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리과정 예산 근본적 개선책 요구

누리과정 예산이 정부 예산안 편성과 국회 심의 과정에서 정치적 거래 대상으로 활용돼 ‘고무줄 예산’의 전형을 보임에 따라 내년 예산 심의에서도 논란은 불가피하다. 정부는 세수 확보로 내후년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이 증액되기 때문에 시도교육청 예산에 여유가 생겨 논란을 피할 수 있다는 입장이지만, 전문가들은 세수 전망이 불확실한 만큼 근본적인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누리과정 예산 논란이 매년 반복되는 것은 무엇보다 재원 확보의 법적인 근거가 시행령 사항이라는 데 있다. 누리과정 예산 편성의 근거인 영유아보육법 시행령 23조 1항에 따르면 ‘무상교육 비용을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에 따른 보통교부금으로 부담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정부는 이를 근거로 시도교육청이 받는 교부금에서 누리과정 예산을 부담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교부금법상 교육기관에 지원하게 돼 있는 교부금을, 시행령 개정만으로 교육기관에 속하지 않는 어린이집 지원에 사용하는 것은 하위법령(시행령)이 상위법(교부금법)과 충돌하는 것이란 게 교육계 주장이다. 송기창 숙명여대 교육학과 교수는 “법률에서 규정한 재원의 용도를 하위법인 시행령에서 바꾼 것으로 위법적 요소가 다분하다”며 “교부금법 개정을 통해 어린이집을 지원대상으로 포함시켜 이에 대한 재원을 국가가 부담하도록 명시해야만 누리과정 예산을 둘러싼 갈등을 해소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누리과정 예산 편성의 근거를 법률로 마련해야만 매년 여야 간 협상에 의해 예산 규모가 좌우되지 않을 수 있다는 주장이다.

정부가 민감한 예산의 경우 정치권 재량 예산 몫으로 돌려 책임을 방기하는 것도 개선돼야 할 대목이다. 정부는 예산안을 편성해 국회에 넘길 때 여야의 요구를 감안해 3조원 가량을 재량예산으로 넘기고 여야는 이를 소속 의원 지역구 선심성 예산으로 나눠 갖는 게 관행이다. 기재부가 누리과정 예산의 필요성을 인식하면서도 정부 예산안에 한 푼도 반영하지 않은 것도 통상 3조원 가량으로 여겨지는 정치권의 재량 예산 관행에 기댔기 때문이란 분석이 적지 않다. 정치권 관계자는 “기재부가 법적인 근거가 명확치 않은 민감한 예산에 대해 정치적 흥정 대상에 올리고 여야가 이를 생색내기식 카드로 활용하는 경향이 짙다”고 말했다.

이는 국회의 예산심의 기능 자체가 부실한 데서 비롯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홍기용 인천대 세무회계학과 교수는 “무엇보다 국회의 예산 심의가 단기간에 이뤄지다 보니 정부 예산의 틀을 바꾸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김재훈 서울과학기술대 행정학과 교수는 “누리과정처럼 매년 지출해야 하는 정책을 도입할 때 재정지출의 급격한 증가를 막기 위해 페이고(pay as you goㆍ 수입지출균형예산제) 원칙 등을 도입해야 안정적인 재정 지원을 담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송은미기자 mys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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