚱한 할아버지를 거의 본 적이 없어요.” 라고 말했다. 수영이는 이 코너를 통해 단순히 살만 뺀 것이 아니라 건강을 되찾고 수명도 아마 10년 이상은 늘었을 것이다.

이 얘기를 하는 이유는 운동의 목적은 ‘건강’ 이 1순위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서다. 건강해지려고 운동하는 것이지 건강을 해치려고 운동하는 것은 아니다. 물론 누군가에게 잘 보이려고 또는 자기 만족감에 운동할 수도 있다. 하지만 욕심이 과해져서 건강을 해칠 정도로 운동해서는 안 된다. 예를 들어 완벽한 식스팩과 몸을 만들기 위해 하루 3시간 이상씩 운동하고, 제대로 먹지도 않으면서 몇 달을 지낸다면 식스팩은 얻을 수 있을지언정 건강 상태는 안 좋아질 수도 있다.

왼쪽부터 이창호, 필자, 김수영. 운동을 통해 건강을 되찾은 김수영은 이제 '뚱뚱한 할아버지'가 될까봐 걱정하지 않아도 괜찮다. 단, 운동을 꾸준히 한다면 말이다.
왼쪽부터 이창호, 필자, 김수영. 운동을 통해 건강을 되찾은 김수영은 이제 '뚱뚱한 할아버지'가 될까봐 걱정하지 않아도 괜찮다. 단, 운동을 꾸준히 한다면 말이다.

인생 살면서 한 번쯤은 자신이 만들 수 있는 최고의 몸에 도전해 보는 것은 의미가 있는 일이다. 하지만 이 상태를 365일 유지하려고 한다면 몸에 무리가 갈 수도 있다. 더구나 우리는 보디빌딩 선수도 피트니스 모델도 아니지 않는가? 그 사람들은 오랜 운동경험과 많은 지식이 있고 자신의 몸을 알고 제대로 컨트롤 할 수 있는 능력이 갖춰진 사람들이다. 그런 경험과 지식이 없는 상태로 무턱대고 무리하다가는 건강에 이상이 오기 십상이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우리는 건강해지려고 운동을 하는 것이다. 만약 완벽한 식스팩을 가졌지만 얼굴에는 다크서클이 드리워져 있는, 기력 없는 사람과 식스팩은 없지만 적당한 체중에 건강한 몸 거기에 얼굴에 생기가 넘치는 사람이 있다면 어느 쪽을 선택할 것인가? 나도 한때 내가 만들 수 있는 최고의 식스팩을 가진 적이 있다. 근데 돌이켜 보면 그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서 먹고 싶은 것도 못 먹고 모든 것을 절제하느라 참 힘들었던 기억이 난다. 몸에 기력도 없고 신경도 날카로워져 별 것도 아닌 일에 화를 내는 경우가 많았다. 어느 순간 ‘내가 뭘 위해서 이러는 거지?’ 하는 생각이 들었고 그 때부터 적당히 먹어가며 운동하고, 운동하는 시간도 좀 줄여봤다. 그랬더니 식스팩은 좀 흐릿해졌지만 생활하는 데 활기가 넘치기 시작했다. 그 이후로도 이 상태를 잘 유지하고 있다.

운동은 잘만 하면 우리에게 많은 것들을 가져다준다. 건강뿐만 아니라 보기 좋은 몸, 더 나아가 좀 더 활기찬 생활도 누릴 수 있다. 자, 내일부터는 운동 좀 해야겠다고? 아니, 결심했다면 오늘부터 해보는 건 어떨까?

개그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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