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정당해산 심판

해산 판결 땐 종북 공세 거세질 듯, 기각 땐 정부·여당 치명상 불가피

헌재, 선고 일정 서둘러 잡아 "정윤회 파문 국면 전환용" 관측도

통합진보당 정당해산심판 선고 기일을 하루 앞둔 18일 이정희(맨앞 왼쪽) 대표와 당원들이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인근에서 해산 반대를 호소하는 108배를 올리고 있다. 홍인기기자 hongik@hk.co.kr

헌법재판소의 통합진보당 위헌정당 해산 심판이 하루 앞으로 다가온 18일 정치권이 초긴장 상태에 빠져들었다. 헌재가 어떤 결정을 내리든 정국 풍향계가 180도로 변할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해산 결정이 나면 심대한 타격이 불가피한 진보 진영이 가만 있지 않을 것이고, 해산 청구가 기각될 경우 마찬가지로 코너에 몰릴 보수 진영의 반발이 불가피한 가운데 연말 정국이 ‘통진당 블랙홀’ 속으로 빨려 들어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문건 파문도 통진당 해산 쓰나미에 묻힐 가능성

헌재가 어떤 결정을 내리든 상관없이 연말 정국을 강타하고 있는 ‘정윤회 문건’파문은 잠잠해질 가능성이 크다. 특히 검찰 수사가 막바지에 다다른 가운데 각종 의혹은 사실상 근거 없는 방향으로 가닥이 잡히고 문건 작성ㆍ유출 또한 박관천 경정의 단독 작품으로 결론 나는 분위기여서 문건 파동은 이미 파괴력을 상당히 상실한 상태다.

일각에서는 헌재가 최종 변론에서 한 달도 채 지나지 않아 서둘러 선고 일정을 잡은 것을 두고 여권이 문건 파동을 잠재우는 국면 전환용 카드로 헌재 선고를 꺼내 들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윤희웅 민 여론분석센터장은 “정당해산 문제는 사문화된 사형제도처럼 정부 입장에선 그저 꺼내놓는 것 자체가 부담스러운 이슈인데도 굳이 이 시점에서 들고 나온 것은 결국 정윤회 정국을 대체할 카드가 필요했기 때문 아니겠냐”고 말했다.

헌재 선고가 또다시 극심한 이념대결로 비화할 소재라는 점은 정치권의 고민이 아닐 수 없다. 최근 재미동포 신은미 씨 등의 ‘종북 콘서트’논란으로 이념갈등의 불씨가 뿌려진 가운데 헌재 선고는 보수와 진보 진영의 갈등을 심화시킬 수 있는 요인이기 때문이다. 문건 파문을 넘어 공무원연금 개혁과 경제입법에 올인하려던 여당이나 문건 파문의 연장 선에서 이른바 ‘사자방’국정조사 정국을 기대하던 야당 모두 방향타를 잃을 수도 있다.

1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로텐더홀 계단에서 이상규 통합진보당 원내 수석부대표를 비롯한 의원들과 관계자들이 '통합진보당 해산저지 의원단 농성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해산 여부 떠나 보혁 대립으로 정국 요동칠 수도

헌재 결정이 여야 정치권에 미치는 여파는 정반대다. 해산 판결이 난다면 여권으로서는 문건 파문의 수세적 국면을 탈피하고 국면전환의 계기를 잡게 되지만 청구가 기각되면 무리하게 정당 해산을 청구했던 정부ㆍ여당은 치명상을 입을 수도 있다. 반대로 야당 입장에서는 해산 결정으로 진보진영 전체가 위축될 수 있고, 기각되면 총공세의 주도권을 잡게 된다.

여권은 헌재 심판 기일과 대선 승리 2주년이 겹친다는 점을 주목하고 있다. 해산 결정이 난다면 여권으로서는 종북 세력뿐 아니라 진보진영 전체에 대한 반격을 가할 주도권을 잡게 될 뿐 아니라 해방 70주년인 내년의 국정 운영 동력도 확보하게 된다. 정치권 관계자는 “출범 이후 국정원 대선 개입 의혹, 세월호 참사 등으로 국정을 공세적으로 운영할 기회가 없었던 정부 입장에서는 최대의 호재를 만나는 셈”이라고 분석했다.

이 경우 야당 입장에서는 매우 곤혹스러운 처지에 빠질 수 있다. 특히 19대 총선에서 통진당과 야권연대를 통해 손을 잡았던 새정치민주연합은 스탠스를 잡기도 난감한 처지가 될 수 있다. 2016년 총선과 2017년 대선까지 지장을 받을 수 있으며 진보 진영 전체의 새 판짜기도 불가피해 진다.

하지만 해산 청구가 기각되면 헌재 심판을 밀어붙였던 법무부를 비롯한 여권은 설 자리를 잃게 된다. 야권은 대대적인 반격에 나설 기회를 잡게 되지만 이 경우에도 여야 내지는 진보 대 보수의 분명한 대치전선이 형성돼 정국은 한치 앞을 내다보기 힘들 정도의 혼돈 속으로 빠져들 수 있다.

강윤주기자 kkang@hk.co.kr

api_db 저작권자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정치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