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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 안내견' 미담이, 그 후의 이야기

입력
2015.03.02 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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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내견 미담이(래브라도 리트리버·11살)를 처음 본 것은 3년 전 여름이었습니다. 안내견이 실제 어떻게 활동하는지 알아보고 싶었기 때문에 에버랜드가 위탁운영중인 삼성화재 안내견학교의 문을 두드렸고, 6년차 베테랑으로 활동하던 미담이와 김경민(인왕중) 선생님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미담이는 안내견 가운데서도 가방 끈(?)이 길기로 유명합니다. 김 선생님이 숙명여대 문과대학을 7학기 만에 수석 졸업하는 동안, 또 인왕중학교 교사로 활동한 4년간을 합쳐 무려 7년반이나 학교를 다녔기 때문이죠. 인터뷰하는 내내 선생님 옆을 지켰던 미담이. 당시 선생님과 미담이를 보면서 한쪽만의 일방적 희생이 아닌 서로의 굳건한 믿음과 사랑이 있어야만 안내견 활동도 가능한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지난해 미담이가 10살의 나이로 은퇴한다는 소식을 접하게 되었습니다. 때문에 미담이가 어느 집으로 갈 지 궁금했고, 또 은퇴견은 어떤 삶을 살아가게 되는지 알고 싶어졌습니다.

미담이(왼쪽)와 나무. 삼성화재 안내견학교 제공
미담이(왼쪽)와 나무. 삼성화재 안내견학교 제공

미담이가 은퇴 후 함께 살게 된 가족은 12년간 안내견 자원봉사를 해 온 최선경씨였습니다. 이미 고관절로 어렸을 때 안내견에 탈락한 나무(래브라도 리트리버·13살)가 집에 있었죠. 집에 들어서자마자 각각 28㎏, 25㎏의 미담이와 나무가 처음 본 사람임에도 세차게 꼬리를 흔들며 맞아주었습니다. 냄새를 맡고 얼굴을 비비고 정말 사람을 좋아하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인터뷰가 진행되는 동안 사람으로 치면 60, 70세 노령견답게 각자의 위치에서 휴식을 취하더군요.

미담이가 김 선생님을 그리워하지는 않는지, 새 집에는 잘 적응하고 있는지 물었습니다. 그리워하는지는 직접 물어볼 수 없으니 알 수는 없었지만 밥도 잘 먹고, 터줏대감인 나무와도 잘 지낸다고 합니다. 서로 약간씩 샘을 내긴 하지만 애교로 봐줄 정도라고 하고요.

최선경씨가 안내견 활동하다 은퇴한 미담과 11년째 같이 살고 있는 안내견 탈락견 출신 나무에게 간식을 주고 있다. 삼성화재 안내견학교 제공
최선경씨가 안내견 활동하다 은퇴한 미담과 11년째 같이 살고 있는 안내견 탈락견 출신 나무에게 간식을 주고 있다. 삼성화재 안내견학교 제공

산책을 하자 미담이의 얼굴이 급격히 밝아졌습니다. 8년간 보행습관이 남아 있을까요. 하네스(시각장애인과 안내견이 서로의 움직임을 전달하고 안전하게 보행하도록 설계된 장비)와 노란색 안내견 조끼를 벗어서인지 그냥 평범한 반려견 다웠습니다.

안내견으로 활동하면서 김 선생님의 눈과 벗이 되어주었던 미담이. 김 선생님이 가는 곳이면 어디든 함께하며 사랑 받고 행복했다면 이제는 평범한 반려견으로서 새 가족과 함께 오랫동안 건강하고 행복하게 지내길 바랍니다.

고은경기자 scoopk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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