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道 호박市]

“울지 않았다니까요. 눈시울을 붉혔을 뿐인데. 옆에서 이완구 총리가 손수건을 꺼내 눈물 흘리니까 나까지 그냥 울어버린 게 됐어요.”

며칠 전 만난 우윤근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는 지난주 여의도 최고의 화제의 장면으로 꼽힌 이완구 국무총리와 ‘눈물상봉’에 대해 이렇게 해명했습니다. 25일 이완구 총리가 우윤근 원내대표를 찾았을 때 바로 옆에 있었던 서영교 원내대변인도 기자에게 “울지는 않으셨어요”라고 확인했는데요.

우 원내대표는 눈물상봉 때문에 곤란함을 겪었다며 울지 않았다고 거듭 말했습니다. 우 원내대표가 어렵사리 청문회를 통과하고 자신을 찾은 이완구 총리를 향해 눈시울을 붉혔을 때 당 안팎에서는 “아무리 친해도 문제투성이 총리를 저렇게 반기면 인사 청문회 때 사퇴하라고 했던 의원들은 뭐가 되느냐”며 볼멘 소리들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반면 두 사람이 부둥켜 안고 어깨 동무하면서 보였던 ‘브로맨스(브라더와 로맨스의 합성어)’에 대해 “서로 으르렁 거리기만 하는 상대당 대표를 진심으로 반기는 모습이 인간적”이라는 얘기도 많습니다.

이완구(오른쪽) 총리가 지난달 24일 국회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실에서 우윤근 원내대표가 인사말을 할 때 눈물을 흘리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두 사람은 얼마 전까지 여당과 제1야당 원내대표로 그 어떤 대표들보다 호흡이 잘 맞았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우 원내대표는 자신을 찾아 온 이 총리를 옆에 두고 먼저 인사청문회 당시 이 총리 후보를 몰아붙였던 일을 떠올리며 복잡한 심경을 드러냈습니다. 그는 “마음이 아팠습니다. 내 입장이 그래서. 그러나 내용이 만만치가 않아서”라며 “야당대표가 어렵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우 원내대표는 이완구 총리를 향해 “총리보다는 이 방에서 늘 대화를 했듯 제 마음 속에 깊이 간직한 여당의 파트너였습니다”며 “여당의 비판에 귀 기울이는 총리가 되시길 빕니다”라고 덧붙였습니다. 우 원내대표의 말을 듣던 중 갑자기 손수건을 꺼내 눈물을 훔치던 이 총리도 “눈물을 비치시니까 저도 모르게”라며 “두 사람의 깊은 우정 오래오래 깊이 간직하면서 여야 어우러지라는 말씀 깊이 새기겠습니다”라고 화답했습니다. 두 중년 남성이 쓰기에는 어색한 ‘우정’이라는 진한 단어까지 써가며 서로에 애틋함을 보인 두 사람의 대화가 오가면서 분위기는 숙연해졌죠.

우 원내대표에게 이 총리와 브로맨스의 이유를 물었더니, “세월호 특별법 협상 과정에서 나의 얘기를 귀담아 들어주고 많이 배려해 줬다”는 답이 돌아왔습니다. 우 원내대표는 지난해 10월 결선투표까지 가는 접전 끝에 이종걸 의원을 이기고 경선에서 승리하면서 원내대표에 올랐는데요. 박영선 전 원내대표가 세월호 특별법 협상 등에서 당내 비판 여론을 못 견디고 사퇴한 후 당이 큰 위기에 있었던 터라 우 원내대표로서는 당 위기를 수습해야 했고, 특히나 세월호법 정국에서 특별법 협상을 마무리하는 것이 가장 큰 숙제였습니다. 때문에 여당 협상 파트너인 당시 이완구 새누리당 원내대표와 호흡이 무엇보다 중요했습니다.

우 원내대표는 그 과정에서 파트너인 이완구 대표에 대한 상당한 신뢰를 쌓게 됐다고 하는데요. 무작정 자신의 입장만 밀어붙이기보다 상대방 의견을 들으려 애쓰는 모습이 상당히 인상적이었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속과 겉이 다른 모습을 별로 찾아볼 수 없었다고도 했습니다.

그런 이 대표가 총리 후보가 되고 인사청문회에서 갖가지 문제점들이 드러나면서 결국 ‘사퇴해야 한다’며 공격 해야 하는 상황까지 처했던 것이죠. 당시 이완구 총리 후보자 측은 몇 가지 문제에 대한 비판이나 지적까지는 달게 받겠다는 입장이었지만 야당 측에서 사퇴 카드를 꺼냈을 때는 상당히 당황했다는 후문입니다. 우 원내대표는 “김재원 원내 수석부대표 등도 사퇴카드는 좀 지나친 것 아니냐고 했지만 원내대표로서 입장이 있다고 얘기 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도 마음은 무겁고 불편했던 것이죠.

이완구-우윤근 두 사람의 보로맨스를 바라보면서 여당, 야당의 원내대표들의 바람직한 관계는 무엇일까에 대해서 생각해 봅니다. 만나기 싫어도 만나서 뭔가를 논의, 협의해야 하고 당의 목적 달성을 위해서는 더 많은 것을 얻고 덜 잃어야 하고 그러려면 마음 속에 있는 말과 다른 말을 해야 하는 경우도 많죠. 결국 서로 주고 받아야 하는 ‘협상’을 해야 하는 두 사람의 관계. ‘불가근불가원(不可近不可遠)’. 가까이 할 수도 멀리할 수도 없는 것이죠. 사이 좋다고 나쁠 게 없는 사람 관계지만 적어도 정치인들은 나중에 어떤 인연으로 어떤 관계로 만나게 될지 모르니까요.

박상준기자 buttonpr@hk.co.kr

총리와 야당 원내대표, 그 끈끈한 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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