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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저격수 홍준표의 추락

입력
2015.04.14 1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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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년 대선 직전 집권당인 신한국당 이회창 후보는 국민회의 김대중 후보에 밀리고 있었다. 그때 ‘DJ 저격수’로 내세운 인물이 초선의 홍준표 의원이다. 검사 시절 슬롯머신 수사에서 ‘6공의 황태자’ 박철언씨를 구속시켜 얻은‘모래시계 검사’라는 전력이 한몫 했다. 이후 그는 노무현 정부에 이르기까지 10년 동안 대여(與) 공격의 선봉에서 폭로전을 이끌었다.

▦ 홍준표는 스스로를 비주류로 칭해왔다. 가난했던 학창시절, 괘씸죄에 걸려 한직으로 전전하던 검사 시절에 이어 정계에 와서도 여전히 비주류로 맴돌았다. ‘독고다이’‘돈키호테’‘좌충우돌’‘독불장군’이란 별명이 그를 따라다녔다. 그러다 2011년 여당인 한나라당 대표가 되면서 주류로 편입됐다. “세상에서 주류로 산다는 것이 얼마나 행복하고 좋은 것인지 나는 평생 비주류를 해 봐서 잘 안다. 여유와 낭만이 넘치는 주류로 살고 싶다.”자서전에서 희망한 대로 현역 4선 의원에 경남지사인 그는 완벽한 주류로 변신했다.

▦ 홍준표는 2011년 모 저축은행으로부터 불법자금 수수 의혹을 받았다. 그러자 설을 제기한 야당 의원을 향해 “스나이퍼(저격수)는 ‘원샷 원킬(One Shot One Kill)’이다. 잘못 쏘면 자기가 죽는다”고 충고했다. 동료 의원에게 저격수가 갖춰야 할 ‘3박자’를 제시하기도 했다. 팩트(사실) 검증과 네이밍(사건이름 붙이기), 정무 감각, 그 중에서도 팩트가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 저격수 홍준표가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에게 불의의 일격을 당했다. 그의 말대로 단 한발에 정치 생명이 위태롭게 됐다. 가장 중요한 저격 조건이라는 팩트도 충족되는 듯하다. 무엇보다 단돈 1만4,000원을 들고 서울역에 내려 정치인으로 성공한 홍준표가 그보다 적은 1,100원을 들고 상경해 자수성가한 성 전 회장에게 저격 당했다는 점이 얄궂다. 홍준표는 서민들의 지원으로 대통령이 되겠다는 꿈을 누누이 밝혀왔다. 그러나 아이들의 밥그릇을 빼앗고 금품수수 의혹까지 받는 그를 지지하는 서민이 있을 리 없다. 상대 약점을 들춰내고 치명상을 입혀 명성을 쌓아온 저격수의 앞날이 궁금하다.

이충재 논설위원 cj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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