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완종 리스트 파문 확산

"재선거 때 李에 3000만원 건네", 성완종 전 회장의 육성 공개돼

李 "증거 나오면 목숨 내놓겠다", 與 긴급최고위 '총리 거취' 논의

현직 총리 첫 檢수사 대상 가능성, 문재인 "스스로 거취 결정" 공세

이완구 국무총리가 14일 국회 대정부질문을 마친 뒤 본회의장을 나서며 입을 앙다물고 있다. 이날 이 총리에게는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에게서 금품을 수수했다는 의혹과 관련한 질문이 쏟아졌다. 왕태석기자 kingwang@hk.co.kr

이완구 국무총리가 취임 57일만에 사면초가에 몰렸다. 성완종(64ㆍ사망) 전 경남기업 회장이 2013년 4ㆍ24 충남 부여ㆍ청양 재선거에 나선 이 총리에게 불법 정치자금 3,000만원을 건넸다는 육성이 14일 공개되면서 여당 내에서조차 이 총리 사퇴론이 증폭되고 있다.

새누리당은 이날 국회에서 김무성 대표 주재로 긴급최고위원회의를 열고 이 총리의 거취 문제를 논의했다. 유승민 원내대표는 회의 직후 “검찰은 총리부터 수사해야 한다”고 밝혔지만 새누리당 지도부는 이 총리의 거취 문제는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새누리당 일각에서 이 총리의 직무정지 주장도 제기됐지만 유 원내대표는 “법적으로 없는(불가능 한) 일”이라며 “이 총리가 계속 직을 유지하든지 그만두든지 둘 중 하나이기 때문에 일단 그 문제는 최고위에서 입장 정리를 못했다”고 전했다. 야당의 특별검사 도입 요구에 대해서는 “언제든지 특검을 받을 준비가 돼 있다”며 가능성을 열어뒀다.

이 총리는 이날 국회 본회의 대정부 질문에 참석해 "총리부터 수사를 받겠다"고 말했다. 그는 또 성 전 회장으로부터 금품을 받은 의혹에 대해 “만약 돈 받은 증거가 나오면 제 목숨을 내놓겠다”고 말했다. 검찰 수사에는 응하겠지만 사퇴할 뜻이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새누리당 지도부가 총리 거취 문제를 논의하고 특검 가능성까지 언급했다는 점에서 이 총리는 정치인생 최대의 위기를 맞게 됐다. 현직 총리의 검찰 수사도 헌정 사상 초유의 일이다.

새누리당 지도부의 결론과 상관없이 여권에서는 총리 사퇴론도 확산되고 있다. 새누리당 고위 관계자는 “사퇴는 이 총리 스스로 결정할 문제라는 데 공감대를 이뤘다”면서 “사퇴를 거부하면 정치적으로는 인사권을 가진 청와대가 판단해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다른 핵심 관계자는 “이 총리가 사퇴하지 않으면 특검 밖에 없는데 특별수사팀까지 꾸린 마당에 특검을 하자고 하면 여당 스스로 검찰을 부정하는 꼴이 된다”고 말했다.

야당의 공세도 거세지고 있다.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는 이날 광주에서 기자들과 만나 “현직 총리와 현직 비서실장이 피의자로 수사 받는 일은 역사상 없었던 일”이라며 “두 사람은 스스로 거취를 결정해 부끄러운 것을 더 키우지 말아야 한다”고 사실상 자진사퇴를 요구했다.

한편 여야는 이날 원내대표 주례회동을 통해 ‘성완종 리스트’ 의혹을 다룰 국회 운영위원회ㆍ법제사법위원회ㆍ안전행정위원회를 조속히 소집하기로 합의했다. 운영위가 개최되면 이병기 청와대 비서실장의 출석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앞서 성 전 회장이 경향신문과 인터뷰에서 “지난번(2013년 4월 부여ㆍ청양) 재ㆍ보궐선거 때 선거사무소 가서 이 양반(이완구 국무총리)한테 3,000만원을 현금으로 주고 나왔다”고 폭로한 사실이 이날 공개됐다. 성 전 회장은 “(박근혜 정부가) 개혁을 하고 사정을 한다고 하는데 이완구 같은 사람이 사정 대상 1호”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이 총리가 당시 회계 처리를 했느냐’는 질문에는 “뭘 처리해요. 꿀꺽 먹었지”라고 밝혔다.

이동현기자 nani@hk.co.kr

정승임기자 chon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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