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계수명이 끝나 가동을 멈춘 월성 원자력발전소 1호기 재가동 여부를 가리기 위해 15일 열린 제33회 원자력안전위원회 전체회의는 규정을 무시하고 회의를 방해한 방청객들 때문에 제대로 진행되지 못했다. 소란을 피운 방청객 중에는 국회의원도 있어 원안위가 눈치 보느라 제 소임을 포기한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당일 회의에는 10여명이 방청인으로 참석했다.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과 민간검증단이 제출한 보고서를 놓고 원안위원들과 관계자들 사이에 질의응답이 오가던 중 방청석에 앉아있던 국회의원이 회의를 똑바로 진행하라며 고함을 질렀다. 원안위 방청규정에는 ‘방청인은 회의진행 중 발언을 할 수 없으며, 의사진행에 방해가 될 수 있는 소란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명시돼 있다. 이 규정은 방청인이 반드시 숙지하도록 방청 신청서에도 쓰여 있다. 방청규정은 또 규정을 위반한 방청인에 대해 입장을 제지하거나 퇴장을 명할 수 있다. 그러나 원안위 관계자는 “규정상 방청 금지 조치를 하는 게 옳지만, 현역 의원의 방청을 막으면 문제가 될까 봐 제지할 수 없었다”며 난감해 했다.

이후 회의분위기는 급격히 어수선해졌다. 위원들의 질문에 답하던 민간검증단장이 돌연 국회 일정을 이유로 자리를 떴다. 그러자 방청객 중 한 사람이 민간검증단 일원이라며 단장 자리로 나와 대신 답변을 했다. 원안위 회의 배석자는 회의 전 미리 원안위 사무처와 위원들이 합의해 정한다. 이 원칙이 깨졌는데도 원안위는 “민간검증단 발언을 막으면 회의를 특정 방향으로 몰아간다는 비난이 나올 수 있어 어쩔 수 없었다”고 해명했다.

원안위의 무원칙 대응은 이번뿐 아니다. ‘경주 중ㆍ저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분시설 사용전검사 등 결과(안)’이 상정됐던 지난달 11일 제32회 전체회의에선 한 방청인이 회의 내용을 녹음하다 적발되기도 했다. 방청 중 녹음 금지 규정을 어기면 역시 퇴장을 명할 수 있지만, 당시 원안위는 해당 방청인에게 규정을 재확인해줬을 뿐이다.

방청 규정 준수는 회의 객관성과 공정성 보장을 위한 전제조건이다. 방청객이 소란을 피우거나 녹음하는 등의 행위는 위원들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일부 위원들 사이에선 이렇게 무질서하게 회의가 진행되면 신변 안전에 위협을 느낄 만한 상황이 생길 수 있겠다고 우려한다. 방청인은 인화성물질 같은 위험 물품이나 기록이 가능한 노트북 등을 소지할 수 없다는 규정이 있지만, 회의장 입장 때 소지품 검사가 이뤄지지 않는다.

국가 중대사안을 결정하는 회의의 규정은 반드시 준수돼야 하고, 규정이 잘못됐다면 바로잡아야 한다. 원안위 관계자는 “방청 규정을 둘러싸고 위원들과 방청객 양쪽에서 모두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며 “개선 방안을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임소형기자 precar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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