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테라 가야금 주자 17일 귀국 공연

"우리 산조 정통 올곧게 보여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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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테라씨는 “전통과 현대라는 이분법도, 민족 지상주의도 의미 없다”며 예술은 “시대를 관통는 것이어야 한다”고 말했다.신상순 선임기자 ssshin@hk.co.kr

개나리 향을 머금은 듯, 연노랑 빛 저고리 앞섶으로 가야금 산조 전바탕은 흘러 나온다. 가야금 주자 한테라(33)씨가 11년 동안의 나라밖 음악 공부를 마치고 본격적으로 풀어 낼 무대의 첫 매듭은 꿋꿋한 서공철류다. 17일 오후 8시 국립국악원 풍류사랑방에서 펼쳐질 콘서트 ‘가야금 산조를 아시나요’는 이를 테면 한참 늦은 귀국 발표회다.

“그 동안 국내에서 본격 무대는 갖지 않았기에 공식 연주는 한 번도 없었던 셈이죠. 중국, 일본, 프랑스를 거쳐 뉴욕에서 최첨단 음악의 현장에 밀착했던 것은 결국 내 음악, 즉 국악을 확인하는 작업이었어요.” 간헐적인 국내 체류 기간 동안에도 갤러리나 박물관 등 특별한 공간을 통해서만 자신의 존재를 알려 왔다. 그러나 세계적 음악학자, 민속음악가, 전위예술가 등과 해외에서 부대낀 시간이 절대적이었다.

“천재 소녀” 소리를 들으며 6세부터 가야금을 탔다. 국악중ㆍ고, 서울대라는 정규 코스를 거쳐 2010년 미국 록펠러재단의 인디비쥬얼 부문 수상자로 선정돼 뉴욕 등지에서 음악의 첨단과 충돌하고 있다. 여전히 예외적 국악인이라는 인상이 강하게 덧씌워져 있는 이유다.

지난 2014년 잠시 귀국해 펼쳤던 국립현대미술관 등지에서의 콘서트는 그 같은 인상을 굳히기에 족했다. 세계적 컴퓨터 음악 작곡가이자 스승인 강석희의 작품을 가야금으로 연주하는 등 전통 국악기 연주자의 이미지를 전복시키는 행보였다. 그 과정에서 음악학자 로버트 프로바인, 색소폰 연주자인 전위음악가 존 존 등 세계적 인물들이 보여준 관심은 한씨의 귀중한 자산으로 남아 있다.

문자 그대로 동서고금을 섭렵한 그의 결론은 단순 명료하다. “ 고전을 폄하하지 말고, 있는 그대로 보여 주자는 거죠.” 국악의 이름 아래 펼쳐지는 갖가지 시도는 ‘국악이 대중과 유리돼 있다, 문제는 지루함 때문’이라는 성마른 판단으로 빚어진 착시 현상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 답안이 정통의 모습을 올곧게 보여주자는 이번 공연이고, 그는 그것이 통념의 허를 찌르기를 바란다. “(좋은)음악은 교육을 받아야 해요. 우리의 산조와 정악은 익숙해지고 교육을 받아야 알게 되는 본질적 음악이에요. 베토벤 소나타가 지루하다고 바꾸나요?”

이번 공연은 또 한 번의 변신이기도 하다. “활동 영역을 넓히자는 게 아니죠. 최첨단 음악의 현장을 보며 내 음악, 즉 국악적 정체성을 확인하는 작업이니까요.” 그리고 전위 음악만이 아닌, 동아시아의 음악적 전통에 대한 깊은 이해의 결과를 확인하는 자리이기도 하다. 2014년 중국중앙음악학원에서 한국 음악을 총정리하고 옌벤에서 북한 음악을 연구하기 앞서 벌인 일련의 행보가 입증한다. “2년 전부터 일본 고토(13현)를, 4년 전부터 중국 고쟁(21현)을 연구하고 있죠.”

“천재 소녀”답게 대학 시절부터 기획사들의 제의가 쇄도했다. 자신을 웃자라게 할 수도 있었을 그 유혹들을 물리치고 정통의 가치를 고수한 데는 어머니 김연옥(58)씨의 음덕을 빠트릴 수 없다. 전통 음악 애호가로서 항상 그의 활동을 챙기고 나아가 절대적으로 지지하는 사람이다. “그런데 대놓고 저를 한 번도 칭찬하지 않으셨어요. 이번에도 한복만 이쁘다고 하세요.”

장병욱 편집위원 a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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