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최저임금을 포함해 임금인상을 통한 내수활성화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이에 대해 재계와 노동계는 서로 다른 입장이다. 한편 이 논의를 제기한 행정부 경제팀은 전반적으로 기업의 임금인상을 압박하는 모습이다. 결국 논의의 핵심은 임금인상으로 가계소득을 확대시키는 것이 내수경기를 회복시키는데 도움이 되는지 여부이다.

이에 찬성하는 입장은 주로 가계 가처분소득이 늘어야 소비가 증가하고 이를 통해 전반적인 생산과 소득을 증가시킬 수 있다는 것이고, 기업들이 이미 현금자산을 많이 보유하고 있어 임금인상 여력도 있다는 것이다. 이에 반대하는 측은 임금인상으로 전반적인 기업경쟁력이 약화되면 경기침체를 가속화시킬 수 있고, 기업에 임금상승을 압박하면 오히려 투자가 감소해 경기를 더욱 위축시킬 수 있다는 주장이다.

경기부진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누어 생각할 수 있는데, 유가상승 등 기업비용이 증가해서 발생하는 공급측면 경기침체와 소비위축 등 전반적인 수요부진에 따른 경기부진이다. 현재는 수요위축에 따른 경기침체라고 볼 수 있고, 이런 상황에서는 최저임금을 올려 가처분소득을 증가시키고 이를 통해 전체 수요의 중요한 축인 소비를 확대시키는 것은 적절한 대응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최저임금을 올렸다가 오히려 고용이 심각하게 감소하는 상황에 대한 우려도 있다. 그런데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을 크게 감소시킬 수 있는 경우는 대개 그 인상폭이 시장에서 형성되는 임금에 비해 지나치게 높거나, 기업이 인건비 이외에도 이미 비용압박에 심각하게 시달릴 때이다.

따라서 흔히 전반적인 물가상승률이 높은 상황에서 최저임금 인상은 기업에게 큰 비용부담으로 작동하고 실제 고용감소로 나타난다. 반면에 물가상승률이 낮거나 디플레이션에 직면한 상황에서 최저임금 인상은 그 폭이 지나치지 않으면 상대적으로 고용감소 효과가 적을 수 있다.

실제로 디플레이션에 시달린 미국과 일본 등 중요 선진국에서 최저임금 인상 논의가 최근 강화된 것도 수요부진을 타개하기 위한 소비확대라는 맥락 하에 있다. 더 나아가 일본에서는 최저임금뿐만 아니라 정부가 기업을 압박해 전반적인 임금인상을 유도하는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다만 일본의 경우는 정부가 임금인상을 압박하기 이전에 적극적인 통화정책을 통해 엔저를 유지하여 일본 수출기업들의 수익성을 크게 개선시키고, 이를 통해 임금상승을 유도함으로써 기업의 부담은 최소화하면서 임금인상으로 수요부진과 디플레이션을 타개하는 정책이 동반되었다는 점이 우리와 다르다.

수요부진 하에서 가처분소득을 늘려 소비를 확대한다는 기본 방향은 맞지만, 우리의 경우 이를 위한 선행 여건인 기업수익성 확보는 현재 충분하다고 보기 어렵기에, 모든 기업에 대해 임금인상을 일방적으로 적용하기는 힘들다. 오히려 적극적인 형태의 경기관리정책을 통해 기업수익성이 개선될 수 있도록 이자부담을 낮추고 지나친 원화강세는 완화시킨 이후에 전반적인 임금인상에 접근하는 것이 타당하다.

이러한 측면 때문에 현재 상황에서는 일단 전 업종에 대한 임금인상을 강조하기보다 기본적인 생계비에도 미치지 않는 최저임금을 올리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최저임금이 적용되는 저소득 계층의 가처분소득 증대는 보다 직접적으로 소비로 이어질 수 있기에, 수요부진 하에서 고용감소 효과는 크지 않으면서 경기관리에는 도움이 될 수 있다.

다만 이러한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비현실적으로 높은 최저임금 인상을 주장하기보다 현실적인 범위에서 최저임금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 따라서 장기목표로 설정된 최저임금을 단계적으로 달성하기 위한 인상분과 일반적인 물가 및 소득변화를 고려하는 부분의 두 가지 차원에서 최저임금을 인상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리고 이와 함께 현재 최저임금에도 사실상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추산되는 상당수 근로자에 대한 보호대책을 강구함으로써 법정 최저임금 적용의 실효성을 높이는 작업 역시 병행되어야 한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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