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靑 회유·정윤회 인사 개입설 등 의혹 여전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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靑 회유·정윤회 인사 개입설 등 의혹 여전한데…

입력
2014.12.19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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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찌라시' 靑 가이드라인 현실로… 검찰 "실체 없는 허탈한 사건"

"우리 역할은 의혹 해소 아니다" 검, 문체부 인사 개입 등엔 발뺌

연말 정국을 뒤흔든 ‘비선실세 정윤회씨의 국정개입 문건’ 사태의 끝이 보이고 있다. 검찰은 정윤회(59)씨가 청와대 인사를 좌지우지한다는 문건 내용뿐 아니라, 박지만(56) EG 회장에 대한 미행을 사주했다는 의혹도 사실무근이라고 결론지었다. 정씨는 완벽하게 ‘클리어’됐고, 검찰 수사를 앞두고 “문건은 찌라시 수준”이라고 했던 청와대의 ‘가이드라인’은 현실이 됐다. 사법처리 대상도 현재로선 문건 작성자인 박관천(48) 경정과 문건 유출에 관여한 한모(44) 경위 정도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 검찰 관계자는 “실체가 없는, 그야말로 허탈한 사건”이라고 했다.

하지만 이 정도로 이번 사건을 둘러싼 모든 의문점들이 말끔히 해소되긴 어려워 보인다. 검찰 수사로서는 지류에 해당하지만 일반 국민에겐 더 큰 관심사인 의혹들이 여전히 현재진행형이기 때문이다.

우선 주목되는 대목은 청와대의 한 경위 회유설이다. 청와대 내부 문건을 민간에 유출한 주범으로 지목됐던 서울경찰청 정보분실 소속 최모(45) 경위는 지난 13일 자살하면서 동료인 한 경위를 향해 “민정비서관실에서 너에게 그런 제의가 들어오면 당연히 흔들리는 것은 나도 마찬가지일 것”이라는 말을 유서에 남겼다. 11일 열린 구속 전 피의자심문에서 그는 “민정수석실 파견 경찰관이 지난 8일 한 경위를 찾아와 ‘문건을 복사해 최 경위한테 건넸다고 인정하면 불기소 처리를 해 주겠다’고 말했다고 한다”고 주장했다. 한 경위도 JTBC와의 인터뷰에서 같은 취지의 증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한 경위의 변호인들은 “본인한테 확인 결과 그런 취지의 인터뷰를 한 적이 없다고 한다. 현재 (최 경위 자살로) 정신착란 증세도 보이고 있다”고 부인했다.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도 “민정수석실 그 누구도 한 경위를 접촉한 사실이 없다”고 했다. 진실게임 양상으로 흐르고 있는 셈이다. 눈에 띄는 것은 한 경위 변호를 맡고 있는 황현대ㆍ최진석 변호사가 ‘채동욱 검찰총장 찍어내기’ 사건과 관련, 채 전 총장의 혼외자로 지목된 채모군의 개인정보 유출에 연루된 조오영(55) 전 청와대 행정관, 임모(54) 전 서초구청 과장의 변론을 각각 맡았다는 점이다.

청와대 인사가 검찰 수사 도중 피의자를 만나 회유를 시도했다면 매우 부적절한 수사개입으로 볼 수 있는데도, 검찰은 “한 경위의 자백은 물증에 의해서일 뿐, 외부의 압력과는 상관이 없다”며 팔짱만 끼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검찰 역할은 범죄 수사이지 의혹을 해결하는 게 아니다. 진정 등의 절차로 공식적인 문제제기가 되면 그 때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청와대가 세계일보 등의 보도에 대해선 즉각 고소 절차를 밟은 반면, JTBC에 대해선 특별한 대응을 하지 않고 있어 의혹은 더욱 더 확산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문화체육관광부 간부 좌천 인사 지시를 한 점도 정씨가 ‘그림자 권력’이라는 시선을 거두지 못하게 만들고 있다. 승마 선수인 정씨의 딸(18) 특혜설과 관련해 대한승마협회를 둘러싼 잡음이 있을 때, 청와대는 직접 문체부에 승마협회 감사를 지시했다. 게다가 박 대통령이 감사를 맡았던 문체부 담당 국ㆍ과장 2명의 이름을 불러주며 “나쁜 사람이라고 하더라”고 말했다는 유진룡 당시 문체부 장관의 인터뷰도 나왔다. 유 전 장관은 “정씨 입장에선 상대방만 처리해 달라고 요구한 것을 문체부가 안 들어주고 자신 쪽 사람까지 대상이 됐다고 해 괘씸한 담당자들의 처벌을 요구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청와대는 이렇다 할 해명을 내놓지 않고 있다.

일개 행정관에 불과했던 박 경정이 정씨에 대한 음해 의도가 다분히 담긴 허위 문건들을 작성하게 된 동기도 검찰이 앞으로 풀어야 할 숙제다. 만약 ‘단독 플레이’가 아니었다면 결국 이를 지시한 윗선이 있다는 말인데, 이 부분이 밝혀질 경우 사법처리 대상자가 늘어나는 것뿐 아니라 청와대 내부에서 벌어졌던 권력 암투가 낱낱이 드러날 수도 있어 검찰 수사결과가 주목되고 있다.

김정우기자 woo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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