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화시대 부작용 강조하는 교과서

노인은 골칫거리란 생각 심각히 팽배

인식개선 위한 사회적 관심 노력 절실

지난해 연말쯤이었다. “요즘 청소년들은 부모가 언제까지 살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지 아느냐?” 아이 엄마가 물었다. ‘오래오래?’ 정도 짐작하며 답을 피했다. “63세에서 65세까지”라고 말했다. ‘어이가 없다’고 생각하며 “아이들 들으니 실없는 소리를 하지 말라”고 면박을 주었다. “여론조사 결과다. 신문에 났다”는 말을 귓등으로 흘렸다. 우리 아이들은 이미 대학생 시절을 지난 세대라는 안도감도 있었다. ‘요즘 애들은 65세를 대단한 고령으로 아는구나’ 정도 여기고는 잊어버렸다.

한국일보는 3월31일자 9면에서 ‘장수가 재앙? 고령화를 삐딱하게 다룬 교과서’라는 제목의 기사를 실었다. 한국교육과정학회에 제출된 ‘초ㆍ중ㆍ고 교과서의 고령화 사회 관련 내용 분석’이란 보고서(청주교육대 박윤경, 경인교육대 설규주ㆍ구정화 교수)를 인용했다. 몇 달 전 아이 엄마의 얘기가 생생하게 살아난 이유였다.

기사와 보고서 내용을 새롭게 들여다보았다. 우리 청소년들이 배우는 교과서에서 고령화 문제를 다루는 핵심을 두 가지 정도로 간추려 놓았다. 하나는 우리나라가 고령화사회로 진입한 이후 ‘노인부양 부담 증가, 경제성장 둔화, 국가경쟁력 약화, 노인문제 발생’ 등이 심각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다른 하나는 ‘이에 대한 해법은 국가와 사회가 내놓아야 한다’는 내용이다. 고령화 사회로 인한 효과나 기회의 측면이 기술된 부분도 없지 않지만 전반적으로 7대 3의 비율로 고령화 사회의 부정적 프레임이 강조돼 있다. 또 문제해결의 주체로 국가나 사회만이 아니라 개인과 가정을 언급하기도 하지만 지극히 일부 교과서에서만 볼 수 있는 내용이다.

결과적으로 ‘고령화 사회가 오면 국가는 재앙을 맞게 되고 사회는 (세대간)갈등에 휩싸이게 된다. 하지만 이 모든 문제는 정부가 알아서 해결해야 한다’는 인식을 청소년들에게 심어주고 있었다는 얘기다. ‘나의 부모님이 65세 이상 살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청소년 여론조사가 허튼 소리가 아니었으며, 그들이 배운 대로 형성된 인식과 의식의 결과라고 추론하기가 심히 두렵다.

알다시피 2000년부터 우리는 65세 이상 노인인구가 7%를 넘어 고령화사회에 들어섰다. 14%를 넘어서면 고령사회, 20% 이상이면 초고령사회로 정의한다. 3년 후면 고령사회가 시작되고, 지금의 청소년들이 사회에 진출하는 10년 후쯤이면(2026년부터) 초고령사회에 진입하게 된다. 종합적 교과서 개편이 있었던 2007년은 고령화사회의 심각성이 대두됐고, 특히 짧은 시기에 이뤄진 ‘압축적 고령화’의 위기가 크게 강조됐던 시기였다. 당시 교과서에서 고령화사회 문제를 새롭게 비중 있게 다룬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보고서가 내놓은 제안 역시 두 가지 문제에 주목하고 있다. 우선 고령화사회는 피하려 든다고 피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당연한 현상과 시대적 흐름으로 객관화 시켜 대응토록 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부작용과 문제점을 강조하여 위기감만 부각할 일이 아니라는 점이다. 아울러 국가와 사회에게 해법을 넘겨야 할 재난의 문제가 아니라 개인과 가족이 함께 짊어져야 할 시대의 흐름이라는 인식을 갖도록 하자는 것이다. 지금의 노인복지와 사회보장 문제가 덜 중요하다는 것이 아니다. 청소년들이 고령화 문제를 적극적으로 의미 있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교육과 관심이 절실하다고 보고서는 제안하고 있다.

지금의 기성세대는 고령화사회에 머무르고 있지만 현재의 중ㆍ장년세대는 고령사회에, 청소년들은 초고령사회에서 살게 된다. 어릴 때부터 “어르신 오래오래 사세요”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아온 세대도 고령화사회나 고령사회를 맞이하여 느끼는 당혹감이 적지 않다. 초고령사회, 혹은 100세 세대가 예고돼 있는 청소년들에게 ‘장수는 재앙’이라는 인식을 심어주는 교육이라면 그 문제가 심각하다. ‘65세 이상 노인은 국가적 골칫거리’라는 인식을 가진 그들이 40~50년 후에 겪게 될 혼돈과 공황이 눈에 선하다. 그냥 흘려버릴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정병진 논설고문 bjj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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