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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재벌가의 자식 교육

입력
2014.12.14 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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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대 유통기업 월마트 회장인 롭 월턴의 사무실은 가로ㆍ세로 3m다. 큰 책상 하나 들어가면 사무실이 꽉 찬다. 방만 작은 게 아니라 창문도 없다. 월마트 창업주인 아버지 샘 월턴은 자녀들에게 가장 중요한 교훈을 남겼다. ‘남이 나를 대접하기를 원하는 대로 남에게 대접하라.’부자라는 특권의식을 가지지 말라는 것이다. 샘 월턴의 차남이자 세계 8번째 부자였던 존 월턴은 아들이 다니는 학교에서 “울타리가 필요하다”는 요청을 받았다. 학교에선 사람들을 시켜 멋진 울타리를 만들어줄 것이라고 기대했으나 월턴은 전동 드릴과 나사를 갖고 와 혼자서 목책을 꽂고 울타리를 설치했다.

▦ 스웨덴 최대의 재벌 가문인 발렌베리의 좌우명은 ‘존재하지만 드러나지 않는다’이다. 발렌베리 가문은 자녀들에게 특권보다는 의무에 대해 가르친다. 형이나 언니 옷을 물려받고, 여름에는 정원 잡초를 뽑고 갈퀴질을 해야 한다. 그 대가로 최소한의 용돈을 주는데 일부는 떼어서 저축에 넣는다. 미래의 경영자로 선택된 소수에게는 오랜 기간 철저한 교육을 시킨다. 부모 도움 없이 대학을 졸업해야 하며 스스로 능력을 증명해 보여야 한다. 해군 복무는 후계자의 필수코스다. 국가에 대한 헌신과 규율을 몸에 익히도록 하기 위해서다.

▦ 한진그룹 3세인 조현아 대한항공 전 부사장의‘땅콩 리턴’파문을 계기로 재벌가에서 자식 단속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고 한다. 2세들은 창업자들로부터 호된 교육을 받았으나 3세들은 ‘인성교육’보다는 ‘글로벌 마인드’를 중시하는 교육을 받았다. 해외 유명대학에서 경영학석사(MBA)를 받은 뒤 이른 나이에 중역을 맡는 게 관행적인 코스다. 일반 직원들과의 소통보다는 재벌 자녀끼리의 폐쇄적인, 그들만의 문화를 형성하고 있다.

▦ 철강왕 카네기는 “자녀에게 엄청난 재산을 물려주는 부모는 자녀의 재능과 에너지를 죽이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세계 최고의 부자 빌 게이츠와 워런 버핏은 자녀에게 많은 재산을 남기지 않겠다고 공언한다. 자녀에게 주어야 할 것은 재산이 아니라 자신만의 삶을 영유하는 독립심이라는 생각에서다. 우리 재벌도 기업을 개인의 구멍가게로 착각해 인성도 안되고 능력도 없는 자식에게 물려주는 모습은 사라져야 한다. 타인에 대한 배려나 공동체 의식이 없는 재벌가 3,4세는 기업과 사회의 위험요소다.

이충재 논설위원 cj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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