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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 일'도 못 보는 공무원의 비애

입력
2014.11.28 1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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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동 분들은 사용을 자제하기 바랍니다.’

얼마 전 정부세종청사 3동 화장실에 이런 공고문이 붙었다고 합니다. 급한 볼일을 보는 것까지 영역 타령을 한 셈인데요. 특히 4동에 있는 기획재정부의 공무원들이 해당 글을 보고 발끈했다는 후문입니다. “화장실마다 해당 동에 근무하는 사람인지 확인하고 들여보내야 한다는 거냐” 는 거죠.

세종청사에서 이른바 ‘원정 화장(化粧)’은 흔한 일상입니다. 화장실 칸이 2, 3개에 불과해 출근 시간 직후와 화장실 청소가 진행되는 오전 10시 즈음엔 밀려드는 인파로 감당이 안될 지경입니다.

카톡으로 비어 있는 화장실 정보를 공유할 정도랍니다. 그러니 자연히 상대적으로 부처가 밀집하지 않았거나 동과 동을 연결하는 길목에 자리잡은 화장실이 명소(?)로 부각되기도 합니다. “볼일도 못 본다”는 푸념이 절로 나올만합니다.

사실 세종청사의 화장실은 변기당 4.4명으로 옛 과천 시절(8.3)명)보다 수만 따지면 두 배 정도 양호한 편입니다. 그러나 수직으로 연결된 이전 구조와 달리 수평으로 넓게 부처들이 배치되면서 화장실 접근 체감도는 훨씬 떨어진다는 게 공무원들의 지적입니다. 그 넓은 면적에 화장실을 배치하다 보니 화장실 숫자는 많지만 각 화장실이 보유한 변기가 적다는 문제점이 발생하게 됩니다.

관련 민원이 하도 많아 지난해 3억원 가까이 들여 변기 수를 47개(화장실 3곳) 더 늘렸지만 불편이 해소되지 않고 있다고 합니다. 최근에는 각 화장실마다 청소 시간까지 비슷해 공무원들의 말 못할 고충이 늘어가고 있습니다.

화장실 부족 사태는 청사 기본 설계가 잘못됐다는 근본적인 불만으로 이어지고 있는데요. “복도는 차가 다닐 정도로 넓은데 화장실은 두 사람이 마주 걷지 못할 정도로 좁다”는 현상 고찰, “다른 부처에 가는데 최소 5분, 길게는 10분 넘게 걸리는 물리적 시간 때문에 부처협업이 뒤로 갈 수밖에 없다”는 쓰디쓴 농담부터, “통일 이후 다시 청사를 옮기면 카지노로 쓰려고 일부러 지금처럼 설계했다”는 의미심장한 음모이론까지 등장하고 있습니다.

세종=고찬유기자 jutd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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