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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화내빈 윤병세 외교, 잡음 키우고 자화자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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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화내빈 윤병세 외교, 잡음 키우고 자화자찬

입력
2015.04.01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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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간 360여 차례 회담은 성과

사드 '전략적 모호성'에 혼란 가중

AIIB 막차 올라타 지분 손해 우려

대일 외교ㆍ남북 관계서도 낙제점

"독선적 부처 운영 재점검" 목소리

윤병세 외교부 장관이 31일 청와대 국무회의장에서 바지 주머니에 손을 넣은 자세로 김규현 국가안보실 1차장과 이야기하고 있다. 홍인기기자 hongik@hk.co.kr
윤병세 외교부 장관이 31일 청와대 국무회의장에서 바지 주머니에 손을 넣은 자세로 김규현 국가안보실 1차장과 이야기하고 있다. 홍인기기자 hongik@hk.co.kr

#1“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가입 문제는 서두를 필요가 없다고 봅니다. 어차피 연말 출범 전까지만 가입하면 우리 몫은 챙길 수 있는데 굳이 중국 눈치를 봤다는 평가를 들을 필요가 없지 않습니까.” 외교부의 한 간부는 AIIB와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 논란이 한창이던 이달 초 장관실 분위기를 이렇게 전했다. ‘미국이 꺼려하는 AIIB 가입은 천천히 검토할 것’이라는 얘기였다. 그러나 미국의 핵심 동맹국인 영국의 AIIB 가입 결정 후 분위기는 급반전했다. 결국 미국의 묵시적 허락까지 나온 후인 26일에서야 정부는 가입을 선언했지만 실기(失機)했다는 지적이 쏟아졌다.

#2 최근 저녁 약속자리에 나갔던 외교부 간부들은 윤병세 장관의 호출을 받고 오후9시가 넘어 급히 사무실로 복귀했다. 급한 사건이 터진 것도 아닌데 장관의 한밤 현안 토론에 불려간 것이다. 한 당국자는 “주요 간부들이 밤 늦게 장관실에 불려가 토론하는 게 2년째 이어지는 외교부의 흔한 풍경”이라고 전했다. 장관은 각종 결재 기안이나 연설문, 기고문 등의 문구 하나까지 워낙 꼼꼼히 챙기는 것으로 유명한 터였다.

2년째 이어져온 윤병세 식 부처 다잡기의 결과, 한국 외교의 지평은 외적으로 확대되고 있다는 게 중평이다. 하지만 윤 장관의 재임 기간이 길어지면서 지나친 자신감이 독선적 부처 운영으로 이어지고, 국가이익과 직결된 사드 AIIB 등 외교 현안에선 실리를 놓친 채 잡음만 양산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외화내빈’형 윤병세 식 외교의 폐해에 대해 재점검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많다.

윤 장관은 공ㆍ사석에서 입버릇처럼 “지난 2년 60여회의 정상회담과 300여회의 외교장관회담을 치렀다”고 말한다. 또 중견국 협의체인 MIKTA 외교장관회의 주도, 한중일 외교장관회의 복원, 유엔에서의 활약 같은 성과도 과시한다. 그는 “한국의 외교적 위상은 과거와 다르다” “국력 외교력 상승 덕분에 다른 나라 눈치를 보지 않는다”고 설명해왔다.

그러나 올해 들어 외교부가 받아 든 성적표는 초라하다. 윤 장관 유임 여부가 걸렸던 연말이 지나고 그가 ‘최소 3년, 최대 5년 외교장관 임기를 채울 것’이란 얘기들이 나돌면서부터다.

AIIB의 경우 윤 장관은 “최적의 절묘한 시점에 가입 결정을 내렸다”고 말했지만 외부의 평가는 다르다. 막차를 타는 바람에 애초 챙길 수 있었던 지분이나 지위 등에서 손해를 볼 가능성이 높고, 미국과 중국 모두 섭섭한 마음을 가질 애매한 시점에 가입 통보를 했다는 비판이 도리어 대세다. 사드 문제 역시 ‘전략적 모호성’만 앞세우다 ‘요청, 협의, 결정이 없었다’는 ‘3 NO’ 원칙이 뒤늦게 정리되는 바람에 혼란이 가중된 상태다.

대일 외교에서도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미 의회 연설, 일본의 2차세계대전 강제징용 현장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 시도 등 악재가 쏟아지는데도 외교부의 당당한 대응은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미국 눈치를 살피느라 러시아의 전승 70주년 기념행사 초청에도 우물쭈물하고 있다. 북핵 문제, 남북관계도 진척이 없다.

특히 윤 장관이 30일 2015 재외공관장회의에서 자화자찬 식으로 ‘미중 양측의 러브콜을 받는 건 축복’이라고 하는 바람에 일선 외교관들은 더욱 힘들게 됐다는 평가도 있다. 외교 소식통은 31일 “AIIB나 사드가 논란이 될 때 공론의 장에선 한 마디도 못 하더니 뒤늦게 수하들을 모아놓고 비판여론은 매도하고 자화자찬식 평가만 한 건 비겁한 일”이라고 꼬집었다. 홍현익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도 “외교라는 게 국민들이 보기에 잘했다고 해야 잘하는 것이지 자평으로 잘했다고 넘어갈 상황은 아니다”라며 “우리의 외교적 속내를 장관이 다 드러내는 바람에 앞으로 미국, 중국 등에게 할 말이 없어지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정상원기자 ornot@hk.co.kr

강윤주기자 kk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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