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연진의 달콤한 인생]

애플이 느닷없이 붉은색 아이폰6와 아이폰6 플러스, 아이패드 등을 내놓아 애플 애호가들의 시선을 끌고 있다. 엄밀히 말하면 제품 자체를 붉게 만든 것은 아니고 기존 제품에 덧씌울 수 있는 제품별 붉은색 케이스들을 내놓은 것이다.

애플이 갑자기 붉은색 케이스를 쏟아낸 것은 남다른 이유가 있다. 바로 에이즈 퇴치를 위해서다.

다음달 1일은 세계 에이즈 퇴치의 날이다. 1988년 영국 런던에서 열린 세계보건장관 회의에서 148개 참가국은 에이즈 예방을 위한 정보교환 등 공동 노력을 위해 런던 선언을 채택하며 매년 12월1일을 에이즈의 날로 선포했다.

이에 따라 세계 각국은 피와 온정의 상징인 붉은 리본을 부착하는 붉은 리본을 벌이는데, 애플이 독특하게 ‘레드’(RED) 마케팅으로 참가한다. 레드는 아일랜드 록그룹 U2의 가수 보노와 보비 슈라이버가 에이즈 퇴치를 위해 설립한 재단으로 2006년부터 레드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에이즈 퇴치를 위해 레드 마케팅에 참가한 기업들은 레드 브랜드를 붙인 상품과 서비스를 판매하면 수익의 최대 50%를 에이즈 퇴치 기금으로 기부한다.

애플은 창업주인 고 스티브 잡스 살아 생전 기부 활동을 일체 하지 않는 구두쇠 기업으로 악명을 떨쳤다. 그런 애플이 레드 마케팅에 참가한 것은 스티브 잡스와 보노의 남다른 인연 때문이다.

보느는 2004년 미국 뉴욕에서 자선 경매를 개최하며 스티브 잡스에게 특별한 부탁을 했다. 애플의 MP3 재생기인 ‘아이팟’을 워낙 좋아하는 보노답게 U2 특별 한정판을 만들어 달라는 부탁이었다. 보노는 아예 검은색 바탕에 원형 버튼을 붉은 색으로 만든 디자인까지 제안했다.

자신의 고집을 쉽게 바꾸지 않는 잡스는 흰색 일변도의 아이팟에서 벗어나는 디자인을 놓고 오래도록 고심했으나 결국 이를 받아들이기로 큰 결심을 했다. 그 결과 애플 역사상 유례없는 록밴드의 이름을 딴 특별 한정판이 탄생했다.

그때 맺어진 인연은 2년 후 보노가 시작한 레드 마케팅으로 연결됐고, 애플은 지금까지 8년간 레드 마케팅을 한 번도 거르지 않고 있다. 지금까지 레드 마케팅으로 모은 기금은 약 2억5,000만달러이며 이 가운데 애플이 내놓은 금액은 약 7,000만달러다.

애플의 레드 마케팅이 의미 있는 것은 애플 혼자만의 행사가 아니라는 점이다. 아이폰과 아이패드용 소프트웨어(앱)를 만드는 개발사들도 함께 참가한다. 즉, 애플 생태계를 총동원한 것이다.

이에 따라 앱 개발사들은 24일부터 다음달 7일까지 앱스토어의 레드 캠페인 코너에 별도의 앱을 소개한다. 이용자들이 이 앱을 구입하면 수익금 일부가 레드 재단에 에이즈 퇴치 기금으로 적립된다. 애플도 28일과 다음달 1일 이틀 간 한국을 포함한 전세계 애플 직영점이나 온라인 스토어에서 발생하는 매출의 일부를 레드 기금으로 내놓을 계획이다.

소위 에이즈 퇴치를 위한 레드 앱들은 내용이 독특하다. ‘앵그리 버드’의 경우 기부로 연결되는 새로운 게임 아이템을 선보였고, ‘클래시 오브 클랜’은 게임 속에서 레드 보석을 내놓는다. 이밖에 ‘컷더로프2’는 빨간 모자와 풍선, 과자 등 빨간 아이템을, ‘피파15’는 기부를 위한 특별 온라인 경기를 개최한다. ‘스타워즈2’는 레드 행성이 추가된다.

그만큼 애플의 레드 마케팅은 이제 독특한 마케팅 문화로 자리 잡았다. 특히 제품과 앱 개발사들이 모두 동참하는 기부 생태계를 만들었다는 점에서 남다른 의미가 있다.

최연진기자 wolfpack@hk.co.kr

세계 AIDS의 날을 맞은 1일(현지시간) 호주 시드니의 애플스토어에 붉은 색의 애플 로고가 부착되어 있다. 세계 AIDS의 날을 맞아 호주 시드니 본점을 시작으로 일본, 홍콩, 중국, 유럽 그리고 미국 등 세계 각지에서 월요일을 맞음과 동시에 애플 로고를 붉게 물들일 예정이다. 시드니=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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