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은경의 반려동물이야기]

지난달 20일 동물자유연대로 제보가 들어왔습니다. 경기 남양주시에서 주인이 있는 개 세 마리가 밭에 설치된 철제 사육장에 방치되어 있고, 그 중 한 마리가 굶어 죽은 것으로 보인다는 내용이었습니다. 동물자유연대는 남양주시청 동물보호자와 동행해 현장을 찾았는데 개 사체와 철창 속 개 두 마리를 발견했습니다. 이웃 주민들은 개 주인이 상습적으로 개들에게 사료와 물을 주지 않고 외부에 방치해왔고 2013년에도 개 한 마리가 폐사해 일부 주민과 마찰이 있었다고 했습니다. 반면 개 주인은 개가 다른 개와 싸워서 죽었다고 주장했습니다.

동물자유연대는 살아 있는 두 마리 개도 폐사할 가능성이 있는 피학대 동물로 보고 동행한 남양주시청 동물보호자에게 임시 피난 조치를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합니다. 시청 직원은 살아 있는 개 두 마리에 대해 ‘사육관리 미흡’으로 판단하고 사료와 물을 주고 추위를 막을 수 있는 시설을 제공하라는 권고조치를 했습니다. 동물자유연대는 또 죽은 개의 사인이 아사일 경우 ‘동물보호법상 학대 행위 금지’에 대한 위반에 해당해 남양주시 경찰서에 신고했지만 현장에 출동한 경찰은 수사를 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경기 남양주에 방치되어 있는 개 두마리. 동물자유연대 제공

동물자유연대는 사체를 확보해 농림축산검역본부에 부검을 의뢰했고 5일 위장관에 내용물(음식)이 없는 것으로 보아 오랫동안 사료 섭취를 못한 것으로 보인다는 사인에 대한 의견을 받았습니다. 동물자유연대는 동물보호법 위반으로 개주인을 고발했고 현재 남양주 경찰서 지능범죄수사팀에서 수사 중이라고 합니다.

현행 동물보호법에는 ‘고의로 사료 또는 물을 주지 아니하는 행위로 인하여 동물을 죽음에 이르게 하는 행위’를 동물학대로 규정하고 1년 이하의 징역 혹은 1,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하도록 하고 있는데요. 동물단체들은 학대혐의가 명백한데도 경찰이나 담당 공무원이 문제의식을 느끼지 않아 제대로 된 수사조차 이뤄지지 않는 경우가 많고, 또 현행법상 동물이 죽지 않으면 처벌이 이뤄지지 않아 사전에 피해를 방지하기 어렵다고 얘기하고 있습니다.

동물을 방치해 죽이는 사례는 빈번히 발생하지만 사인을 일일이 확인하기 어렵고 또 죽기 직전이라고 해도 개인 소유물인 동물을 소유주로부터 격리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합니다. 이런 점을 보완해 지난해 새누리당 민병주 의원이 발의한‘동물보호법일부개정안법률안’에는 ▦방치에 의해 현저한 신체적 위해를 가할 수 있는 행위를 학대행위로 규정하고 ▦피학대 동물을 소유주로부터 격리 조치해 보호할 수 있도록 하는 조항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 국회에서는 논의조차 되지 않고 있다고 합니다.

동물이 죽고 난 뒤 뒤늦은 처벌보다 굶기는 등 방치로 동물에게 위해를 가하는 것에 대해서도 법적 조치가 가능하다면 지금보다 더 많은 동물들이 보호될 수 있지 않을까요.

고은경기자 scoopk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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