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각 책임제 국가인 일본에서는 중의원 다수 의석을 차지한 정당의 대표가 정치적 수장인 총리를 맡고 있다. 참의원과 함께 이원제를 택하고 있지만, 참의원은 형식적 의회에 가깝고 대다수 정치적 결정은 중의원에서 이뤄지는 시스템이다 보니 이런 제도가 정착됐다.

6년 임기인 참의원과는 달리 중의원의 임기는 4년이다. 제도적으로는 한국의 국회의원 임기와 같지만 일본 중의원 중에는 10선을 넘는 경력의 소유자도 적지 않고, 심지어 73살 나이에 14선 현역의원도 있다. 임기대로라면 17살 때부터 내리 56년간 의원을 지냈어야 한다는 이야기다.

일본 중의원에 다선 의원이 많은 이유는 일본 총리가 자신의 막강한 권한 중 하나인 중의원 해산 카드를 자주 꺼냈기 때문이다. 아베 신조 총리가 지난 달 중의원 해산을 선언함에 따라 1947년 현행 일본 헌법이 시행된 이후 중의원 해산은 25차례 이뤄졌다. 중의원 평균 임기는 2년8개월 남짓인 셈이다. 이중 정상적으로 임기 4년을 마치고 총선을 치른 차례는 1976년 12월 미키 다카 내각 때 한번뿐이다. 14일 치러지는 25번째 총선 역시 아베 총리가 중의원 해산을 선언한 데 따른 것이다.

중의원 해산에 따른 총선이 워낙 잦은데다,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처럼 임기 중 2번 해산을 선언하는 적도 있어 각 해산을 구분하기 위한 다양한 작명이 존재한다. 1948년 요시다 시게루 내각은 연합군사령부가 총리의 중의원 해산권을 인정하지 않자, 여야 의원이 총리를 불신임하는 형식으로 국회 해산을 했다. 여야의 담합에 의한 것이라고 하여 ‘야합(馴れ合い) 해산’이라는 명칭이 붙었다.

‘바카야로(바보자식)해산’이라는 이름도 있다. 1953년 요시다 총리가 중의원 예산위원회에서 사회당 의원의 질의에 나지막이 혼잣말로 ‘바보자식’이라고 말했다가 문제가 돼 국회해산사태까지 이어진 데서 붙여졌다. 나카소네 야스히로 내각은 86년 6월 국회 회기가 끝나고 폐회직후 갑작스레 임시국회를 소집 해산을 선포했다. 국회 해산 전까지 해산하지 않을 것처럼 위장했다가 갑자기 해산을 결정한 데서 ‘죽은 척 해산’이라는 별칭이 붙었다.

이밖에 고이즈미 내각의 우정개혁을 둘러싼 ‘우정해산’, 아소 다로 내각이 민주당에 정권을 내준 ‘정권선택 해산’ 등이 눈에 띈다. 저마다 해산의 시대적 배경을 가늠할 수 있는데다 해산 배경의 특징을 제대로 짚어낸 촌철살인의 작명이다.

아베 총리가 지난 달 19일 국회를 해산한 데 따른 다양한 작명도 진행 중이다. 아베 총리는 자신의 경제정책을 둘러싸고 국민 신임이라는 의미에서 ‘아베노믹스 해산’으로 불리기를 원한다.

야당과 언론이 이를 그대로 둘 리 만무하다. 아베 총리는 경제상황이 좋지 않아 내년 10월 예정인 소비세 추가 인상(8→10%) 결정을 1년 6개월 연기할 수 밖에 없다고 해산 배경을 설명했는데, 이를 아베노믹스와 연결시키는 것은 잘못이라는 것이다.

민주당을 비롯한 야당은 현 경제 상황 속에서 소비세 인상은 불가능하다는 입장에 동조하는 데도 아베 총리가 굳이 국회 해산 및 총선 카드를 꺼내든 것은 정권 연장을 위한 방편에 지나지 않는다며 ‘정권연장 해산’이라고 부르고 있다. 언론들은 여야당이 모두 반대하지 않는 소비세 인상 연기를 근거로, 총선을 치르는 것을 비꼬아 ‘명분 없는 해산’으로 칭하기도 한다.

작명이 어떻게 결론 날지는 두고 봐야겠지만, 일본 내에서는 불과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총선 열기를 그다지 느낄 수 없다. 총선에 대한 명분이 없는데다 선거 결과에 따라 일본 국정이 크게 변할 가능성도 거의 없다는 것이 이유다.

630억여엔의 막대한 예산이 드는 선거를 굳이 치러야 하는 지에 대한 논란도 적지 않다. 재정 건전성을 메우기 위한 세금 인상을 미루면서 세금을 쏟아 붓는 선거를 치르겠다는 이상한 정치권에 대한 불신감이 일본 사회에 팽배하다. 그래서인지 일부에서 주장하는 ‘예산낭비 해산’이라는 명칭이 가장 설득력이 있고 공감이 간다.

도쿄=한창만특파원 cm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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