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 빠지고 손 놓는 사회전반 분위기

2년 허송에 산적한 현안도 해결 난망

정치 복원이 모든 문제극복의 출발점

‘3+2’ 공식이란 게 있다. 물론 과장 섞인 일반화지만, 대체로 공직 행태가 그랬다는 게 세간의 경험적 인식이다. 초기에야 다들 긴장하지만, 3년쯤 지나 슬슬 정권의 힘이 떨어지면 이후는 대충 늘어진다는 말이다. ‘복지부동’ 질타는 늘 그때부터다.

“요즘 관(官)에 서류 하나 넣으면 감감무소식이다. 어디서 왜 멈춰 있는지 확인도 어렵다. 분위기가 눈에 띄게 풀어져있더라.” 지방 사업가인 지인의 엊그제 전언이다. 그러고 보니 얼마 전 감찰기관 인사로부터도 비슷한 개탄을 들었다. “‘3+2’가 ‘2+3’으로 바뀌고 있다고 한다”던 그의 부연까지 떠올리면 몇몇의 특수경험이 아닌, 실제 ‘현상’일 가능성이 높다.

때마침 어제 한국일보에 현 공직사회 분위기를 전하는 기사도 올랐다. ‘불안, 푸념, 무기력, 자조, 좌절 ….’ 매 5년마다 2년의 허송도 기막힌 터였다. 더욱이 이런 나쁜 습벽은 대개 불가역(不可逆)이다. 이제부턴 나라가 무동력 항해를 해야 하는 기간이 더 길어진다는 얘기다.

그러잖아도 현 정부는 지금껏 뭐 하나 한 게 없다는 가혹한 평가를 듣는다. 창조경제, 경제혁신 3개년 계획, 4대 부문 개혁 등 거대구상들을 줄줄이 쏟아냈지만 여전히 와 닿지 않는 수사(修辭)들이다. ‘창조경제혁신센터’들이 있긴 하나 소프트웨어 충전 가동이 불확실한, 아직은 방(房)만 만들어지는 수준이다. 게다가 증세ㆍ복지 구조조정 같은 감당키 어려운 일감들은 계속 얹힌다. 할 수 있다면 피하고 싶겠으나, 이미 외면할 수 없는 난감한 국면에 몰렸다.

정부는 올해가 ‘골든타임’이라고 했다. 허송한 2년의 변명과 분위기 반전용 어휘인데, 안 됐지만 기대로만 그칠 것 같다. ‘2+3’이 현상이라면 정책동력은 이미 전 같지 않을 것이다. 더욱이 당면 현안들이라는 게 하나하나가 다 엄청난 마력의 초강력 엔진을 풀가동해야 가능한 일들이다.

동력 떨어뜨리는 공직사회의 사기 침체를 당사자들에만 돌릴 건 아니다. 기대를 접고 힘 빠지는 민심의 반영일 것이다. 하기야 주 엔진이어야 할 당(黨)에서부터 김 빠지는 소리 요란하니 원인을 멀리서 찾을 것도 없다.

“정치란 게 별게 아니라, 국민 잘 먹이고 따뜻이 입히는 것”이라고 쉽게들 말한다. 정부 역할의 요체가 경제라는 의미다. 그래서 다들 경제대통령을 표방하고 경제 살리기를 최우선으로 내걸었다. 국민도 경제를 좀더 잘 다룰 것 같은 인물을 내리 뽑아주었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최근 정권의 성패는 매번 경제 아닌, 정치에서 갈렸다. 실패했거나, 역시 성공 가능성이 옅어지는 전ㆍ현직 세 대통령이 다 마찬가지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정치를 혐오했고, 이명박 전 대통령은 경시했으며, 박근혜 대통령은 아예 발도 담그려 들지 않았다. 야심 찼던 목표들은 그렇게 대부분 거센 대립과 갈등에 휘말려 흐지부지됐다. 경제적 성과도 제대로 나올 턱이 없으니, 국민은 내내 “IMF 때보다 더 살기 어렵다”는 말을 달고 산다. 도대체 언제적 IMF사태던가.

정치란 잘못 다루면 모든 현안들을 빨아들여 뭉개버리는 늪과 같다. 논의, 조정, 타협, 배려, 설득, 통합 등의 성가신 행위를 거치지 않고선 어떤 목표도 제대로 현실화하기 어렵다. 단언컨대, 정치 복원 없이 경제 살리기는 꿈이다. 그러니 근원은 경제 아닌 정치다. 이걸 인식하지 못하면 어떤 해법도 없다.

당장 청와대가 난국돌파용으로 고심 중인 개각 및 2차 인적 개편에서도 이런 인식을 과감하게 담지 못하면 또 헛심만 쓰게 될 개연성이 크다. 지금은 누구누구 별 차이 없는 몇몇 정책실무자 선택이 중요한 게 아니다. 정치인식을 확 바꾸겠다는 확실한 사인을 국민에 주지 않고는 별 효과 없을 것이다. 늦었지만 그게 그나마 앞으로 부분적 복구라도 기대할만한 방안이다.

92년 미 대선에서 클린턴이 써먹어 재미 본 “바보야, 문제는 경제야” 구호는 20여 년이 지나 낡고 쓸모 없어졌다. 이제는 분명하게 “바보야, 문제는 정치야(It’s the politics, stupid) ”다. 유난한 대립과 갈등에 발목 잡혀있는 대한민국에서라면 특히나.

주필 junlee@hk.co.kr

인기 기사

api_db 저작권자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