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병욱의 재즈너나들이] 밴드 퀸터플렛의 트럽페터 김예중

합정동의 클럽 ‘재즈다’는 독특한 곳이다. 재즈, 하면 자연스레 연상되는 술과 담배가 이 곳에서는 발도 못 붙인다. 재즈 클럽 중 그런 운영 원칙을 고집하는 데는 손꼽을 정도다. 재즈는 흔한 유행 음악과는 달리 “지금, 여기”를 말해야 한다는 원칙과 함께 하기에 그 존재는 더욱 특별 나다.

그 클럽의 대명사가 밴드 퀸터플랫이고, 그 중심에 트럼페터 김예중이 있다. 그와 동료들을 묶는 힘은 재즈라는 예술에 대한, 순정한 자존감이다. 지난 가을 자기만의 앨범을 발표, 이 코너에서 소개했던 베이시스트 송미호(38)를 멤버로 두고 있는 이 밴드가 최근 첫 앨범을 발표했다. 라틴적인 타악의 느낌이 강한 이 앨범은 골수파 재즈맨들이 모인 이 밴드의 작품치고는 상당히 대중적이다.

“라틴은 물론, 특히 송미호의 발라드적 접근, 드러머 곽지웅의 스윙 필이 빛나죠. 그러나 저는 펑키, 비브라폰의 임민수씨는 발라드 세 곡으로 개성을 더했다고나 할까요?”. 리더 김예중(41ㆍ트럼펫)의 자평이다., “뭔가를 의도한 건 없어요. 굳이 말한다면 청중에게 가까이 다가서고 싶다는 희망 같은 것이겠죠.” 조금은 헛헛한 말 같지만 치밀한 연주력과 호흡으로 단단히 무장한 이 앨범은 때로 팝 적인 흥취마저 풍기며 듣는 이를 잡아 끈다. 1년여 동안, 적어도 2주에 한 번은 모여 연습한다는 원칙을 견지한 결과다.

김예중은 밴드의 리더로, 밤 11시 30분까지 밴드는 물론 클럽의 대소사에 신경을 서야 한다. 고객과 뮤지션들을 고려해 지하철 운행 마감 시간이 클럽의 폐점 시간이다. 시쳇말을 빌면 참으로 ‘착한’ 클럽이다. 전혀 도드라질 것 없는, 어느 날의 마감 풍경을 회상한다.

“선배 방병조(기타), 제 또래의 피아노, 베이스와 콰르텟으로 ‘Green Dolphin Street’나 ‘Someday My Prince Will Come’ 같은 스탠더드를 연주했죠. 그 때쯤이면 손님이 보통 10여명선인데 대여섯 명 앞에서 할 때도 적잖아요.”클럽 아니면 그는 유복성의 밴드 ‘라틴 재즈 올스타’의 일원으로 전국을 돌며 연주한다. “유복성 밴드와 함께 할 때면 유복성씨의 대명사나 다름없는 ‘수사반장’ 테마 음악, ‘혼자 걷는 명동길’ 혹은 ‘Mo Better Bmues’ 같이 귀에 익은 넘버들을 연주하죠.” ‘Bongo Fever’로 개명하며 새롭게 태어난 ‘수사반장’, 유복성이 가사를 븥여 흥얼거리는 ‘Mo Better Blues’ 같은 것을 할 때 객석이 뒤집어진다.

“우리의 재즈가 평화에 도움 되길 바래요.” 술과 담배가 없는 재즈 클럽의 김예중이 재즈를 지렛대 삼아 펼치는 꿈은 과연 남다르다. 그를 따라 송미호(가운데), 곽지웅이 회사까지 함께 와 주었다. 고영권 기자.

그러나 자신의 클럽 재즈다로 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함께 하는 멤버들을 보면 안다. “트롬본 주자 이한진과 러쉬라이프에서 딕시랜드를 함께 하고 있는데 들어왔죠. 엄청나게 고집스런 정통주의자고, 이를테면 장인적 북쟁이예요. 음악 문제라면 절대 양보하지 않는…”드러머 곽지웅(36)을 그렇게 이야기한다.

