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은경의 반려동물이야기]

“저렇게 키워도 아무렇지도 않았어. 아프지도 않고 잘 만 살았는데 뭘…”

동물보호단체인 동물자유연대가 최근 주인은 있지만 방치된 반려견들의 주인을 만나 “환경을 개선해보자” 설득 할 때 주인으로부터 듣는 공통된 얘기라고 합니다.

동물자유연대가 어려운 환경에 있는 반려동물들 돕기에 나섰습니다. 바로 ‘도그온(Dog溫)캠페인’인데요, 마당이나 실외에서 짧은 줄에 묶여 밥이나 물을 제때 공급받지 못하는 반려견들이 많다는 것을 감안해 이를 돕기 위해 시작했다고 합니다.

짭밥과 썩은 물을 먹으며 지내던 싱싱이(오른쪽)과 황구. 동물자유연대 제공/2015-03-15(한국일보)

서울의 한 외곽, 대형견인 황구(진도)와 싱싱이(말라뮤트)는 쓰레기 가득한 펜스 안에서 1주일에 1,2번 사람들이 먹다 남은 음식으로 만든 밥과 썩은 물을 마시며 근근이 생활하고 있었습니다. 이를 안타깝게 본 제보자가 동물자유연대에 도움을 요청했고, 이어 황구와 싱싱이 할아버지의 설득작업에 들어갔습니다. 할아버지는 처음에는 귀찮게만 되는 것 아닌가 의심했지만 봉사자들이 황구와 싱싱이의 집을 지어주고 추위를 막기 위해 볏짚을 넣어주고, 밥 대신 사료와 물을 채워주는 것을 보고 조금씩 마음을 열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할아버지는 “내가 얘네들을 예뻐하고, 신경도 많이 쓴다”며 “고맙다. 앞으로 더욱 보살피겠다”고 했다고 합니다. 황구와 싱싱이의 사례가 알려지며 주위의 비슷한 처지에 있는 반려견들의 환경 개선도 시작됐다고 하는데요.

이번 캠페인에 참여한 한송아 선임간사는 “주인 분들에게 개들이 당장 죽을까 봐 환경을 바꿔주는 게 아니라 조금이라도 편하게 살게 해주려고 하는 것을 알려드렸다”며 “개들이 좋아하는 것을 보시고 함께 기뻐하셨다”고 전했습니다.

또 중요한 것은 이렇게 환경이 개선된 게 일회성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유지되어야 한다는 겁니다. 싱싱이와 황구도 환경을 개선해 준 다음에도 5번을 더 방문해서 할아버지가 어려워하는 점은 없는지 등을 도와드리고 점검했다고 합니다. 처음에는 보호단체들이 나서서 환경을 개선시켜줄 수 있지만 지속적으로 환경이 개선됐는지 점검하고 또 주인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으려면 시민들의 도움이 꼭 필요하다고 합니다.

아직도 농촌이나 지방에서 개를 키운다고 하면 도망가지 못하게 하거나 또는 잃어버리지 않게 하기 위해 짧은 줄에 묶어 먹던 밥이나 물을 챙겨주는 정도가 많을 겁니다. 실내에서 같이 반려견과 잠을 자고, 산책을 가고, 사료나 간식에 비용을 들이는 문화가 퍼져나간 것도 그리 오래되지 않았고, 또 아직은 도시 위주로 문화가 형성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개도 품종이나 성격에 차이가 있는 것일 뿐 다 똑 같은 개입니다. 마당에 키우는 혼혈견이라고 해서 실내에는 처음부터 살 수 없었고 사회성이 필요 없는 게 아니라는 겁니다.

싱싱이와 황구가 낳은 뽀송이. 동물자유연대 제공/2015-03-15(한국일보)

동물자유연대는 방치된 반려견들을 돕기 위한 조언을 담은 핸드북을 온라인(http://goo.gl/xerL8V)에서 제공하고 있습니다. 주인과 시민들의 작은 배려가 확산돼 더 많은 황구와 싱싱이가 생겨나길 바랍니다.

고은경기자 scoopkoh@hk.co.kr

인기 기사

api_db 저작권자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정치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