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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책임 떠넘기지만… 정쟁에 극우·극좌 활용하는 與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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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책임 떠넘기지만… 정쟁에 극우·극좌 활용하는 與野

입력
2015.03.09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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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극우·극좌 10%씩 존재 정치권도 얹혀 가려는 경향"

리퍼트 대사 피습·세월호 참사 등 현안 때마다 여야 편가르기 극성

제임스 윈펠드 미 합참차장(오른쪽)이 8일 서울 신촌 세브란스병원에서 입원 중인 마크 리퍼트 주한미국대사를 만나 대화를 하고 있다. 세브란스병원 제공
제임스 윈펠드 미 합참차장(오른쪽)이 8일 서울 신촌 세브란스병원에서 입원 중인 마크 리퍼트 주한미국대사를 만나 대화를 하고 있다. 세브란스병원 제공

“우리나라에 극좌적인 분위기를 대변하는 흐름이 10% 정도 있다면 극우적인 폭력을 옹호하는 흐름도 10% 정도 된다. 무시할 수 없는 정도라 새누리당도 이들에 얹혀가려는 경향이 있는데 당 내에서 백색테러를 옹호하는 사람이 있다면 가차 없이 다 제명시켜야 한다.”

지난해 12월 재미교포 신은미씨 토크콘서트 행사장에서 발생한 고교생의 인화물질 투척사건 직후 하태경 새누리당 의원이 라디오방송에서 했던 얘기다. 반대의 논리로 진보ㆍ개혁진영을 비판하는 목소리는 새정치민주연합을 비롯한 야권에서도 꾸준히 제기돼 왔다. 정치권이 극단주의자를 정쟁에 활용할 뿐만 아니라 경우에 따라서는 갈등 현안을 상대 진영에 떠넘겨 분열과 극단주의를 조장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대목이다.

타협 대신 갈등 조장하는 정치문화

여야 정치권이 정치적 목적을 위해 갈등과 극단주의를 조장한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여권은 어버이연합 등 극우 성향 단체의 과격 행동을 자제시키기보다 도리어 부추겼으며 야권은 1980년대식 친북 논리에서 벗어나지 못한 통합진보당의 구태의연한 행태에 눈을 감고 ‘종북몰이’만 문제 삼았다.

정치권의 문제는 무엇보다 사회갈등 현안을 조정하고 해소하는 기본 임무는 방기한 채 불리하다 싶으면 책임을 상대 진영이나 사법부의 판단으로 떠넘기는 무책임한 행태에 있다.

마크 리퍼트 미국대사 피습 사건을 두고도 여야는 책임 떠넘기기로 일관하고 있다. 사건 초기 리퍼트 대사의 쾌유를 함께 기원하던 여야는 곧바로 4월 재보선 등 정국 주도권 확보 계기로 활용하기 시작했다. 새누리당은 “야당이 종북과 손 잡은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종북 숙주에 대한 참회록을 쓸 때다”(8일 박대출 대변인)라는 독한 표현으로 공안몰이에 나섰고, 야당은 김기종 불똥이 야권 전체 이념 논란으로 튈까 전전긍긍하며 방어막만 치고 있다. 이념적 편향성 극복, 건전한 한미관계 형성 등 정치권에서 다룰 의제는 자연스럽게 뒷전으로 밀렸다.

지난해 4월 세월호 참사 때도 마찬가지였다. 추모 분위기가 어느 정도 가라앉자 당장 여권은 세월호 국조특위 무력화로 정권 책임론을 희석시켰다. 야당 일부는 지도부의 타협책을 거부한 채 광장으로 뛰쳐나가 국가안전정책 재정립 기회를 허비해 버렸다.

막말과 극단주의를 마케팅하는 여야

극단주의를 부추기는 정치문화는 정치권의 비타협적 대결 의식에서 비롯됐다는 평가다. 17대와 18대 국회에서 여야가 공수를 뒤바꿔가며 법안 강행 처리를 일삼는 동안 타협과 조정의 정치문화는 훼손됐다. 이념 공방이 뜨거웠던 국회 교육문화위의 경우 교과서 문제, 사립학교 논란 등으로 7년째 국정감사를 파행으로 이끌고 있다.

하루가 멀다 하고 벌어지는 정치인 막말 논란도 극단주의 정치문화의 자양분이 되고 있다. 19대 국회 들어 새정치민주연합에선 정청래 의원(유대인 히틀러 사과 발언 등), 새누리당에선 김진태(신은미 황선 종북녀 지칭 등), 이장우 의원(통진당 의원 김일성주의자 지칭) 등이 극단적 언사에 집착하다 국회 윤리위원회에 회부되기도 했다.

그러다 보니 합리적 보수ㆍ진보의 목소리는 강경 원칙론에 파묻히고 타협을 거부하는 정치문화는 극단주의를 부추기는 부메랑이 되고 있다. 김용철 부산대 행정학과 교수는 “국가의 이익보다는 과도한 집권욕을 기반으로 자기 지지 진영에 호소하고 상대를 공격하는 정치권 행태와 제도가 사회의 갈등과 혼란을 부추기는 악순환을 낳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상원기자 ornot@hk.co.kr

강윤주기자 kk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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