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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바르고 옳은 사회를 위한 소망

입력
2015.02.05 2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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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아독존식 사고가 갈등의 원인

우간다보다 낮은 국가경쟁력 현실

상대에 대한 경청과 배려로 풀어야

바르고 옳은 사회, 정의 사회를 일컫는 표현이다. 바르고 옳다는 것은 객관적이어야지 주관적이어서는 안된다. 특정한 경우를 일반화시키는 오류를 범해서도 안된다. 그러나 누가 보아도 옳고 바르지 않은데 정의를 들먹인다면 지탄받아야 하고, 고쳐져야 한다. 지난해 말 통일준비위원회는 남북간 상호 관심사에 대해 대화를 가질 것을 북측에 공식적으로 제의했고, 이에 대해 북한은 정의를 거론하며 우리 정부를 원색적으로 비난한 바 있다. 북한이 정의란 용어를 갖다 대는 것을 누가 올바른 언어 선택으로 받아들일 것인가. 정의를 자신의 해석으로 아전인수하는 극단적 경우를 본 것이다.

그만큼은 아니어도 우리 사회에서 복잡한 상황이 벌어지면, 서로가 자신이 옳고 바르다고 강변하는 경우를 어렵지 않게 본다. 그래서 무엇이 옳고 바른 것인가를 가려내는 것이 현재 우리 사회의 우선적 과제가 아닐 수 없다. 지역 갈등, 빈부 갈등, 청ㆍ장년 간 갈등을 푸는 열쇠도 여기에 있다. 그러나 현실은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는 점이 문제다. 각각의 지지 기반을 갖고 있는 여당과 야당이 자신들의 주장과 판단만이 옳고 바르다고 우기는 경우가 빈번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국가의 미래를 고민하고, 국민의 삶을 행복하게 이끌어가야 할 책임이 있는 정치집단들이 자신만의 견해를 옳고 바르다고 우기니, 사람들 간의 오해와 갈등이 깊어지는 것은 아닐까 적잖이 우려된다.

복지와 관련해 무상급식을 전면적으로 할 것인가, 선택적으로 할 것인가. 공무원연금제도를 개편할 것인가, 말 것인가. 다양한 이슈나 사안과 관련해 대한민국은 대립과 갈등 속에 빠져 있다. 공무원연금제도에 대해서는 한쪽에서는 매년 막대한 세금 투입으로 국가재정에 큰 부담이 되고 국민연금에 비해 몹시 후한 급여를 받게 된다는 이유를 들어 제도개편이 조속히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다른 쪽은 정부가 추진하는 공무원연금개편은 지극히 잘못된 논거에 기반한 것으로, 국민을 오판하게 하고 불안을 증폭시키고 있다고 반발하고 있다. 어느 쪽이 옳은가는 상대의 주장에 귀를 기울이고 그 논거를 하나씩 따져가며 짚어보면 결론이 날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 정치권은 그런 논의를 심도 있게 해나가기 보다 자신의 주장이 바르고 옳은 것이라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을 뿐이다. 언제부터인가 가진 자와 갖지 못한 자라는 이분법적 대립 사고가 확산돼 왔고, 이런 대립구조로 인해 국가적 이슈가 등장하기만 하면 서로가 경원하고 미워하는 지경에까지 이르게 됐다. 대립과 갈등을 메워가야 할 정치인들이 앞장서서 상대를 비난하는데 앞장서고 있으니, 범인(凡人)들은 어디에 귀를 기울이고 또 누구를 믿고 따라가야 할지 그들이 야속하게 느껴진다. 내가 속한 집단끼리 만나서 얘기하면 괜찮고, 나와 다른 속성의 집단이 모이면 잘못이라는 생각을 극복하고 함께 가도록 이끌어 가야 하는 것이 리더 아닌가. 사회적 지도자라면 자신들만의 정의관에 파묻혀 있지 않아야 한다.

젊은 세대들은 결혼을 꺼리고, 결혼하더라도 2세 출생을 피하려 하는 것이 현실이다. 미래세대가 미래에 대한 희망을 갖지 못하는 환경에 놓여 있는 것이다. 이런 고민을 풀고, 밝은 미래를 그리도록 선도하는 것이 정치인이고, 정당이다. 그러나 최근 세계경제포럼(WEF)이 발표한 2014년 국가경쟁력 평가를 보면 우리나라 정치인에 대한 신뢰는 세계 97위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우간다나 베트남보다 낮은 순위다. 이는 옳고 바름을 두고 국민과 정치권의 생각이 한 방향을 향하고 있지 않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정치인, 정당은 국민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세심하게 들여다보고, 경우에 따라서는 많은 국민이 원하지 않더라도 미래를 위해 어려운 선택을 하도록 설득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자신의 동굴 안에 앉아 출입구를 보면 햇빛이 들어오는 동굴의 구멍만큼만 보게 된다. 함께 머리를 맞대고 고민해 나간다면 어떤 난제라도 충분히 풀어나갈 수 있다. 우리가 뽑은 정치인들이 옳고 바른 판단을 할 것이고, 더 밝은 미래를 선도할 것이라는 신뢰를 갖는 것이 소망에 그치지 않기를 바란다.

성재호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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