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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日, 밀월 과시 속 '과거사' 찜찜… 中, 경계 속 신중모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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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日, 밀월 과시 속 '과거사' 찜찜… 中, 경계 속 신중모드

입력
2015.04.30 1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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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경제 보따리는 미흡 평가

위안부 문제 등 비판 여론 여전

"한국 설득에 비용 투입할 수밖에"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인 이용수 할머니가 29일 미국 워싱턴 하원 본회의장에서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미 상ㆍ하원 합동연설을 지켜보고 있다. 워싱턴=신화 연합뉴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인 이용수 할머니가 29일 미국 워싱턴 하원 본회의장에서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미 상ㆍ하원 합동연설을 지켜보고 있다. 워싱턴=신화 연합뉴스

2차대전 이후 미국 세계전략에서 양대 핵심 동맹국은 대서양 쪽에서는 영국, 태평양에서는 일본이었다. 그러나 미국은 올 들어 영국으로부터 두 번이나 배신을 당했다. 영국이 국내총생산(GDP)의 최소 2%를 국방비에 투입한다는 북대서양조양기구 가이드라인을 지키지 않은데 이어, 서방 7개국 가운데 가장 먼저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가입을 선언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의 대리자가 되어 중국을 견제하겠다는 일본이 오바마 행정부는 너무 고마웠다. 기질상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보다는 이명박 전 대통령과 더 친했던 것으로 소문난 오바마 대통령이 아베 총리를 극진히 대접한 이유도 그 때문이다.

미국은 아베 총리를 초청하면서 안보ㆍ경제 분야 모두에서 일본으로부터 확실한 선물을 얻어내려 했다. 융숭한 대접의 반대 급부로 오바마 대통령의 대표적 외교 어젠다인 ‘아시아 재균형’전략의 성공을 위해 일본이 나서 주기를 원했다.

안보 분야에서 미국은 목표를 이룬 것으로 보인다. 새로운 미일 방위협력지침(가이드라인)을 채택, 아베 정권이 추진하는 ‘적극적 평화주의’를 용인하는 방식으로 아태 지역에서 제한된 국방비로 중국을 견제할 수 있는 통로를 마련했다. 새 가이드라인으로 미국은 일본 자위대 도움을 받아 북한이나 유사시 러시아ㆍ중국의 탄도미사일 발사를 조기에 탐지할 수 있게 됐다. 또 집단자위권이 행사되면, 자위대로부터 ▦미군 자산(무기)의 보호 ▦수색 ▦구난 ▦기뢰제거 ▦강제선박검사 등의 지원을 받을 수 있게 됐다.

반면 경제 분야에서는 아베 총리의 보따리가 부실했다는 평가다.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을 둘러싼 미일 간 최대 쟁점인 미국 농산물 수입조건과 관련, 아베 총리가 가시적 양보를 하지 않은 것이다. 미 상ㆍ하원 합동연설이 끝나자마자 뉴욕타임스는 “아베 총리가 무역 협정과 관련해 자세한 언급을 피했다. 말뿐인 약속 이외에 구체적인 양보를 내놓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워싱턴 싱크탱크인 브루킹스 연구소도 “TPP에 대한 두 정상의 의지에도 불구, 무역장벽에 관한 협상에서 진전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시간이 흐를수록 타결 가능성이 낮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 한인사회와 주류 언론, 25명 하원의원의 명시적 요구와 오바마 행정부의 우회적 요청을 묵살하고 아베 총리가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해 진전된 입장을 표시하지 않은 것은 향후 미국 외교에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당장 하원 외교수장인 에드 로이스 외교위원장과 2007년 하원의 ‘위안부 결의안’을 주도한 마이크 혼다 의원 등이 아베 총리의 연설을 비판했다. 중국 견제를 위해 ‘한ㆍ미ㆍ일’ 3각 동맹의 재가동이 시급한 미국으로서는 한국 설득에 더 많은 비용을 투입할 수 밖에 없게 된 셈이다.

워싱턴=조철환특파원 ch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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