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준의 여의도 밀!당!]

요즘 안철수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을 보면 ‘동에 번쩍, 서에 번쩍’ 입니다. 특히 4.29 재보선에 출마하는 후보들을 돕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습니다. 그것도 혼자서 말입니다. 어디선가 도움이 필요하면 어김없이 나타나는 ‘안철수 반장’이라 부르는 이들도 있습니다. 문재인 당 대표를 빼면 가장 열심히 선거 현장을 돌아다니고 있다는 말이 당 안팎에서 들리고 있습니다. 안 의원은 지난 일요일(5일)에는 성남 중원을 찾아 정환석 후보와 함께 부활절 예배에 참석한 시민들을 만나 정 후보 지원을 호소했고, 상대원 전통 시장 골목을 돌며 상인들과 시민들과 손잡고 “정 후보를 도와달라”고 했습니다. 앞서 2일에는 서울 관악을에 출마하는 정태호 후보를 돕기 위해 젊은이들이 많이 찾는 지하철 2호선 신림역 일대를 돌며 ‘셀카’도 찍어주고 악수도 하면서 정 후보를 소개했습니다. 지난달 20일에는 인천서강화을에 출마하는 신동근 후보 선거사무소 개소식에 참석했습니다. 광주 서구을 지역구를 빼고 재보선이 치러지는 수도권 3곳을 모두 찾아다니며 후보들을 돕고 있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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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지난 5일 성남 주원을 찾아 같은 당 정환석 후보의 선거지원 유세에 나선 모습. 정환석 후보 캠프 제공

그런데 특이한 것은 안 의원이 이번 선거에 나온 후보들과 특별한 인연이 없다는 점입니다. 새정치연합의 당 최고위원이나 지도부는 전략적으로 담당 지역을 정해서 후보들을 도울 예정이지만, 안 후보는 혼자 몸으로 부지런히 다니고 있습니다. 후보들은 그런 안 의원은 ‘천군만마’라고 입을 모았습니다. 정환석 후보 캠프 관계자는 “전국적으로 인지도가 높은 안 의원이 후보와 함께 다니니까 주민들이 금방 알아보고 먼저 다가오는 경우가 많다”고 했습니다. 정태호 후보 캠프 관계자는 “특히 젊은 시민들에게 인기가 높다는 것을 실감했다”며 “후보의 지역 내 인지도가 높지 않아 걱정이었는데 안 의원이 적극적으로 나서 주면서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고 전했는데요. 게다가 안 의원의 선거 지원은 후보 측 요청이 아니라 안 의원이 먼저 돕고 싶다는 뜻을 알려와서 이뤄지고 있다고 합니다. 정환석 후보 캠프 관계자는 “먼저 연락이 와서 깜짝 놀랐다”며 “3일쯤 연락이 와서 현장에서 후보를 돕고 싶다고 하셨고 우리는 토요일(4일)에 오실 수 없을까 했는데 그 날은 다른 일정이 있어서 일요일에 오시게 된 것”이라고 말했는데요.

‘안 반장’이라 불릴 만큼 후보들을 돕기 위해 적극 나서는 안 의원에게 며칠 전 기자는 “왜 그렇게 열심히 다니시느냐”고 물었습니다. 안 의원은 “우리당 후보니까요”라며 특유의 엷은 미소를 띠었습니다.

안철수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지난 5일 성남 중원을 찾아 4·29 재보선에 출마한 같은 당 정환석 후보 지원 유세에 나선 모습. 정환석 후보 캠프 제공

사실 안 의원의 선거지원 행보를 바라보는 당 안팎의 시선은 복잡합니다. 안 의원 주변 인사들 중에도 “얻을 게 없다”고 보는 이들이 많습니다. 선거가 잘 되면 그 과실은 문재인 대표가 따 먹을 가능성이 많고, 선거 결과가 좋지 않으면 누가 고생했다고 알아 줄 가능성도 별로 없기 때문에 헛심만 쓰고 말 가능성이 높다는 게 이들의 생각입니다.

