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마리의 제비로서는 능히 당장에 봄을 이룩할 수 없지만 그가 전한 봄, 젊은 봄은 오고야 마는 법. 소수의견을 감히 지키려는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것이다.” 고 민문기 대법관은 1977년 소액사건의 상고 범위를 다투는 사건에서 홀로(15 대 1) 소수의견을 내면서 시대상황에 빗대 이렇게 썼다. 그는 80년 10ㆍ26사건 상고심에서 동료 대법관 5명과 함께 “국헌문란 목적의 내란죄로 처벌할 수 없다”는 소수의견을 냈다가 법복을 벗었다.

▦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문과 헌법재판소 결정문에는 법정의견(다수의견)과 결론이나 이유가 다른 소수의견도 남기도록 돼 있다. 어제 혹은 오늘의 소수의견은 시대 변화에 따라 오늘 또는 내일의 다수의견이 될 수 있다. 한때 유행한 광고 카피를 빌리자면 “모두가 ‘예스’라고 할 때 당당히 ‘노’라고 말하는” 소수의견은 후배 법관들에게 판례에 도전할 용기를 북돋우고, 암울한 시절을 버티게 하는 숨구멍이 돼 주기도 한다. 혜안을 담은 소수의견으로 시대를 앞서 간 법관들을 ‘위대한 반대자들’이라 일컫는 이유다.

▦ 헌재의 통합진보당 해산 결정은 사실 예견된 일이지만 ‘8 대 1’의 결과는 충격이다. 논리비약, 억지로 가득한 다수의견과 조악하기 짝이 없는 보충의견 사이에, 반듯한 논리로 자리한 김이수 재판관의 소수의견은 그래서 더 빛난다. 특히 결정문 347쪽 중 180쪽을 차지한 반대의견의 결어는 그를 ‘위대한 반대자’로 부르기에 모자람이 없다. “(기각 의견은)통진당에 면죄부를 주고 옹호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바로 우리가 오랜 세월 피땀 흘려 어렵게 성취한 민주주의와 법치주의의 성과를 훼손하지 않기 위한 것이고, 대한민국 헌정질서에 대한 의연한 신뢰를 천명하고 헌법정신의 본질을 수호하기 위한 것이다.”

▦ 전수안 전 대법관은 널리 회자된 퇴임사(2012년)에서 사형제도와 양심적 병역거부 처벌 반대 소신을 밝히며 “이러한 견해들이 다수의견이 되는 대법원을 보게 되는 날이 반드시 오리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이어 대법관의 성비 불균형을 언급하며 “헌법기관은 그 구성만으로도 헌법적 가치와 원칙이 구현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그의 바람과 지적은 최고 재판기관에서 소수의견이 숨쉴 공간이 갈수록 좁아지는 지금, 더 절실하게 들린다.

이희정 논설위원 jaylee@hk.co.kr

통합진보당에 대한 정당 해산 심판 청구 선고가 열린 지난 19일 오전 서울 재동 헌법재판소에서 박한철 헌법재판소장이 판결문을 읽고 있다.신상순기자 sssh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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