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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타클로스는 정말 있다"는 유명한 이야기

입력
2014.12.23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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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타클로스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걸 알게 되는 건 아이들이 초등학교 들어가면서부터인 것 같다. 이때쯤 아이들은 뭔가 슬금슬금 의심하기 시작하고 그래서 직접 진실을 찾아 나선다. 아빠 엄마에게 물어보지만 어른들이 처음부터 바로 답을 말해줄 리 없다. 산타클로스의 진실을 눈으로 확인하기 위해 크리스마스 이브를 자는 척 뜬 눈으로 세울 결심도 해보지만, 그게 어디 마음대로 되나. 잠이 쏟아지는데.

부모들도 초등 저학년이라면 “정말 있다니까” 하고 넘어가지만 한두 살 더 커 아이들이 어렴풋이 사실을 알 때쯤이면 그런 대답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걸 느끼게 된다. 이럴 때 해줄 수 있는 좋은 대답이 있다. 해마다 크리스마스면 회자되는 독자 투고 답신 내용이다. 거두절미하고 120년 전 미국 일간지 뉴욕선(New York Sun)에 실린 이 유명한 글의 내용을 소개한다.

편집자에게

저는 8살이에요. 제 친구들 중 몇몇이 산타클로스는 없대요. 아빠는 “선 신문에서 뭐라고 하면 그게 맞을 거야” 하고 말해요. 저에게 진실을 말해주세요. 산타클로스는 있나요?

버지니아 오핸론

버지니아야, 네 친구들 말은 틀렸어. 의심이 많은 세상이다 보니 걔들이 그런 회의주의의 영향을 받았구나. 그 아이들은 자기들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은 믿지 않는 거지. 그들은 자기들이 이해하지 못할 게 없다고 생각하는 거야. 버지니아야, 사람의 생각이라는 건 말이지, 그게 어른이건 어린이건 보잘것없는 거란다. 이 넓은 우주에서 사람은 개미 같은 작은 곤충에 지나지 않아. 그리고 사람이 안다는 것도 무한한 세상에 비하거나 모든 진리와 지식을 알 수 있는 지적 능력에 견줘보면 그렇고.

버지니아야, 산타클로스는 있단다. 산타는 이 세상에 사랑과 관용과 헌신이 있는 것만큼 확실히 존재한단다. 네가 알듯이 그런 것들은 우리 주위에 넘쳐 나고 네 생활에 아름다움과 즐거움을 선사하지 않니. 아! 만일 산타클로스가 없다면 세상은 얼마나 쓸쓸한 곳이겠니! 우리의 삶을 견딜만한 것으로 만들어주는 동심 어린 믿음도 시도, 로맨스도 없겠지. 그건 우리에게 느끼고 만지는 것 이외의 즐거움이 없어지는 거야. 어린 시절이 있어서 세상에 가득한 영원한 빛도 사라지는 거지.

산타클로스를 믿지 않다니! 그럼 넌 요정들도 믿지 않게 되는 거야. 넌 산타클로스를 확인하기 위해 아빠에게 사람을 시켜 모든 굴뚝을 지키라고 할 수도 있겠지. 하지만 네가 산타클로스가 굴뚝을 타고 내려오는 것을 보지 못하더라도 그게 무언가를 증명했다고 할 수 있을까? 아무도 산타클로스를 보지 못했지만 그게 산타클로스가 없다는 증거는 아니야. 세상에 정말로 존재하는 것들은 아이들도 어른도 볼 수 없는 것들이야. 너는 요정들이 풀밭에서 춤추는 걸 본적이 있니? 물론 없겠지. 하지만 그게 그들이 거기 없다는 증거가 될 순 없어. 보이지 않고 볼 수 없는 경이로운 모든 것들을 생각하거나 상상할 수 있는 사람은 없어.

너는 아기의 방울을 쪼개서 그 속에서 무엇이 소리를 내는지 볼 수 있어. 그러나 보이지 않는 세계는 세상에서 가장 힘 센 사람이나 지금까지 살았던 가장 센 사람들의 힘을 모두 모아도 벗겨낼 수 없는 베일로 덮여 있어. 오직 믿음과 환상과 시와 사랑과 로맨스가 그 커튼을 열어 젖힐 수 있고 그 너머에 있는 고귀한 아름다움과 영광을 보여주고 그려낼 수 있어. 그렇지 않니? 아, 버지니아야 이 세상에 이만한 사실도 또 영원한 것도 없어.

산타클로스가 없다니! 오 하나님! 그는 살아 있고 영원히 살아 있을 거야. 지금부터 수천 년이 지나도, 아니 버지니아야 지금부터 수십만 년이 지나도 그는 아이들의 마음을 계속 기쁘게 해주실 거야.

프랑스 우체국의 산타할아버지 비서실.
프랑스 우체국의 산타할아버지 비서실.

허무한 답변으로 여길 사람도 있겠지만, 어떤 사람에게는 산타가 존재한다고 충분히 믿을 만한 명답일 수도 있다.

어쨌든 전세계의 많은 어린이들은 이 답과 무관하게 여전히 산타가 있다고 믿고 있고 그에게 편지를 보낸다. 만국우편연합(UPU)은 올해 세계 각국의 우체국에서 접수한 산타에게 보내는 편지가 700만통 이상 될 것으로 전망했다. 캐나다 우체국은 자원자들이 산타 관련 우편물에 대해 30개 이상의 언어로 답장을 쓰고 있으며, 이들은 지난해에 전년보다 10% 이상 증가한 148만통 이상의 답장을 보냈고 올해도 증가세가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이다. 프랑스 우체국도 지난해 122만통의 편지를 접수했으며 올해 더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며, 미국과 브라질 우체국도 매년 평균 100만통 이상의 편지를 받고 있다.

스웨덴 우체국도 매년 전 세계에서 2만2,000통의 산타 관련 편지를 받고 있으며 이 중 상당수가 아시아에서 온 것이다. 편지는 장난감 같은 선물을 바라기보다는 산타의 건강과 안녕을 바라는 내용이 대부분이다.

UPU는 아울러 전세계 회원국들이 산타 신화가 계속될 수 있도록 맡은 바 임무를 다하고 있다면서 포르투갈 우체국은 약 2,000명의 불우 아동이 보낸 편지를 웹사이트에 올려 후원자가 어린이들이 희망하는 선물을 제공하면 우체국이 무료로 산타의 선물로 배달하도록 지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범수기자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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