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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 사드 갈등 봉합… 한중일 정상회의는 "조기 개최" 가닥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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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 사드 갈등 봉합… 한중일 정상회의는 "조기 개최" 가닥만

입력
2015.03.22 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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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사드 이미 여러 번 말해" 언급 회피

북핵 개발 반대 첫 합의문에 담아

중일관계 과거사로 여전히 냉랭

3국 협력체제 복원까진 갈 길 멀어

윤병세(가운데) 외교부 장관과 왕이(오른쪽) 중국 외교부장, 기시다 후미오 일본 외무상이 21일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열린 한ㆍ중ㆍ일 3국 외교장관회의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윤병세(가운데) 외교부 장관과 왕이(오른쪽) 중국 외교부장, 기시다 후미오 일본 외무상이 21일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열린 한ㆍ중ㆍ일 3국 외교장관회의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21일 서울에서 열린 제7차 한국 일본 중국 3국 외교장관회의를 계기로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 한국 배치를 둘러싼 논란은 한풀 꺾였다. 정부는 한중일 3국 정상회의 조기 개최 원칙을 확인하는 등 3국 협력체제 복원 계기를 만든 데 만족해 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한중일 동북아 삼국지 구도 안정화를 위해선 과거사 논란, 중일 영토 갈등, 아베 담화 등 헤쳐나가야 할 고비도 만만치 않다.

3국 정상회의 개최 방향 합의…사드 논란도 봉합

이번 회의가 열리기 전 외교부 당국자들은 마음고생이 심했다. 3년 만에 어렵사리 회의를 성사시켰는데 중일ㆍ한일 역사갈등, 한중 사드 논란 등 내외 환경이 녹록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2010년 회의 이후 5년 만에 공동언론발표문 형태의 합의문까지 발표할 정도로 회의는 성과를 냈다. 우선 3국은 합의문에서 “3국 모두 편리한, 가장 빠른 시기에 3국 정상회의가 개최될 수 있도록 노력해 나가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2012년 5월 이후 3년여 동안 중단됐던 한중일 정상회의 틀을 복원한다는 원칙에 합의한 것이다. 외교부 당국자는 22일 “정상회의 개최 방향성에 3국이 동의했다는 게 큰 성과”라며 “3국 협력체제를 복원하는 계기를 마련한 만큼 이를 통해 한중일 간 양자관계도 회복의 전기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3국은 또 북한 핵무기 개발 반대 입장도 합의문에 담았다. 2007년 시작된 3국 외교장관 회의 합의문에 북핵 규탄 내용이 담긴 건 처음이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3국은 북핵 능력 고도화를 시급히 차단하고, 북한 비핵화의 실질적 진전을 위한 의미 있는 대화 재개를 위해 노력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밖에 ▦3국 간 대테러ㆍ사이버ㆍ중동ㆍ아프리카정책협의회 재개 또는 신설 ▦한중일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가속화 ▦싱크탱크 네트워크 구축 등의 내용도 합의문에 담겼다.

특히 초미의 관심이었던 사드 문제와 관련해선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언급을 피하는 식으로 봉합됐다. 중국 측은 21일 열린 한중 외교장관회담에서도 이 문제를 언급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왕 부장도 기자들의 잇따른 질문에 “우리 입장은 이미 여러 차례 말했다. 모두가 아는 것이며 공개된 것이다”는 식으로 넘어갔다. 정부 고위 당국자는 “류첸차오 외교부 부장조리의 사드 발언 이후 중국도 한국 내 반중 여론이 심상치 않다는 점을 의식하고 있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중국의 ‘치고 빠지기’라는 해석도 있다.

한중일 협력 놓고 同床三夢, 과거사 갈등 상존

다만 동북아 3국 관계가 완전 정상화로 가기까진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당장 3국 외교장관회의 결과를 두고도 ‘동상삼몽(同床三夢)’을 드러냈다. 합의문에서 3국 정상회의는 ‘at the earliest convenient time(편리한, 가장 빠른 시기)’ 개최 노력으로 명기됐지만 회의 후 각 국은 곧바로 해석 차이를 보였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외무상은 ‘조기 개최’에 무게를 실었고 한국도 연내 개최를 희망하고 있다. 하지만 왕 부장은 “일본이 정상회담을 바라는 건 우리도 안다. 그러나 시간이 필요한 게 아니다. 필요한 조건을 창조해야 한다”며 결을 달리 했다.

왕 부장은 특히 3국 외교장관 공동 기자회견에서 ‘정시역사 개벽미래(正視歷史 開闢未來ㆍ역사를 바로 보고 미래를 연다)’라는 표현까지 쓰며 일본 측을 밀어붙였다. 그는 회견 후 “올해는 일본에게 하나의 시험이자 기회가 될 것이다. 일본이 과거를 철저히 청산하고 진정으로 미래를 대할지, 우리는 눈을 크게 뜨고 지켜볼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정시역사 개벽미래’는 2010년 3국 정상이 채택한 ‘비전2020’에도 나온 표현이지만, 중국은 일본의 반성을 압박하는 차원에서 활용했다는 후문이다. 중국은 8월 발표되는 아베 담화에 담길 일제 식민지배, 침략 반성 메시지를 보면서 정상회담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방침으로 알려져 있다.

한국은 입장이 애매해졌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해 11월 한중일 3국 협력체제 복원을 강조하면서 3국 외교장관회의 후 정상회의 개최로 이어지는 수순을 준비해왔으나 중일관계가 여전히 냉랭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한국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를 두고 일본과 대립하면서도 21일 한일 외교장관회담을 통해 한일 국교수립 50주년 공동 기념행사 개최에 합의하는 등 어정쩡한 상황에 처하기도 했다.

정상원기자 orno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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