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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日 비선접촉서 '김대중·오부치 공동선언' 수준 언급 거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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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日 비선접촉서 '김대중·오부치 공동선언' 수준 언급 거론

입력
2015.03.28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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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대한 손해ㆍ고통 끼쳐… 사죄"에

한국 정상 첫 일본 반성 일부 인정

아베는 진주만 등 美에 사과 뒤

아시아 주변국은 끼워 넣기 할 듯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18일 도쿄 와세다대에서 열린 존 F. 케네디 전 미국 대통령 심포지엄에서 강연하고 있다. 도쿄=AP 연합뉴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18일 도쿄 와세다대에서 열린 존 F. 케네디 전 미국 대통령 심포지엄에서 강연하고 있다. 도쿄=AP 연합뉴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일본 사상 처음으로 미국 연방의회 상ㆍ하원 합동회의 연단에 오르게 됐다. 이때 이목이 집중되는 대목은 과거사와 관련해 어떤 언급을 내놓느냐는 것이다. 과거사 족쇄에서 벗어나 전쟁이 가능한 ‘보통국가로서의 일본’을 미국에 공식 인정받는 계기로 삼으려는 아베 총리는 연설에서 어떤 식으로든 이 부분을 짚고 넘어가야 하는 처지다. 더욱이 같은 전범국가로서 독일과 대비되는 행보를 걷고 있는데 비판적인 미 의회가 아베 총리의 연설의 대가로 ‘한국과 마찰을 빚고 있는 과거사 언급’을 요청한 것으로 확인돼 부담이 더 크다.

아베 총리 측과 미 의회는 비선접촉에서 ‘김대중ㆍ오부치 공동선언’(1998년 10월8일)에 준하는 과거사 언급을 거론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오부치 게이조(小淵惠三) 총리는 “일본이 과거 한때 식민지 지배로 인해 한국 국민에게 다대한 손해와 고통을 안겨주었다는 역사적 사실을 겸허히 받아들이면서, 이에 대하여 통절한 반성과 마음으로부터 사죄한다”고 밝혔다. 이에 김 대통령도 “(일본측의)역사인식 표명을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이를 평가”라고 답했다. 한국 정상이 일본의 반성을 일정 부분 인정한 사실상 유일한 사례다.

미 의회는 여기에 아베 총리가 일본군 위안부에 대해 사과와 반성을 표명할 것을 압박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아베 총리의 연설은 진주만 습격 등 전쟁행위를 미국에 사과하고 미래지향적인 미일관계를 만들어가겠다는 요지를 언급하면서, 아시아 주변국 관련 언급을 끼워 넣는 식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일본 외교소식통은 “김대중ㆍ오부치 선언에 언급된 일본측 표현에 준해서, 일본의 침략으로 아시아ㆍ태평양 지역 주변국 여러 사람들에 피해를 줬다는 내용을 새로운 표현으로 넣는 방향이 거론되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위안부 언급을 할 경우 ‘전쟁상태에서 나타나는 불행한 현상’으로 일반화하는 기존의 표현 수준을 넘어설 지가 관건이다.

반면 아베 총리의 연설은 어디까지나 미국과 일본 양자외교 차원에서 봐야 하며 중국이나 한국과의 과거사 언급을 무리하게 시도하진 않을 것이란 전망도 만만치 않다. 지난해 7월 호주의회 연설처럼 ‘호스트’국가에만 사과하고 주변국에 대한 침략사실 자체를 언급하지 않는 태도를 보일 개연성도 적지 않다. 당시 아베 총리는 “지난 세기 역사의 참상을 결코 반복하지 않을 것” “많은 호주 젊은이들이 비극적인 전쟁에서 아까운 청춘을 바쳤다”“희생된 영혼들에 일본과 일본인을 대표해 진심어린 애도를 표한다”고 했다. 호주언론은 “매우 진솔한 연설”이라고 높이 평가했지만 의회 밖에선 한국ㆍ중국계 현지인들의 강한 반대시위로 시끄러웠다.

이번 연설에서 설사 아베 총리가 진전된 표현을 쓰더라도 한국민의 기대치를 충족하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기미야 타다시(木宮正史) 도쿄대 교수는 “일본이 역사를 반성하고 세계평화를 위해 더 많은 공헌을 하겠다는 내용을 말하겠지만 8월 담화 9월 중국의 전승기념행사를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지금 미국에서 한국과 중국을 지칭해 사과하진 않을 것 같다”고 내다봤다.

이날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은 미 의회연설 성사에 대해 “전후 70년간 걸어온 기본적 인권, 민주주의, 평화, 법의 지배가 세계에서 평가 받은 것”이라고 반가워했다.

도쿄=박석원기자 s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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