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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무능 야당·무관심 유권자, 아베노믹스 불씨 살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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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무능 야당·무관심 유권자, 아베노믹스 불씨 살려

입력
2014.12.14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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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립여당, 3분의 2 의석 확실시 "자민당 외 대안 없다" 인식 팽배

투표율도 52.7% 전후 최저… 전후 체제 탈피 행보 빨라질 듯

14일 치러진 일본 중의원 선거에서 자민당과 연립 공명당이 전체 의석(475석)의 3분의 2 안팎(306~341석)을 차지할 것이 확실시되자, 아베 신조 총리가 밤 늦게 자민당 당사를 찾아 손을 흔들고 있다. 아베 총리의 뒤에 자민당 당선후보에게 빨간 장미꽃이 붙어 있는 개표 현황판이 보인다. 도쿄=AP 연합뉴스
14일 치러진 일본 중의원 선거에서 자민당과 연립 공명당이 전체 의석(475석)의 3분의 2 안팎(306~341석)을 차지할 것이 확실시되자, 아베 신조 총리가 밤 늦게 자민당 당사를 찾아 손을 흔들고 있다. 아베 총리의 뒤에 자민당 당선후보에게 빨간 장미꽃이 붙어 있는 개표 현황판이 보인다. 도쿄=AP 연합뉴스

14일 치러진 일본 중의원 선거(총선)에서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이끄는 자민당과 연립 공명당이 325석을 확보, 전체 의석(475석)의 3분의 2(317석)를 넘는 승리를 거뒀다. 아베 총리는 장기 집권 가능성이 높아짐에 따라 집단적 자위권 행사 용인에 따른 후속 입법은 물론, 헌법개정 추진 등 전후 체제 탈피를 위한 행보에 나설 가능성이 높아졌다. 성패 논란이 끊이지 않는 ‘아베노믹스’에도 탄력이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소선거구 295명, 전국 11개 광역선거구에서 비례대표 180명을 선출하는 이번 선거는 2012년 총선에 비해 의원 정족수가 5명 줄었음에도, 자민ㆍ공명 연립여당은 이전 의석수(324석)를 뛰어 넘었다.

TV아사히가 15일 오전 1시 30분 발표한 최종집계에 따르면 자민당 290석, 공명당 35석 등 연립여당이 325석을 획득했다. 보수 언론인 산케이(産經)신문이 선거전 자민당 단독으로 3분의 2 의석을 차지할 수도 있다는 예상과는 달리 2012년 총선에서 획득한 294석에는 미치지 못했다.

불과 2년 전 집권당이던 민주당은 기존 의석(62석)을 11석을 늘린 73석에 그쳤다. 가이에다 반리(海江田万里) 대표는 지역구에서는 물론 비례대표에서도 낙선, 충격을 더했다.

다만 평화헌법 수호, 원전재가동 반대 등 자민당의 정책에 정면 반기를 든 일본공산당은 8석이던 의석을 3배 가까이 늘린 21석을 차지, 향후 아베 정권에 대한 견제 역할이 기대된다.

이번 선거는 집권 만 2년인 아베 총리가 자신의 경제정책인 아베노믹스의 신임을 국민들에게 묻겠다며 중의원을 해산하면서 치러졌다. 양적완화, 재정지출 확대 등을 통해 경기를 회복시키겠다는 아베노믹스는 기대만큼 성과를 내지 못한데다, 올 4월 단행한 소비세 인상 여파로 소비심리가 위축해 2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다. 아베노믹스 실패가 아니냐는 여론이 높아지자 위기 대처 차원에서 총선카드를 꺼낸 것이다. 실제로 지난 달 11월 아베 총리의 국회 해산 선언 직후 아베 내각 지지율은 43.6%(교도통신)로 정권 출범 후 처음으로 지지 않는다는 응답(44.1%)보다 낮았다.

이 같은 분위기에도 불구하고 민주당을 비롯한 야당들이 만회하지 못하고 오히려 자민당에 이전 보다 더 많은 의석을 내주고 만 것은 야당의 지리멸렬과 정책 대안 부재, 유권자의 무관심 등이 맞물린 결과로 해석된다.

2012년 총선에서 자민당에 대패한 민주당은 이후 조직 추스르기에 실패, 178개 선거구에 겨우 후보를 내는 데 그쳤다. 총선에서 승리해 재집권을 노리는 것이 통상 제1야당의 모습이지만 민주당은 의석수를 늘리는 데 만족했다. 2년 전 총선에서 돌풍을 일으켰던 일본유신회는 당내 분열로 유신회와 차세대당으로 분당한 뒤 이전의 힘을 잃었다.

그나마 유신회는 비례대표를 통해 41석을 확보했으나, 이시하라 신타로(石原愼太郞) 전 도쿄도지사가 이끄는 차세대당은 2석을 얻는 데 그치고 이사하라 본인은 낙선, 사실상 당 운영이 어려워졌다.

2009년 자민당을 누르고 정권을 차지한 민주당 창당의 주역 오자와 이치로(小澤一郞)가 이끄는 생활당도 2패를 얻어, 이번 선거를 끝으로 사라질 가능성까지 나오고 있다.

이번 선거는 일찌감치 각종 여론조사에서 한결같이 집권 자민당 지지율이 민주당의 3배에 달했다. 정책의 옳고 그름을 떠나 자민당 이외 수권 정당의 대안이 없다는 인식이 일본 국민들 사이에 팽배한 상태다.

이 같은 대안 부재는 낮은 투표율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NHK가 이날 집계한 투표율은 52.7%로, 전후 가장 낮은 수준이 될 전망이다. 이날 일본 열도는 동해안을 중심으로 폭설이 내려 일부 지역에서는 당초 오후 8시인 투표 마감시간이 앞당겨져 투표율은 더욱 낮아졌다.

전문가들은 “예전에는 한 정당이 소선거구에서 승리가 예상되면 정당에 투표하는 비례대표는 다른 정당을 찍어 힘의 균형을 맞추려는 의식이 유권자들 사이에 있었다”며 “최근에는 이길 가능성이 높은 정당에 표를 몰아주는 성향이 강해진 것도 자민당 압승의 한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도쿄=한창만특파원 cm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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