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진당 해산 그 이후] 헌재 '통진당 해산 결정' 뒷이야기

재판관들 방에 간이침대 넣어 주며

박한철 소장 "연내 결정" 독려

소수의견 김이수 몇 번의 평의서

인용 쪽 재판관과 고성 오가며 격론

통합진보당에 대한 정당 해산 심판 청구 선고가 열린 지난 19일 서울 재동 헌법재판소에서 박한철 헌법재판소장이 판결문을 읽고 있다. 신상순기자 ssshin@hk.co.kr

19일 통합진보당의 해산 결정을 내린 헌법재판소 재판관들은 선고 이틀 전인 17일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인용-기각에 대한 표결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한철 헌재 소장은 재판관들의 방에 간이침대를 넣어주면서까지 연내 결정을 독려했다. 다수 재판관들이 일찌감치 해산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고는 하지만 선고 직전까지 이견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져, 결정문의 완결성이 떨어지는 이유가 선고를 서두른 탓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 재판관들 선고 이틀 전 최종 표결

헌재는 지난 17일 재판관들의 마지막 평의를 열었다고 한다. 재판관들은 인용팀과 기각팀으로 나뉜 헌재 연구관들의 보고서를 가지고 9월부터 집중적인 논의를 시작했다. 이후 수 차례 평의가 있었지만 재판관들은 명시적으로 인용과 기각에 대한 입장을 밝히지 않은 채 토론을 이어갔다. 헌재 관계자는 “미리 표결을 하면 결과가 새나갈 수 있어 마지막 평의까지 표결을 미룬 것 같다”고 했다. 헌재는 17일 재판관들의 표결 결과를 토대로 선고일(19일)을 정해서 기자단에 공지했다.

지난 10월 박한철 소장은 국회 법제사법위원들과의 오찬에서 “올해 안에 선고하겠다”며 사실상 선고일자 시한을 제시했다. 헌재는 “최대한 빨리 진행하겠다는 뜻이었다”고 진화를 했지만, 헌재 안팎에서는 이 때부터 연내 선고를 기정사실로 받아들였다. 박 소장은 이 즈음 재판관들 방에 간이침대를 사 넣어줬다고 한다. 재판관들에게 연내 결정을 독려한 것이라는 해석이다.

명시적인 표결은 안 했지만, 평의를 거치며 초기부터 8명 재판관이 해산 쪽으로 마음이 기울어졌다는 말도 나왔다고 한다. 최종 표결을 선고 직전에 했을 뿐, 통진당 해산 청구를 인용하는 쪽으로 논리를 모으고 있었다는 것이다. 헌재 사정에 정통한 한 법조계 인사는 “재판관들이 최종 표결 전부터 주심에게 쟁점에 대한 자신의 논리를 전하는 등 결정문을 돌려 보면서 첨삭과 보충을 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선고에 임박한 몇 번의 평의에서는 유일한 반대자 김이수 재판관과 다수의 인용 쪽 재판관들 사이에 고성이 오갈 정도로 격렬한 토론이 벌어지기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인복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이 22일 중앙선관위 전체위원회의에서 통합진보당 소속 광역·기초 비례대표 의원에 대한 퇴직을 의결하고 있다. 과천=뉴시스

● 빈약한 논리구조, 재판관들 이견 탓일까

주심인 이정미 재판관은 선고 전날 밤 늦게까지 헌재에 남아 최종 결정문을 만들기 위해 고심했고, 결국 선고가 내려지고 몇 시간 후에야 수 차례 수정을 거쳐 완성이 됐다고 한다.

하지만 이 같은 노력과 별개로 결정문의 완성도에 헌재 내부에서도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무엇보다 주요 쟁점에 대해 재판관들의 의견이 제대로 정리가 안 됐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대표적으로 이석기 전 의원 등 일부 당원들이 국가보안법이나 내란선동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은 것을 당 전체의 혐의로 연결시키기 위해 ‘주도 세력’이라는 용어를 사용한 것에 대해 이견이 만만치 않았다고 전해진다. 특히 지하혁명조직(RO)의 실체를 어느 선까지 인정할 것이냐를 두고 재판관들의 의견은 상당히 달랐던 것으로 알려졌다.

헌재는 결정문에서 내란 관련 회합이 있었다는 점을 인정하고, “이석기 의원의 내란 관련 사건으로 당의 주도세력이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전복한다는 입장은 현실로 확인됐다”고 했다. 하지만 RO가 실체적 조직인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판단을 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결정문이 공개된 후 RO에 대한 명확한 규정 없이 해산 결정을 내린 것이 논리의 비약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법원에서는 1심에서 RO가 내란모의를 위한 비밀조직이라는 실체를 인정했고, 항소심은 증거관계와 회합 녹취록을 엄격하게 따져 RO의 실체를 인정하지 않았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논리적 비약, 근거의 부족함 등 8명의 법률 전문가들이 한 뜻으로 썼다고는 믿을 수 없는 게 이번 결정문이었다”고 지적했다.

남상욱기자 thot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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