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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美대사 피습, 정치계산보다 국익으로 다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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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美대사 피습, 정치계산보다 국익으로 다뤄야

입력
2015.03.09 1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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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어제 중동순방을 마치고 귀국하자마자 입원 중인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를 방문했다. 박 대통령은 “대사님이 의연하고 담대하게 대처하는 모습을 보고 양국 국민이 큰 감동을 받았다”며 “오히려 한미관계가 더 가까워지는 계기가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리퍼트 대사 피습사건 이후 한미 양국이 신속한 대응을 통해 사태 수습에 나선 것은 다행스런 일이다. “한미관계는 변하지 않을 것이고 계속 공고하게 유지될 것”이라는 미국 정부의 언급은 양국 관계의 강도와 깊이를 보여준다.

리퍼트 대사 피습사건은 그 자체로 우리 정부에 부담을 주는 일임은 부인할 수 없다. 사건을 신속히 봉합한다고 해도 외교적 파장은 피하기 어렵다. 바로 이런 점 때문에 정부여당의 긴밀하고 냉철한 접근이 요구됨은 두말 할 나위가 없다. 하지만 지금 진행되는 모습을 보면 국익을 고려한 전략적 사고보다는 다분히 국내정치적으로 활용하려는 의도가 점점 짙어가는 듯 보인다.

사건을 성급하게 “종북세력의 ‘조직적’인 범죄”로 몰고 가는 것부터가 무리다. 현재까지 드러난 바에 따르면 이 사건은 극단주의적 사고를 가진 개인의 일탈행동에 가깝다. 그런데도 정부가 앞장 서서 한국사회의 구조적 문제인 것처럼 규정하는 것은 자칫 자충수가 될 우려가 크다. 스스로 외교적 입지를 좁힐 수도 있다는 얘기다. 당장 새누리당에선 미국의 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사드ㆍTHAAD)’의 한반도배치를 공론화하자고 나섰다. 사드는 우리 외교안보적 이해와 직결된 민감한 사안이다. 이번 사건과 직접 연결시킬 성격이 전혀 아니다. 그런데도 국익을 우선해야 할 집권 여당이 치밀한 논의과정을 생략한 채 사드 도입문제를 마치 미국에 선심 쓰듯 먼저 꺼낸 건 생각이 얕은 것이다. 인권과 사생활침해 우려로 십 수년 공전돼온 저간의 사정은 무시하고 당장 테러방지법을 제정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태도도 지나치다. 일부 보수단체를 중심으로 리퍼트 대사의 쾌유를 기원한다며 부채춤과 발레, 난타공연 등 수선을 떠는 것도 민망스러운 일이다.

폭력과 극단주의를 단호히 배격해야 한다는 데는 이론의 여지가 없으며, 그런 차원에서 이번 사건의 진상은 반드시 규명해야 한다. 그러나 사건을 과도하게 키우려다간 거꾸로 한미관계뿐 아니라 국익에 도움되지 않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이 사건은 이미 복잡한 외교안보적 의미가 얽힌 사안이 됐다. 정부여당이 정국에 유리한 고지를 점하겠다는 얄팍한 국내정치적 계산으로 다룰 사건이 아니라는 뜻이다. 이런 일일수록 국익을 면밀하게 따져 최대한 냉정하게 판단하고 대처하길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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