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액공제 문제를 국민 착시로 치부

원인은 세법 공개성과 투명성 결여

오류 시인하고 책임지는 자세 필요

새해 인상된 담뱃세 부담이 서민들의 어깨를 무겁게 누르는 와중에, 또 다른 세금 문제가 불거져 우리 사회를 혼란스럽게 하고 있다. 그간 ‘13월의 월급’이라 불리던 연말정산 환급금이 대폭 삭감되거나 일부의 경우 추가 납세까지 발생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한 것이다.

납세자들의 성난 민심이 수일째 가라앉지 않고 확대될 조짐을 보이자, 결국 정부가 해명을 했다. 2012년 말 이후 월말 원천징수 금액을 줄이면서 연말정산의 환급금 자체가 줄어든데다 2013년 세법개정에 따른 세액공제 전환 조치가 더해져, 갑자기 세금이 크게 늘어난 것처럼 보이는 착시효과가 발생했다는 것이다.

만일 이런 주장이 사실이라면 그간 거위 취급을 당해온 불쌍한 납세자들은 이제 눈까지 멀어버린 초라한 신세로 전락하는 셈이 된다. 우리가 지금 목도하는 납세자들의 거센 반발은 정말 눈먼 거위들의 무지의 소치가 빚어낸 한차례 소동에 불과한 것일까? 결단코 사실과 다르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납세자들이 분노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바로 세액공제 전환 세법개정 과정에서 공개성과 투명성이란 조세정책의 기본원칙이 지켜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오랫동안 유지되어온 소득공제 제도를 변화시키면서 정부는 사전에 공청회나 정책토론회를 통해 근로소득자들의 의사를 간접적으로나마 수렴한 적이 있는가? 2013년 8월의 세법개정안을 통해 세액공제 전환 조치가 전격적으로 발표된 이후 여론의 관심은 아쉽게도 증세 여부와 중산층을 가르는 기준에 대한 소모적인 논쟁에 집중됐다.

조세정책의 변화에 있어 우리가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하는 것은 바로 ‘누가 얼마나 더 세금을 내야 하는가’라는 세 부담의 귀착인데도, 이 문제는 국회 조세소위심사에서조차 제대로 다루어지지 않았다. 시간에 쫓기는 국회가 정부가 제출한 빈약한 자료에 의거하여 심사를 서두르는 관행은 2013년 말에도 어김없이 반복됐던 것이다.

결국 세액공제 전환에 대한 최초의 과세가 실제로 이뤄진 올 1월 근로소득세 연말정산 결과가 개별납세자에게 통고됨과 동시에 행정부의 일방적인 세법 개정과 국회의 졸속 심사는 그만 재앙으로 돌변하고 말았다. 정부가 발표한 평균치를 훨씬 초과하는 세금이 부과된 근로소득자들이 대거 속출하면서, 다수의 납세자들이 한 목소리로 정부와 국회를 향해 분노를 쏟게 된 것이다.

기존에 소득공제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던 계층이 바로 세금 증가의 주된 대상임에도 세법 개정 과정에서 이들의 세금이 어느 정도 증가하게 되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이 없었던 결과이다. 전체 근로자를 대상으로 한 평균적인 세 부담 증가는 적극적인 공제 활용층의 세금 증가를 유추하기에는 거리가 너무 멀다. 각종 공제의 개인 간 편차가 너무 크기 때문이다.

이러한 점을 잘 알고 있는 정부는 순조로운 세법개정안 통과를 위해 이 제도의 영향을 가장 크게 받는 계층의 구체적인 세금 인상 정보를 의도적으로 공개하지 않았다는 혐의를 받기에 충분하다. 정부 주도 조세정책의 일방주의와 비밀주의, 그리고 국회의 부실 심사가 빚은 참사를 착시효과라고 변명하는 것은 사실을 크게 호도하는 것이다. 자신들의 무능을 국민의 탓으로 돌리는 무책임한 자세이다.

국가정책의 근간인 조세정책에서 국민의 신뢰를 상실하고서 어떻게 우리 사회가 유지될 수 있겠는가? 정부와 국회는 단순히 여론무마용으로 두세 가지 세액공제율의 인상을 말하기에 앞서 납세자가 분노하는 이유를 진정으로 깨닫길 바란다. 의도적이든 미숙했든 잘못된 정책수립 과정의 오류를 시인하고 진정으로 사과해야 한다. 국회도 조세소위 위원들을 중심으로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또 앞으로 중요한 세제의 개정 이전에 공청회와 정책토론회 개최 의무화 등 이러한 문제를 제도적으로 보완하는 방안을 약속해야 한다. 국회도 조세소위 심의가 정당간 이해득실의 경연장이 되지 않도록 회의내용을 실시간으로 공개하는 방안과 중립적인 외부 조세전문가나 납세자 대표의 참여를 허용하는 방안에 대해 신중하게 고려하길 바란다.

조세정책의 책임성 제고와 제도 개선이 약속된 이후에야 비로서 우리는 근로자 세 부담을 조금이라도 덜어드리기 위한 조치로 의료비 지출의 소득공제 유지나 추후 예정된 세액공제전환 항목들의 공제율을 점진적으로 인하하는 기술적인 논의에 착수할 수 있을 것이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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