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가족 하늘나라 아들에게 카톡… 아들 마음 대신해 따뜻한 답장 보내와

아픔 치유해 준 배려, 모두가 간직해야

지난해 9월 4일 오후 경기 안산 하늘추모공원 단원고 희생자 봉안당을 찾은 시민들이 희생된 학생들의 사진과 추모편지들을 보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새해가 막 시작됐는데 수많은 세월이 흘러간 듯하다. 하루가 멀다 하고 터진 사건과 사고 때문이다. 의정부 아파트 화재에서 양주와 남양주, 서울 도곡시장 화재도 있었다. 그 사이 서초동 일가족 살해 사건, 안산시 살인 인질극이 있었다. 인천 송도 어린이집 아이 폭행사건도 있었다. 모두가 흔하게 보기 어려운 사건과 사고다. 순둥이의 상징이라는 양(羊)의 해가 열린 지 불과 보름 사이다. 꿈결 속 파노라마같이 찢어지고 구겨진 채 상처와 아픔이 각인되어 가고 있다.

우울하고 불안하고 분노에 찬 뉴스 가운데 하나의 기억이 또렷하다. 그 모든 나쁜 뉴스들을 상쇄하고도 남을 만한, 지금도 마음 속에 가장 크게 자리잡고 있는 참 좋은 뉴스가 있었다. 생각만 해도 가슴이 먹먹하고 콧등이 시큰해 진다. 지난 13일 있었던 그 일을 ‘하늘에서 온 편지’라고 부르고 싶다.

세월호 참사로 아들(단원고 2학년)을 잃은 아버지가 그리움을 이기지 못해 카톡으로 문자를 보냈다. 오래 전부터 부자간에 함께 썼던, 참사 이후 폐쇄됐던 아들의 휴대폰 번호를 두드린 것이다. “아가 잘 있었니? 아빠가 넘 죄가 많아서 울 애기가 이리 돼서 아빠가 넘 미안해 아가 잘못했어 아빠 용서해주렴 응? 아빠 늙어 죽어가든 아빠 잊어버리면 안돼 응? 점심이랑 잘 먹고 친구들과 잘 지내렴 응? 그럼 담에 또 하자 아가 아가.” 오후 1시41분 점심을 걸렀을 게 뻔한 아버지가 하늘로 보낸 편지였다. 그날 어둠이 찾아온 오후 6시6분 아버지는 아들에게 다시 카톡을 보냈다. “하늘에 별이 된 내사랑 ○○○ 저녁 먹었니?” 아버지는 그날 저녁도 제대로 들지 못했을 것이다.

저녁 7시33분, 아들에게서 답장이 왔다. “전 잘 지내고 있어요 아빠도 행복하게 잘 지내고 계세요 그리고 전 정말 괜찮으니까 천천히 건강하게 오래오래 지내다가 오세요! 사랑해요♡” 놀란 아버지가 보낼 수 있는 답글은 “헉” 한 자뿐이었다(오후 7시37분). 상황을 헤아리는데 10분 가까운 시간이 흘렀다. 마음을 추스른 아버지는 ‘아들’에게 답장을 띄웠다. “이제 알겠어요 제 아기 폰 번호 쓰시는군요 행여 번호가 세월호로 희생된 아기 거라고 기분이 나쁘진 않은 것 같아서 감사 드려요 △△△△는 제 아기 생일이에요 제 아기가 선택했죠 어디 사시는 분인지 몰라도 오래오래 써 주세요 감사합니다♡”

기다렸다는 듯 ‘아들’은 바로 답장을 보내왔다. “그랬군요… 저한테도 △△△△가 조금 특별한 날이라서 번호를 맞추려고 했는데 우연치 않게 이 번호 하나밖에 남은 게 없다고 하시더군요 불편하거나 그렇지 않으니 아이 생각나실 때마다 이 번호로 카톡 주셔도 괜찮습니다 그리고 올 한해 정말 건강하게 보내셨으면 좋겠어요♡”

이들의 카톡은 이어진다. “정말 마음이 따뜻한 분이시네요 ○○○도 너무도 착한 아이였는데 하늘에서 좋아하고 있겠어요ㅎ”(아버지) “○○○가 저한테 이 번호 줬다고 생각하고 오래오래 소중히 잘 쓰고, 항상 기억하도록 할게요! 아버님도 ○○○에게 하고 싶으신 말, 이 카톡으로 계속 보내 주세요 저 정말 괜찮아요!”(‘아들’) “네 감사해요 정말 감사해요 편안한 밤 되세요(^-^)”(아버지) 이날 이들의 카톡 대화는 저녁 8시30분에 끝났다. 아버지는 글을 보내는 데 다소 긴 시간을 들였을 테다. ‘아들’은 아버지의 그러한 마음을 잘 알고 있는 듯 지체하지 않고 바로 응답을 보내왔다.

기억하고 싶지 않은 세월호 참사 얘기라서 그랬는지 모르지만 이들의 대화 뉴스는 별로 주목 받지 못했다. 왜 언론에서는 좋은 일은 다루지 않고 나쁜 일만 보도하느냐는 불만들이 많다. ‘2015년엔 좋은 소식만 들었으면’하는 마음들이 새해의 소망이기도 하다. 이들의 대화는 세월호 유가족들이 어떤 시간을 보내고 있는지, 일반인이 그들에게 어떤 마음을 갖고 있는지 잘 보여주고 있다. 누구에게나 가슴이 뭉클한 참으로 좋은 뉴스가 아닐 수 없다. 인터넷 사이에서 그냥 그렇게 흘려가게 내버려 둬서는 안되겠다는 생각에 아버지와 아들의 대화를 그대로 옮겨 적었다. 하늘로 보낸 편지에 하늘에서 답장이 왔다. 하나의 좋은 뉴스는 수많은 나쁜 뉴스보다 훨씬 오래도록 가슴에 남는다.

주필 bjj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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