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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뱃값만 문제인가, 담뱃갑도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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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뱃값만 문제인가, 담뱃갑도 문제다

입력
2014.11.21 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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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강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서강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보건복지부는 지난 9월 금연종합대책을 발표했다. 대책 내용 중 가장 주목 받은 것은 담뱃값 인상이었다. 골자는 현재 2,500원 수준의 담배 한 갑 가격을 4,500원 정도로 올려 흡연율 감소를 도모하겠다는 것이다. 담뱃값 인상 배경과 효과에 대해서는 시각 차가 엄존한다. 여전히 43.7%에 이르는 성인 남성의 흡연율을 낮춰 궁극적으로 국민 건강을 증진한다는 목적은 가상하지만, 반대의견을 표명하는 주체들은 세수증대의 목적이 강한 서민증세라고 비판하고 있다. 최종적으로 어떤 결론이 날 지는 모르겠지만 담배가격 인상과 관련한 논란은 지속될 것이다.

이번 종합대책에서 담뱃값만큼 주목 받지는 못했지만 사실 흡연율 억제를 위한 중요사안이 한 가지 더 있다. 바로 담뱃갑에 대한 논의이다. 종합대책에는 향후 담뱃갑에 새겨질 경고그림의 의무화 내용이 포함돼 있다. 경고그림을 법제화하려는 시도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07년 이후 무려 11번이나 법안이 발의됐다. 보건복지부는 이번에는 반드시 관철시키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담배가격과 담배소송 등으로 국민의 관심이 어느 때보다 높아진 상황에서 흡연율 감소를 위해 이미 국내외 연구자들에 의해 효과가 입증된 경고그림을 담뱃갑에 부착시키겠다는 것이다.

담뱃갑 경고그림은 현재 세계 70여 국가에서 시행되고 있는 대표적인 금연대책이다. 2001년 최초로 경고그림을 법제화한 캐나다와 호주 등 서구 국가들은 물론 태국과 싱가포르를 비롯한 아시아 국가에서도 널리 사용되고 있다. 경고그림을 적극적으로 사용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다수의 연구에 의해 금연효과가 입증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유독 우리나라는 다양한 원인들에 의해 사용이 지지부진하다. 담배산업의 주체가 사기업이 아니라는 한계도 지적되고, 합법적인 상품을 소비하는 흡연자들의 권리도 걸림돌이 되고 있다.

경고문구도 문제다. ‘흡연은 폐암 등 각종 질병의 원인! 그래도 피우시겠습니까?’라는 문구가 새겨져 있는 우리나라 담뱃갑 경고문구는 상당히 점잖고, 에두르고, 평이한 것이 사실이다. ‘흡연은 죽음이다’ ‘흡연하면 일찍 죽는다’ ‘흡연은 성기능 장애를 일으킨다’ ‘흡연은 태아에게 위험하다’ 등 직접적이고 단정적인 경고문구를 사용하고 있는 외국의 경우와 대조적이다.

담뱃갑에서 경고문구와 경고그림을 새겨 넣을 수 있는 면적도 세계적 추세와는 거리가 멀다. 현재 우리나라는 담뱃갑 면적의 30%대를 유지하고 있지만 많은 국가에서는 50%까지 허용하고 있고 80%에 육박하는 나라도 있다. 솔직히 우리나라 담뱃갑은 금연을 위한 적극적인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마지못해 흡연의 위험성을 경고한 최소한의 명기로, ‘경고’라기 보다 ‘안내’ 수준이다. 좀처럼 줄지 않고 있는 흡연율을 낮추기 위해서는 가격인상이나 광고금지 등 단일 요소보다 구체적인 금연설득 요소들이 시너지를 일으켜야만 가시적인 효과를 거둘 수 있다. 담뱃갑을 통한 커뮤니케이션 활동은 다수의 연구에 의해 금연 효과가 검증됐다. 한국인들에게 가장 적합한 형태의 비주얼과 텍스트로 무장한 담뱃갑이 선보이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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