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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문 낭독되자 "헌법이 정치 살해했다" 절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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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문 낭독되자 "헌법이 정치 살해했다" 절규

입력
2014.12.19 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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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통합진보당에 대한 정당해산심판 청구 선고에서 박한철 헌재소장이 헌법재판소 해산 결정의 요지가 담긴 주문을 읽고 있다. 연합뉴스
19일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통합진보당에 대한 정당해산심판 청구 선고에서 박한철 헌재소장이 헌법재판소 해산 결정의 요지가 담긴 주문을 읽고 있다. 연합뉴스

"주문, 통합진보당을 해산한다. 소속 국회의원들은 의원직을 상실한다."

19일 오전 10시 36분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 대심판정. 박한철 헌재 소장이 주문을 낭독하자 반시간 가까이 팽팽하던 법정의 긴장이 절규와 함께 무너졌다. 방청석 곳곳에서 격렬한 항의의 목소리가 솟구쳤다. 이를 제지하는 법원직원들과 몸싸움도 오갔다. 민주사회를 위반 변호사모임의 권영국 변호사는 퇴정하는 재판관들을 향해 "오늘은 헌법이 정치와 민주주의를 살해한 날이다. (헌재 판결은) 역사의 심판을 받을 것"이라고 외치다 직원들에 이끌려 강제퇴정 당했다. 방청석에 있던 통진당 당원들도 "박근혜의 시녀들"이라며 재판관들을 향해 날선 비난을 퍼부었다. 재판관의 이름을 거론하며 "8대 1이 뭐냐, 대한민국 민주주의는 죽었다"고 소리치기도 했다. 이정희 통진당 대표와 김선수 변호사 등 통진당 대리인들은 한동안 우두커니 서 있었다가 소란 상태가 잠잠해지고 나서야 법정을 나섰다. 일부 변호사는 울음을 터뜨리기도 했다.

다른 쪽 방청석에서는 "국민이 이겼다. 헌법이 이겼다"며 환영하는 목소리가 터졌다. 이로 인해 통진당 당원들과 말다툼이 벌어지기도 했다. 정점식 고검장을 비롯한 정부 측 대리인들은 서둘러 옆 문을 통해 법정을 나가 미소를 띠며 악수를 나눴다.

앞서 10시 1분쯤 재판관들과 법정에 들어선 박 소장은 결정문 낭독에 전 논어 위정편의 구절 '사무사무불경(思無邪毋不敬)'을 언급하며 재판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사심이 없었음을 강조했다. 마이크를 통해 울리는 박 소장의 목소리 외에 취재진의 카메라 플래시와 타이핑 소리뿐 옷깃 스치는 소리조차 들리지 않았다. 박 소장이 정당 해산 및 의원직 박탈에 대한 인용 의견과 기각 의견을 차례로 읽어 나가는 가운데 양측 변호인들은 고개를 떨구거나 분주히 메모를 하는 등 초조한 모습을 보였다.

선고 후 이 대표는 법정을 나서며 다른 소송관계자들과 가볍게 인사를 나눈 후 무거운 표정으로 취재진 앞에서 입을 열었다. 이 대표는 " 박근혜 정권이 대한민국을 독재국가로 전락시켰다"며 "6월 민주항쟁의 산물인 헌재가 허구와 상상을 동원한 판결로 스스로 전체주의의 빗장을 열었다"고 비판했다. 이어 " 오늘 저는 패배했다. 역사의 후퇴를 막지 못한 죄, 저에게 책임을 물어 달라"면서도 "어떤 정권도 진보 정치를 막을 수 없고 그 누구도 진보정치를 포기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이 대표는 기자회견을 마친 후 이후 계획 등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지 않고 당직자들과 함께 차량으로 헌재를 빠져나가 규탄 집회에 참석했다.

이날 경찰은 1,500여명의 병력을 동원해 안국역에서 헌재까지 주요 거점을 지키는 한편 길목마다 통행인들을 대상으로 3번 이상의 검문을 실시했다. 대심판정 출입구 주변에도 30여명의 사복경찰을 배치했다.

조원일기자 callme11@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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