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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익위 역량 우려… 자의적 해석 혼란… 反부패법 곳곳 지뢰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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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익위 역량 우려… 자의적 해석 혼란… 反부패법 곳곳 지뢰밭

입력
2015.03.04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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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익위 인력·예산 부족, 조사 업무 범위·수준 방대할 듯, 기재부 등 예산 지원 여부가 관건

부정 청탁 여부 판단 어려워, 기관장 눈감아 주면 처벌 못해, 자의적 판단 견제 장치도 없어

검·경 권한 남용 여지, 조사 의뢰 선별적 수사 가능성, 유무죄 관계없이 여론재판 될 수도

정의화 국회의장이 3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김영란법의 가결을 선포하자 회의장 정면의 대형 화면에 그래픽으로 표결 결과가 표시되고 있다. 배우한기자 bwh3140@hk.co.kr
정의화 국회의장이 3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김영란법의 가결을 선포하자 회의장 정면의 대형 화면에 그래픽으로 표결 결과가 표시되고 있다. 배우한기자 bwh3140@hk.co.kr

김영란법이 우여곡절 끝에 3일 본회의를 통과했지만 앞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도 산적하다. 위반 행위 신고 내용 확인ㆍ조사를 담당하게 될 국민권익위원회 역량 부족, 신고 대상 소속 기관장의 자의적 해석으로 인한 혼란 등이 당장 문제점으로 제기되고 있다. 검찰이나 경찰이 공직사회를 좌지우지하는 ‘검경공화국 조성법’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시행까지는 1년 6개월이라는 시간 여유가 있긴 하지만 공직자와 사립학교 교직원, 언론사 종사자와 그 배우자를 포함해 약 300만명에 이르는 적용 범위를 감안할 때 곳곳이 지뢰밭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비등하다.

김영란법의 실무를 담당할 권익위의 기능과 역할에 대한 우려는 법안 제정 초기부터 꾸준히 제기됐다. 특히 신고자를 상대로 사실 관계를 확인하고 그 내용을 검찰, 경찰 등 조사 기관에 이첩하기에는 인력ㆍ예산이 턱없이 모자라 부실 조사에 대한 우려가 끊이지 않고 있다. 권익위 관계자도 “지금까지 조사 업무를 해왔지만 김영란법은 그 범위와 수준이 이전과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라 걱정이 크다”며 “기획재정부와 안전행정부가 예산ㆍ인력 확충을 얼마나 지원해 줄 수 있는지가 관건”이라고 걱정했다.

당장 법 시행에 앞서 법 적용 대상자는 물론 국민들을 상대로 김영란법을 설명하고 홍보하는 단계에서부터 권익위가 난관에 봉착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오경식 강릉원주대 법학과 교수는 “현재 권익위 규모로는 폭증할 신고를 처리할 역량이 부족하다”며 “사실 관계 확인 역시 전문성이 결여돼 추가 민원과 민사 소송이 잇따를 것”이라고 우려했다.

일차적으로 부정 행위 신고를 접수하는 소속 기관장과 권익위가 자의적 판단을 남발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이날 통과된 법안에 따르면 청탁을 받은 공직자를 포함해 국민 누구나 소속 기관장이나 권익위원장에게 신고를 할 수 있다. 신고를 받은 기관장이나 권익위원장은 100만원이 넘는 금품수수의 경우 곧바로 검찰, 경찰에 수사의뢰를 하면 된다. 문제는 100만원 이하의 금품수수와 부정 청탁의 경우다. 이 경우 기관장과 권익위원장이 직무 연관성이 있는지, 같은 목적으로 여러 차례 청탁을 했는지 등을 따져 보고 부정 청탁이라 볼 수 있는지 등을 판단해야 한다.

이와 관련 소속 기관장이 부정 청탁 신고를 받고도 일부러 눈감아 주면 처벌할 도리가 없다. 오경식 교수는 “공직자가 부정 청탁을 여러 번 받고 소속기관장에게 신고할 경우 기관장이 자신의 정치적 이해와 호불호에 따라 자의적으로 판단할 가능성이 높다”며 “현행 법에서는 이런 자의적 판단을 견제할 장치가 전혀 없다”고 지적했다.

김영란법의 정착을 위해 제보자를 보호하고 보상ㆍ포상금을 지급하는 이른바 ‘법파라치’ 조항의 실효성도 도마에 오르고 있다. 법파라치가 브로커화할 경우 정치적 이해 관계에 따라 제보와 신고를 남발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국회 정무위 관계자는 “법안 심사 과정에서 액수를 줄이거나 포상금만 지급하는 등의 대책 마련이 논의됐지만 공익신고자신고법과 충돌한다는 이유로 교정할 수 없었다”고 털어놨다.

검ㆍ경의 권한남용 우려도 여전하다. 검찰 간부 출신의 한 변호사는 “검ㆍ경이 권익위원장이나 소속기관장으로부터 조사 의뢰를 받고도 즉시 처리하지 않고 정보 관리 차원에서 선별적으로 조사 및 수사권을 행사할 수 있다”며 “조사하는 과정에서도 대상자가 알려지게 될 경우 유무죄와 관계 없이 여론 재판으로 흐를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1년에 300만원 이하 금품수수로 수사 의뢰가 들어오면, 영장 없이도 대상자의 1년 치 금전 거래를 들여다 볼 수 있어 사생활 침해 논란도 일고 있다.

박상준기자 buttonp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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