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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람객이 바뀌어야 동물원 동물복지도 바뀝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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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람객이 바뀌어야 동물원 동물복지도 바뀝니다

입력
2015.01.01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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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간 9곳 방문해 비교 분석

"상업시설, 고객 요구 무시 못해.. 사육시설 등 실상 전하고 싶었죠"

최혁준군이 서울 능동 어린이대공원 동물원 내 실내에 전시되어 있는 새를 살펴보고 있다. 최혁준군 제공
최혁준군이 서울 능동 어린이대공원 동물원 내 실내에 전시되어 있는 새를 살펴보고 있다. 최혁준군 제공

지난달 중순 국내 9개 동물원의 복지수준을 평가한 책이 나왔다. 국내 동물원에 대한 전문적인 평가가 없는 가운데 나온 것이다. 더욱 눈길을 끈 것은 저자가 고등학생이라는 점. 주인공은 충북 청주 세광고 3학년 최혁준(19)군이다.

최 군은 “어릴 때부터 동물을 좋아해 틈날 때마다 동물원에 갔다”며 “처음에는 동물원 순위를 매겨보자는 단순한 생각에서 출발했는데 동물에 대해 알아가다 보니 동물 복지에 관심을 갖게 됐다”고 밝혔다. 그는 뭐가 부족한지 또 뭐가 필요한지 보였는데 이런 문제에 대해 눈 감고 소비만 하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 책을 쓰게 됐다고 설명했다.

비록 고등학생이지만 최 군이 동물원을 찾아 다닌 것만 3년, 평가 기준을 만들고 논문, 보고서, 단행본을 참고해가며 공부하고 보강조사 하는 데만 2년이 걸렸다. 중 3이던 2011년부터 개인 블로그를 운영하며 야생동물과 반려동물에 대한 정보를 올리고 사람들과 교류했다. 사진이 800장 들어가는 400쪽 책에 들어가는 글, 사진, 그림을 모두 최군이 직접 작성했다.

동물을 좋아하고 공부해 온 최군이지만 평가 보고서 개념의 책을 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블로그를 통해 이 프로젝트에 관심을 갖는 각 지역 중고교생들인 김민주(용소중 2), 이우진(배재고 1), 양성민군(비산중 2)을 만나 팀을 짜고 정보도 받고 의견도 교류한 것이 큰 힘이 됐다고 한다.

최 군은 “프로젝트 규모도 커지고 산정기준, 평가기준도 만들어가며 책 모양새를 갖춰가기 시작했다”며 “동물원들도 사건 사고도 많이 겪고 복지 쪽을 더 신경 쓰게 되면서 그 변화를 확인하기 위해 많게는 같은 동물원을 20번까지 찾아가기도 했다”고 말했다.

책은 서울동물원을 비롯한 전국 9개 동물원을 종보전, 동물복지, 개선과 발전, 교육과 전시 등의 분야로 나눠 평가했다. 종보전에 역행하는 근친교배, 이종간교배, 무차별번식과 획일적 사육시설, 동물원 쇼, 매너 없는 관람객에 대해 다뤘다. 또 짝을 잃고 슬픔에 빠졌던 북극곰 얼음이, 사육사를 물어 숨지게 한 호랑이 로스토프의 사연 등을 담았다.

최군은 “동물원도 상업시설이니 고객의 말을 들을 수밖에 없고 관람객에게 동물원을 아무 생각 없이 소비하는 곳이 아니라고 알려주고 싶었다”며 “관람객들이 바뀌어야 동물원도 바뀐다”고 강조했다. 동물원 철창 속 동물이 불쌍하다는 생각에 그치거나 그 책임을 동물원에 돌려버리고 끝나는 경우가 많은데, 결국 동물원 체험이나 쇼를 관람하고 소비하는 것이 동물들의 복지와 관련이 있다는 걸 알려주기 위한 시도라는 것이다.

최군은 지난해 수시합격에 실패했지만 올해도 동물관련학과 진학에 도전한다. 10일에는 독자들과 함께 서울대공원을 방문할 예정이다. 앞으로 동물에 대해 연구하고 동물을 위해 일하는 것이 목표라는 최 군은 “종보전이나 동물복지분야를 공부해 최대한 많은 동물들의 복지를 위해 일하고 싶다”고 말했다.

고은경기자 scoopk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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