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연금 개혁과 사자방 국조 ‘교환’

뒷거래든, 밀약이든, 매듭짓고 나가야

대한민국 장래 위해 지금이 유일한 기회

정치권에 설(說)이 나돌 때는 이유가 있다. 실상이 드러나기 앞서 자연스레 불거지는 ‘굴뚝의 연기’ 같은 게 일반적이다. 실체는 아직 없는데 그 방향으로 몰아가고자 설을 슬슬 흘리는 ‘바람잡기’ 경우도 있다. 상황이 자신들에게 원하지 않는 쪽으로 흐를 조짐이 있으면 지레 그것을 차단하기 위해 찔끔찔끔 터뜨리는 ‘폭로성’도 있다. 풍문이나 흑색선전(마타도어) 따위는 설이라고 할 수 없다.

여의도에 ‘빅딜설’이 돌고 있다. 새누리당이 원하는 공무원연금 개혁안의 연내처리, 새정치민주연합이 주장하는 사자방(4資防) 국정조사를 둘러싼 얘기다. 딜(deal)은 나누고 분배한다는 뜻으로 정치의 중요한 속성 중 하나다. 하지만 거래, 협정, 담합에서 부정거래, 뒷거래, 밀약의 의미로 사용되고 있어 부정적 이미지가 강하다. 그러니 빅딜(big deal)이라면 부정적 이미지가 더욱 클 수밖에 없다. 실제로 영어 ‘big deal’은 좋지 않은 거래를 비꼬는 속어로 사용되고 있다. ‘스몰딜(small deal)’이란 말은 없다.

정치권, 특히 여야 관계에서 빅딜설이 나오면 그래서 짐짓 손사래를 친다. 새누리당과 새정치연합이 공무원연금 개혁과 사자방 국정조사를 빅딜하려고 한다는 이야기다. 여야 모두 마치 부정한 뒷거래를 하려다 들키기라도 한 듯 “그런 논의는 없고, 있을 수도 없다”고 부인하고 있다. 여기에 내달 2일로 시한이 다가온 예산안 처리문제까지 빅딜의 대상으로 끼어드는 모양이다. 경제개혁입법까지 대상에 올려놓자는 얘기도 나온다.

공무원연금 개혁을 보자. 박근혜 대통령이 시한까지 정해주며 여당을 압박하고 있다. 새누리당도 일사불란하게 밀어붙이고 있다. 세세한 내용은 차치하고 올해 안에 개혁안을 마무리해야 한다는데 언론도 힘을 보태고 있다. 박 대통령과 새누리당이 강하게 밀어붙이는 일에 이 만큼 여론의 지지를 받고 있는 일도 없다. 그래서인지 야당은 시큰둥해하며 엉거주춤하는 모양새다. “사회적 합의를 모을 수 있는 협의기구가 필요하다”는 식의 원칙론을 들먹이고 있지만, 여권에서 하자는 대로 따라가지 않겠다는 마음이 커 보인다. 사회적 합의라는 게 이미 언제 얘기인데 지금 다시 협의기구를 만들자는 말인지 군색하다. 공무원과 야당이 같은 편이 된 듯한 모습도 어리둥절하다.

사자방 국정조사는 어떤가. 용어가 흥미를 끌게 해서 그렇지, 4대강사업과 해외자원개발, 방위사업에서 드러난 비리와 부조리는 지겨울 정도로 거론되고 있다. 이명박 정부가 교체되면서 바로 조사와 수사가 있어야 했을 사안들이다. 지금이라도 이슈로 불거졌으니 국정조사는 물론 그 이상의 것이라도 해야 한다. 사자방 문제를 그냥 덮어버리고 가자는데 동의할 국민은 거의 없다. 박근혜 정부도 다르지 않을 것이다. 다만 새누리당 내부에서 소위 친이계의 불만과 반대가 뒷목을 잡고 있다. 새누리당 지도부로서는 “좀 더 검토해봐야 한다”는 말밖에 할 말이 없다.

공무원연금과 사자방은 전혀 별개의 사안이지만 정치적 차원에선 비슷한 대목이 많다. 우선 둘 다 국민적 공감대가 충분히 이뤄져 있다. 또 양쪽 당의 공식입장에서 보면 상대의 주장이 불감청고소원(不敢請固所願)이기도 하다. 여는 여대로, 야는 야대로, 일부지만 상대의 주장을 수용하자는 목소리들이 내부에서 나오고 있다. 그런데도 “국민이 원하니 우리 제안을 받아들이라”는 주장만 거듭한다. 여기엔 ‘그러면 당신의 주장도 받을 수 있다’는 묵인이 깔려있어 보이지만, 담합이나 뒷거래를 한다는 자격지심에 빅딜에 선뜻 나서지 못하고 있다.

공무원연금 개혁과 사자방 국정조사는 박근혜 정부에서 반드시 해야 할 과제이고, 지금이 거의 유일한 기회다. 새정치연합이 여당의 연금개혁안에 적극적으로 동참하고, 새누리당이 야당의 사자방 국조에 협력해야 한다. 서로에게 필요한 일이고 국민과 국가의 입장에선 반드시 해결하고 넘어가야 할 사안이다. 그 과정이 정치적 뒷거래면 어떻고, 밀약이면 또 어떤가. 감정이 상했다가 악수를 하려면 먼저 내미는 손이 부끄러워지기 마련이다. 서로 눈치껏 사인을 하며 동시에 손을 내밀면 된다. 공무원연금 개혁과 사자방 국조 빅딜은 설로 끝낼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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