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명 거부 사유 안 밝히는 교육부

황우여 장관이 지난 10월 국감서 "당사자 통보" 밝혔지만 이행 안 해

"진보성향 인물 배제 목적" 의혹

경북대·방통대 1순위 후보자 거부, 한체대도 21개월째 총장 공백 상태

황우여 교육부 장관이 24일 국회에서 열린 법사위원회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적법한 절차를 거친 국립대 총장 후보의 임용 제청을 교육부가 뚜렷한 이유 없이 거부한 것과 관련해 황우여 교육부 장관이 지난 국정 감사에서 “임용 제청 거부 사유를 당사자에게 통보하겠다”고 밝혔지만 교육부가 이행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박주선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29일 교육부로부터 제출받은 ‘국정감사 질의 관련 답변 자료’에 따르면 교육부는 국정감사 이후 국립대인 한국체육대, 공주대 총장 후보의 임용 제청 거부 사유를 해당 후보에게 통보하지 않았다.

지난 10월 국정감사에서 황 장관은 “공주대, 한체대 등 국립대 총장 후보자에 대한 임명제청 거부 사유를 당사자에게 통보하겠다”(☞본보 10월 9일자 8면 기사보기)고 밝혔었다. 법에 규정된 절차를 거쳐 국립대 총장 후보로 선정된 이에 대해 교육부가 이유도 밝히지 않고 임용 제청을 거부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당시 국감에서 야당 의원들은 “거부 근거와 이유를 알려주지 않으면 해당 후보가 소명할 기회조차 가질 수 없어 행정절차법 위반에 해당한다”고 지적했었다. 국립대 총장은 대학에서 1,2순위 후보를 추천하고, 교육부 장관의 제청을 거쳐 대통령이 임명한다.

그런데도 교육부 관계자는 “위법을 다투고 있는 사안이므로 재판 결과에 따라 통보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황 장관과 다른 입장을 밝혔다. 교육부는 올해 9월 임용 제청을 거부당한 공주대 총장 1순위 후보 김현규 교수가 낸 ‘임용제청 거부처분 취소 소송’에서 패소하자 항소했는데 법원의 최종 판단을 지켜보겠다는 것이다. 대법원 확정 판결까지 2년 이상 국립대 혼란이 계속될 수 있다.

교육부의 석연찮은 임용제청 거부는 최근까지 이어지고 있다. 교육부는 지난 16일에도 1순위로 추천된 김사열 경북대 총장 후보에 대해 제청을 거부하고, 새 총장 임용 후보자를 선정하라는 공문을 내려보냈다. 김 교수는 민주화를 위한 전국교수협의회 회원으로 진보 성향의 학자로 분류된다. 앞서 7월엔 한국방송통신대 총장 1순위 후보로 류수노 교수가 추천됐지만 역시 교육부가 임용제청을 거부했다. 류 교수도 2009년 이명박 정부 규탄 교수 시국선언에 참여한 전력이 있다.

교육부의 잇따른 임용제청 거부로 한체대는 21개월째 총장 공백 상태고, 공주대도 9개월 째 총장 공석으로 학사 관리에 차질을 빚고 있다. 한 국립대 교수는 “결국 정권 입맛에 맞는 총장을 앉히기 위해 교육부가 ‘버티기’ 전략을 구사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강금수 대구참여연대 사무처장은 “교육부가 거부를 철회하지 않으면 국민감사 청구를 하고 교육부에 대한 소송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박주선 의원은 “황 장관이 국감에서 거부 사유를 밝히겠다고 했음에도 이를 번복한 것은 명백한 허위답변으로 처벌 받을 수 있다”며 “교문위 소속 의원들에게라도 보고할 것을 요청하며 이마저 거부할 경우 고발 조치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지용기자 cdragon25@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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