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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답하라 여의도] 10개월짜리 장관, 도대체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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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답하라 여의도] 10개월짜리 장관, 도대체 왜?

입력
2015.03.10 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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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정치 이슈가 연일 홍수처럼 쏟아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수많은 매체가 휘발성 기사를 쏟아 내면서 정치의 본질은 사라지고 껍데기만 남았다는 비판도 많습니다. 오히려 세인들의 정치 혐오가 깊어지고, 보수와 진보 진영 간 간극도 커지고 있습니다. 한국일보닷컴은 5년 2개월간 정치부를 출입했던 김성환 기자가 독자가 정말 궁금해 하는 우리 정치의 속살을 보여주는 코너를 마련했습니다.

한국일보 페이스북과 트위터는 물론 이메일(hankook@hk.co.kr) 등을 통해서 궁금한 정치 이슈에 대해 질문해 주세요. 재미와 정보를 버무린 알찬 답변을 드리겠습니다.

Q pol. 지난 9일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이슈가 된 ‘시한부 장관’이란 용어에 대해 묻고 싶습니다. 새누리당 소속 현역의원인 유기준 해양수산부 장관 후보자와 유일호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가 내년에 있을 총선에 불출마할 것인지 여부에 대해 답변을 얼버무리자 결국 “10개월 시한부 장관을 하려는 것이냐”는 비판이 나왔는데요. 공무원 사회 개혁을 강하게 부르짖는 대통령이 왜 조직을 장악할 시간조차 부족한 시한부 장관을 임명하려는 것인가요? 또 이 의원들은 왜 제대로 된 인사권조차 발휘하기 힘든 10개월짜리 장관을 하려는 것인지 이해가 안 됩니다. (첫회 질문은 관련 기사의 댓글을 참고해 골랐습니다. 2회부터는 독자분들이 직접 보내주신 질문 중에 선정하겠습니다)

유기준 해양수산부장관 후보자가 9일 인사청문회에서 답변 중 곤란을 표정을 짓고 있다.
유기준 해양수산부장관 후보자가 9일 인사청문회에서 답변 중 곤란을 표정을 짓고 있다.
유일호 국토교통부장관 후보자가 9일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의원들의 질의를 듣고 있다.
유일호 국토교통부장관 후보자가 9일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의원들의 질의를 듣고 있다.

A pol. 시한부 장관과 대통령의 ‘이심전심’

시한부 장관 얘기가 나오니 일전에 만났던 한 현역 의원의 얘기가 떠오릅니다.

그는 장점보다는 단점이 뚜렷해 보이는 시한부장관이 임명되는 데는 “대통령과 국회의원 출신 장관들의 '이심전심'이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먼저 대통령 입장을 들어볼까요? 대통령 입장에서는 현 정부에서 추진한 사업의 과오가 다음 정부로 넘어갔을 때 국회라는 최전선에서 싸울 미래의 ‘호위무사’가 필요하다는 점에서 ‘시한부’라는 꼬리표가 붙는 현역 의원을 장관으로 임명한다는 것입니다. (참고로 정치권에서는 계파를 떠나 해당 정권에서 장관을 지낸 사람들이 그 정권의 이해도가 가장 높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한 예를 들겠습니다. 지난 1월초 정병국 새누리당 의원은 한 라디오에 출연, 이명박 정부 자원외교 논란과 관련해 “자원외교라는 것이 2, 3년 만에 끝나는 문제가 아니라 최소한 10년 이상 장기투자하고 장기적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며 이 전 대통령의 입장을 적극 대변했습니다.

정 의원은 이명박 정부 당시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을 지냈는데, 역시 청문회 때 시한부장관 논란이 제기됐습니다. 청문회에서 시한부 장관 논란에 즉답을 피했던 정 의원은 임기를 10개월 정도 채운 2011년 11월 총선을 5개월 가량 앞두고 장관직을 내려 놓았습니다. 그리고 이듬해 4월 총선에 출마해 4선에 성공했습니다. 정 의원이 자원외교를 비롯한 야당의 이명박 정부 관련 공세에 맞서는 첨병(?) 역할을 하는 데 자신을 장관으로 임명해 준 이명박 전 대통령에 대한 보은의 마음이 전혀 없다고 단언하긴 어려울 겁니다.

그렇다면 장관 출신 의원들 입장에서 제대로 인사권조차 행사하기 힘든 ‘시한부 장관’ 자리를 하려는 이유는 뭘까요. 의원 출신 장관들은 퇴임 후 의원직을 유지하더라도 '의원'이라는 호칭보다 '장관'이라고 불러주는 것을 더 좋아한다고 합니다. 당 대표나 원내대표는 막강한 자리지만 오히려 '대표'라는 호칭보다 '장관'이라는 호칭에 더 자부심을 느낀다는 겁니다. 그래서 일부 장관 출신 의원실에서는 보좌진들이 '장관님'이라는 호칭으로 통일하는 경우를 흔하게 볼 수 있습니다. 300명 중의 한명인 국회의원보다 가문의 명예가 되는 장관직에 오르고 싶은 명예욕이 누구에게 있다는 얘기죠.

이번에 논란이 된 3선의 유기준 해양수산부 장관 후보자와 재선의 유일호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는 어떨까요? 이들 역시 내년 4월 총선 출마를 원할 경우 공직후보자 사퇴 시한(총선 90일전 공직 사퇴)인 1월 중순에는 사퇴를 해야 합니다. 그럴 경우 청문회 통과 직후 이번 달 중 임명이 된다고 해도 고작 10개월 남짓한 말 그대로 ‘시한부 장관’이 됩니다.

9일 청문회에서 유기준 후보자는 “인사권자인 대통령의 권한에 속하는 것에 답변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답변을 피해갔고, 유일호 후보자는 “(시한부 장관)가능성이 있다는 걸 고민했다. 참 어려운 문제다”라고 속내를 털어놓으며 역시 확답을 내놓지 않았습니다.

진심은 무엇일까요? 10개월 남짓 장관직을 한 뒤 내려놓고 내년 총선에서 당선될 경우 4선이 되는 유기준 후보자는 원내대표와 당 대표직에 도전하거나 최소 국회 부의장직을 노릴 수 있습니다. 3선이 되는 유일호 후보자 역시 국회의원의 꽃이라고 하는 상임위원장을 맡을 수 있습니다. 더구나 유기준 후보자의 경우 새누리당 텃밭이라고 할 수 있는 부산(서구)이 지역구고, 유일호 후보자도 새누리당의 전통적 강세지역인 서울 강남 3구로 꼽히는 송파(을)를 지역구로 하고 있습니다. 곧 장관으로 임명되실 의원님들의 속내, 굳이 말하지 않아도 보이시죠?

김성환기자 bluebir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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