하지만 안 의원의 생각은 좀 다릅니다. 안 의원의 측근 인사는 “당이 잘 돼야 한다는 생각을 강하게 갖고 있다”면서 “특히 내년 총선까지는 문재인 대표 체제로 당이 안정적으로 가야하며 총선에서 이겨야 한 번의 기회가 찾아올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는데요. 여기서 ‘기회’란 다음 대통령 선거를 염두에 두고 한 말입니다. 일부에서는 유력한 대권 후보이자 대선 후보 지지율에서 압도적 1위를 달리고 있는 문재인 대표가 타격을 입고 물러나야 안 의원에게 자연스럽게 기회가 온다고 말하지만 문 대표가 타격을 입고 휘청거리는 것보다는 문 대표는 문 대표대로 안정적으로 선두를 유지하고 안 의원은 안 의원대로 스스로 경쟁력을 키워가며 다시 선두권에 합류하는 것이 급선무라는 얘기인데요.

현재 문 대표와 안 의원의 상황을 마라톤에 비유하자면, 문 대표는 레이스 초반부터 치고 나가 뒷주자들과 큰 격차를 보이며 선두를 달리고 있습니다. 반면 안 의원은 선두와 멀찌감치 뒤처진 채로 4,5위 권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지난 대회(2012년 대선)에서는 두 사람이 박근혜 대통령과 함께 치열한 선두 경쟁을 벌였지만 후보 단일화 과정 이후로 안 의원은 정치인으로서 인기가 많이 떨어졌습니다.

그런 안 의원은 하루 빨리 다시 선두권으로 올라서는 것이 필요할 테고 이를 위해서는 자신 뿐만 아니라 당도 잘 돼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 합니다. 안 의원의 측근은 “당이 성공하고 당이 스포트라이트를 받아야 그 당의 주요 인물 중 한 사람인 안 의원도 더 많은 관심을 받게 된다”며 “지금은 언젠가 올 수 있는 기회를 잘 활용할 수 있도록 스스로 실력을 키우는 시기”라고 말합니다.

새정치민주연합 안철수 전 대표가 2일 서울 관악구 신림역사거리에서 4·29재보궐선거 서울 관악을에 출마한 정태호 국회의원 예비후보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안 의원이 7일 '다함께 정책엑스포'에서 ‘공정성장론’이라는 화두를 던지며 문재인 대표의 ‘소득주도성장론’에 맞서는 안철수 표 경제 철학을 제시한 것도 ‘경제’, ‘교육’ 등 자신이 잘 할 수 있는 분야에서 실력을 기르면서 대외적으로는 자신의 능력을 보여주겠다는 뜻이 담겨 있습니다. 아울러 그 동안 일반 시민들과 스킨십이 부족한 점이 약점으로 꼽혀왔던 안 의원로서는 비록 다른 후보의 선거 지원 형태지만 열심히 악수하고 인사하고 사진 찍고 얘기를 나누면서 스킨십 능력도 키울 수 있는 기회로 삼겠다는 생각도 담겨 있습니다. 당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통해 지도력이 부족하다는 시선도 불식시킬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안철수=안반장’을 만들기 위한 시도에는 이런 여러 뜻이 담겨 있는 것이죠.

20일 가까이 남은 재보선 기간 동안 ‘안 반장’은 더 많이 바빠질 것 같습니다. 성남 중원의 정환석 후보 캠프 관계자는 "지역구에 IT벤처 기업들이 많이 있기 때문에 이들의 마음을 얻는데 안 의원을 적극 모실 것"이라고 했고, 관악을 정태호 후보 캠프 관계자는 “대학동 고시촌 젊은 유권자들에게 안 의원의 인기가 높아 꼭 다시 지원 요청을 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안 의원 측은 “조영택 후보를 돕기 위해 광주에 내려가는 것도 검토 중”이라며 “어디든 부르면 열심히 다니는 것은 확실하다”고 말했습니다.

안철수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한국일보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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