“류복성씨와 작업하며 자연히 알게 됐죠. 후배를 잘 챙기고 재즈를 교육적 관점에서 접근하는 태도가 인상적이었어요. 한국 최초의 재즈 콘트라베이스 주자예요.” 송미호를 이야기한다. “후진 양성의 문제, 예술의 철학성 추구라는 관점에서 저와 일치하죠.” 분만 아니다. 이들이 대중에의 접근을 논한다면 그것은 단 하나의 목표뿐이다. 재즈의 저변 확대를 위한 것이라는 관점. 물론 연주자의 자아를 실현시키는 예술 형식으로서의 재즈다. 송씨를 두고 “아끼는 후배”라고 말하기까지 그들은 한국에서 재즈란 과연 무엇인가,를 두고 많은 말을 주고 받았다.

“옛날에는 테크닉을 앞세워 마구 난사하는 연주에 가까웠다면 요즘은 듣는 쪽이 편하도록,’친근하게’ 연주하죠.”두텁게 축적된 시간이 절로 느껴진다. 춘천중 1학년부터 밴드부 활동하면서 트럼펫을 잡게 됐다. 영남대 음대 기악과에서 4학년 1학기까지 하고 단행한 서울행이 삶의 색깔을 바꿨다. “색소폰 주자 이정식씨를 통해 강대관, 최선배 등 한국 재즈 트럼펫의 거물들을 스승으로 맞는 행운을 잡았죠. 이어 신관웅 빅밴드에서 본격 재즈 뮤지션의 길로 접어들었고….”

그는 중고 시절 암스트롱을 열심히 들었고, 다음 디지 길레스피와 마일스 데이비스를 공부했다. 윈튼 마살리스는 트럼펫으로 클래식을 공부하면서부터 마음의 스승으로 생각했다.음악의 변곡점은 즉흥 연주에 나름 빠지기 시작한 중학 이후. 본능적으로 재즈를 지향한 것이다. 특히 클래식 트럼페터로 알고 있던 윈튼이 알고 보니 뉴올리언즈에서 재즈로 출발한 사실에 , 윈튼의 사진을 코팅해 보면대에 붙여두고 예술적 사부로 삼을 정도였다.

그런데 그의 악기는 보통 일직선으로 뻗어있는 트럼펫과는 모양이 좀 다르다. 취구 쪽은 10도 내려가 있지만 주둥이(bell)는 반대로 15도 올라가 있는, 참으로 독특한 모양이다. 특별한 음악적 이유는 없고 자신의 연주를 편하게 하기 위한, 이를테면 경험치다, 미국에서 악기를 주문해 성남의 트럼펫 공정에서 최종 마감을 했다. “세계적으로 저 같은 모양의 트럼펫은 없을 거라고 확신하죠.” 가능한 한 자료는 다 뒤져보고 하는 말이다.

5도 아래로 꺽은 것은? “고음을 내려 애쓰다 보니 스스로 터득하게 된 경험치죠. 말하자면 26년간 쌓은 내 노하우의 결정체인 셈이에요.”유명한 디지 길레스피의 껶인 트럼펫은 45도 상향이지만 그의 것은 서서히, 완만하게 올라간다. 앞으로 그 모양을 계속 고집할 것인가? “갖고 있는 트럼펫이 두 개인데. 두 번째 것은 각도를 좀 줄였어요.” 그의 음익처럼 트럼펫의 모양도 변해가리라.

퀸터플렛의 멤버는 고정돼 있다. 그러면서 미묘한 긴장이 느껴진다. 각자 실력을 갖추고 있어 고집을 꺾지 않으며 어울려 가는 중이기 때문이다. “레퍼토리의 최소 5할은 우리 자작곡으로 한다는 원칙이에요. 싸움 같은 격렬한 연주보다 익살과 부드러움을 섞되 정통을 고수하는 거죠.” 음악적 지향점에 대한 답이다.

“한국으로, 세계의 재즈 기운이 몰리고 있어요. 한국은 제 2의 뉴올리언즈가 될 것이에요. 일본과 비교하면 선명한 그림이 나와요. 일본은 재즈가 이론적으로 정립돼 있어 연주의 기본은 철저하죠. 그러나 밴드가 줄어들고 있어요. 반면 한국애서는 빅뱐드가 늘고 활성화돼 있잖아요.”현재의 한국 재즈를 평가해 달라는 주문을 멋지게 받았다.

“당장의 계획은 없어요. 곡에 대한 분석을 보다 철저히 해 집중 훈련을가져 완성도를 높여야 한다는 생각이에요.” 2집 계획이다, 그보다 먼저 월 18일 폼텍웍스홀에서 앨범 발매 기념 콘서트를 신호로 6월 이후 본격 순화 연주를 펼칠 걔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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