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민승의 편파적 육아일기] 36 아들 떼어놓기

아들은 엄마보다 아빠를 먼저 찾는다. 항상 그런 건 아니지만 대부분 상황에서 아빠를 먼저 찾는다. 어떤 때는 엄마도 소용없다. 아빠가 출동해야 상황이 종료될 정도로 아들은 엄마보다 아빠를 선호한다. 이 아빠의 육아휴직 영향일 텐데 일장일단이 있다.

아빠를 찾는 아들의 외침은 매일 아침잠에서 깰 때 시작된다. 눈을 뜨자마자 고개를 이리저리 돌려 이 아빠가 있는지 확인한다. 아빠가 있는 경우 아들은 좀 더 누운 채 혼자 재잘거리다 기분 좋게 일어나 돌아다니지만, 엄마만 보이면 이내 아빠를 찾기 시작한다. “압빠?! 압빠?!” 응답이 즉각 없을 경우 방문을 열고 나오고, 거실에 나와도 이 아빠가 보이지 않을 경우(살짝 숨었다) 징징거리며 온 집안을 뒤진다. “아압빠아~, 아압빠아~.” 반대로 엄마가 없을 때 아들이 엄마를 이토록 찾는 경우는 육아휴직 후 아직 보지 못했다.

이후 아들은 배가 고파도, 기저귀가 축축해져도, 목이 말라도, 밖으로 나가고 싶어도, 걷기 싫어 안겨 가고 싶을 때도, 그림책이 보고 싶을 때도, 장난감이 제 뜻대로 안 움직일 때도 이 아빠를 엄마보다 먼저 찾는다. 신나게 뛰놀다 넘어져 눈물 콧물 흘리는 아들이 내는 소리도 ‘엄마~’가 아니다. 어린이집에서 잘 놀다 울컥할 때 내는 소리도 아들만 ‘엄마~’가 아니라고 한다. 이 아빠를 찾는다고 한다.

아들은 아빠가 옆에 있어야 잠에 든다. 낮에 신나게 뛰어논 날에는 책 한두 권 정도 읽어주면 꿈나라로 진입하지만, 그렇지 않은 날엔 한 질도 모자랄 때가 있다. 이 ‘버릇’도 이제 슬슬 고쳐야 할 때가 오고 있다.

엄마도 있는데 아들이 아빠만 이렇게 찾아대면 이 아빠의 피로도가 높아지는 것은 당연한 일. 하지만 이 아빠는 대단히 기뻤다. ‘그래! 어릴 때부터 이렇게 친밀감을 쌓아 놓는다면 앞으로도 아들이랑 친구처럼 지낼 수 있겠지’하는 생각에서부터 ‘그렇지, 아들이 아빠를 이 정도는 찾아주셔야 이 아빠가 육아휴직을 제대로 하고 있다는 소릴 듣지!’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하지만 잠잘 때까지 이 아빠를 찾는 아들을 보고 있노라면 이런 생각도 싹 사라진다. 아무리 내 자식이지만 아내한테 모든 걸 맡기고 하루 이틀 집을 떠나고 싶은 마음 굴뚝 같다. 실제 아빠를 찾는 절정의 상황은 아들이 잠자리에 들어서다. 아빠 없이, 엄마랑은 쉬 잠들지 않는다. ‘반드시’ 아빠가 옆에 있어야 꿈나라로 입장한다. 혼자 아들을 재우다 진땀을 뺀 아내는 모처럼 밖에 나가 있는 아빠한테 전화하고, 이 아빠는 이 이야기 저 이야기 지어내 이야기를 해줘야 할 정도다. 아들은 엄마 휴대폰의 스피커로 흘러나오는 이 아빠 목소리를 듣고서야 잠이 들 정도다.

부자유친도 이런 부자유친이 없을진대 육아휴직이 만든 현실이라고 생각하니 그렇게 썩 반갑지만은 않다. 이 아빠의 복직과 함께 하루아침에 자신의 일상에서 증발해버린 이 아빠에 대한 실망과 배신감이 배가 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 때문이다. 복직날짜는 다가오는데 아들은 점점 더 아빠만 찾는 것 같기 때문이다. ‘우리 아이는 아빠가 밤에 귀가하면 경기를 일으킨다’고 고백한 지인이 차라리 부럽다.

ms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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