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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수사결과를 지켜본 뒤 부처 차원의 추가 조사가 이뤄져야 할 것으로 본다.”

지난 29일 정부세종청사 국토교통부 기자실에서 열린 ‘대한항공 항공기 회항사건 조사관련 특별감사결과’ 브리핑에서 신은철 감사관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그간 밝혀진 국토부의 부실한 조사와 대한항공과의 유착의혹 등을 감안하면 ‘땅콩 회항’ 사건을 다시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는 취지로 해석됐습니다.

하지만 과연 조사가 제대로 이뤄질 수 있을지 우려하는 목소리는 벌써부터 나오고 있습니다. 우선 사건이 불거진 직후 구성된 조사단은 현재 일시 해산된 상태입니다. 지난 12일 조현아 전 부사장을 검찰에 고발한 이후 실질적인 조사 활동을 중단한 건데요. 국토부 관계자는 “조사 전반을 담당한 실무 과장들이 감사에서 징계처분을 받은터라 아무래도 진행이 힘들다. 일단 검찰수사를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검찰 고발 당시 ‘대한항공의 행정처분에 관련한 조사는 계속 진행하겠다’던 일성은 이미 힘이 빠져 버린 겁니다.

'땅콩 회항' 사건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대한항공 임원에게 조사 내용을 수시로 알려준 혐의(공무상 비밀누설)를 받고 있는 국토교통부 김모 조사관이 26일 오후 구속영장이 발부돼 서울 마포경찰서에서 구치소로 이송되고 있다. 연합뉴스

조사단을 재소집한다해도 기존 멤버로는 무리라는 지적도 나옵니다. 부실조사의 당사자들을 바꾸지 않고 그대로 추가조사를 한다면 어떤 결과가 나오더라도 신뢰할 수 없을 거란 겁니다. 더욱이 감사를 통해 문책이 내려진 직원 8명 가운데, 실제 (중)징계 처분은 검찰에 구속된 김모 항공안전감독관을 포함해 4명에 불과합니다. 특히 조사의 지휘감독 책임이 있는 이모 항공정책실장 직무대리, 권모 항공안전정책관 등 고위직이 단순 경고처분에 그친 점은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비판이 거센 상황입니다.

더욱이 감사를 거치며 국토부와 대한항공의 유착의혹은 갈수록 커지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게 사건 당시 비행기에 타고 있던 국토부 직원들의 관련 증언을 소홀히 다룬 부분인데요. 해외건설과 직원 2명은 조사 초기 조 전 부사장의 고성여부 등에 대해 자세히 진술했지만 어떤 이유에선지 조사단은 이를 외면하다 검찰고발이 이뤄진 16일에서야 제출 증거에 포함시켰습니다. 하지만 ‘국토부 직원’이 아닌 ‘탑승객’ 진술로 표기해 다분히 의도적인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습니다.

국토부는 19일에서야 당시 항공기 기장과 탑승구 관제담당자 간 교신내용을 확보했습니다. 대한항공이 자료요청에 끝까지 협조하지 않자 결국 외교경로를 통해 받은 건데요. 하지만 지금 국토부는 이 자료를 받아놓고 분석할 능력도 여유도 없어 보입니다. 과연 조사단은 언제, 어떻게 부활해 추가조사를 이어갈까요. 새해엔 더 이상 실망스런 모습을 보여주지 않길 바랍니다. 세종=김현수기자 ddacku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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