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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간 아베 과거사 물타기… 전쟁추모시설 줄방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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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간 아베 과거사 물타기… 전쟁추모시설 줄방문

입력
2015.04.26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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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링턴 묘지·홀로코스트 박물관 찾아

기념비 방문·참전용사 초청도 검토

不戰 메시지 앞세워 사과 넘어가려

유대계 겨냥 환심 사려는 의도도

LA한인 단체 1일 침묵시위 예고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평화헌법 개정 방침에 반대하는 시위대가 25일 도쿄에서 아베 총리를 파시스트에 비유하는 플래카드를 들고 행진하고 있다. 도쿄=AFP 연합뉴스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평화헌법 개정 방침에 반대하는 시위대가 25일 도쿄에서 아베 총리를 파시스트에 비유하는 플래카드를 들고 행진하고 있다. 도쿄=AFP 연합뉴스

방미 외교에 나선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27일(이하 현지시간) 미국 수도 워싱턴DC의 전쟁 관련 추모시설을 잇따라 방문할 것으로 알려졌다. 두 번 다시 전쟁을 하지 않겠다는 ‘부전(不戰) 결의’를 강조하려는 의도지만, 정작 식민 지배 및 침략행위를 사과하지 않는 가운데 이뤄지는 것이어서 이중적 태도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26일 미국 언론들에 따르면 아베 총리는 27일 오후 워싱턴에 도착한 후 곧장 알링턴 국립묘지와 홀로코스트 박물관을 잇따라 방문할 계획이다. 또 2차 세계대전 국립기념비도 방문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워싱턴DC내셔널 몰에 있는 이 기념비는 2차대전에 참전했다가 숨진 미군을 기리기 위한 것으로, 이들 가운데 상당수는 일본과의 전투에서 전사했다.

외견상 아베 총리의 이 같은 행보는 태평양 전쟁 당시 상대국이었던 미국에 ‘다시는 전쟁을 일으키지 않고 세계 평화와 안정에 기여하겠다’는 메시지를 보여주려는 상징적인 제스처로 풀이된다. 하지만 아베 총리가 그간 역사 수정주의적 태도를 견지해 온 점을 감안할 때, “미국 내 반(反) 아베 정서를 누그러뜨리는 한편 과거사를 물타기 하려는 의도”라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먼저, 알링턴 묘지 참배는 지난 2013년 12월 주변국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야스쿠니 참배를 강행한 것에 정당성을 부여하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아베 총리는 2013년 미국 외교전문 매체 ‘포린 어페어스’ 기고문에서 “야스쿠니 신사와 미국 알링턴 국립묘지는 마찬가지”라고 강변한 적이 있다. A급 전범이 합사돼 있는 야스쿠니 신사 참배에 대해서도 그는 “나라를 위해 목숨 바친 이들을 위해 기도하는 것은 일본 지도자로써 당연한 것”이라며 “다른 국가 지도자들과 다를 바 없다”고 주장했다. 뉴욕 퀸즈 대학에 있는 홀로코스트 박물관 방문도 치밀한 계산 하에 기획된 행보라는 분석이다. 미국 내에서 막강한 정치적 영향력을 갖고 있지만 아베 총리의 역사수정주의 행보에 부정적인 유대계를 겨냥, 이들의 환심을 사 보려는 의도라는 것이다. 홀로코스트 박물관은 일본 전쟁역사 강좌를 운영하면서 일본 군위안부 문제에 깊은 관심을 표명하고 있어 아베 정권은 유대계에 대한 부담감이 적지 않은 상태다. 아베 총리는 지난 1월 중동 순방 때에도 이스라엘의 홀로코스트 기념관을 방문해 “아우슈비츠(강제수용소) 해방 70년, 비극을 두 번 다시 되풀이하지 않겠다”고 결의한 바 있다.

그러나 이는 진정성이 결여된 행보라는 게 아시아 국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일본의 침략 전쟁으로 희생당한 주변국에는 침묵하면서도 일본과 직접 관련이 없는 유대인 희생자를 기리는 곳만 찾아 다니며 마치 ‘평화주의자’라는 이미지를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아베 총리는 워싱턴 방문 기간 2차대전 기념비를 방문하거나 2차대전 참전용사 초청행사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미국 로스앤젤레스(LA) 한인 단체들 내달 1일 아베 총리의 LA 방문 시 일본의 역사왜곡과 일본군 위안부 사과를 촉구하는 침묵 시위를 벌이기로 했다. 또 일본군 위안부 피해 참상을 알리는 전단을 배포하는 한편 관련 내용을 담은 편지를 에릭 가세티 LA시장에게 보낼 계획이다.

강주형기자 cubi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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