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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대래 공정거래위원장 '뜻밖의 사퇴'엔 숨은 사연이…

입력
2014.11.19 1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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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대래 공정거래위원장이 18일 박근혜 대통령이 발표한 장ㆍ차관 인사 명단에 ‘사퇴 대상자’로 이름을 올렸습니다. 이로써 노 위원장은 공정거래위원장으로 재임한 지 1년 7개월 만에, 공직에 입문한 지 24년 만에 공무원 신분에서 벗어나게 됐습니다.

이번 사퇴가 다소 뜻밖이라는 반응도 있습니다. 노 위원장이 2011년부터 2년간 방위사업청장을 지낸 경력과 최근 불거진 방산 비리를 연결해 사퇴의 배경을 추정하는 해석도 나옵니다. 하지만 야당 관계자들마저 “방위사업청장 재직 당시의 정책적 판단 실수나 도의적 책임이야 물을 수 있겠지만, 개인 비리나 부적절한 처신 등 책 잡힐 만한 사안은 없었다”고 말하는 걸로 봐서 방위사업청장 경력을 사퇴의 원인으로 연결하기는 무리가 있어 보입니다.

노대래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과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1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인사를 나누고 있다. 뉴시스
노대래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과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1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인사를 나누고 있다. 뉴시스

노 위원장의 사퇴는 일단 일신상 이유 때문으로 보입니다. 노 위원장은 그간 오랜 고위 공무원 생활의 고단함을 직간접적으로 토로했습니다. 고위 공무원은 권력은 있지만 막중한 책임이 뒤따르는데다, 사람들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어 운신의 폭 또한 좁다는 겁니다. 심지어 “개 짖는 소리마저 신경 쓰일 정도”라는 데요. 그는 사석에서 이런 일화를 밝히기도 했습니다.

하루는 노 위원장이 반려견을 데리고 자신이 사는 아파트 엘리베이터를 탔는데, 마침 함께 탄 이웃 주민을 향해 개가 마구 짖었답니다. 노 위원장이 곧바로 개가 짖지 못하도록 했고, 이웃 주민도 웃어 넘겼다고 합니다. 그런데 며칠 뒤 노 위원장은 ‘개도 고위 공직자인 주인을 닮아 기세 등등해 사람을 향해 막 짖는다’는 말이 아파트에서 돈다는 소식을 부인으로부터 전해 듣고 충격을 받았다고 합니다.

18일 정재찬 신임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의 기자 간담회 자리에서도 노 위원장은 대변인의 입을 통해 비슷한 심경을 밝혔습니다.

“지난 5년간 청장 두 번, 공정위원장 2년으로 심신이 피로하다. 외롭고 힘든 시간을 보냈다. 업무에 지장을 줄까 봐 내색은 안 했지만, 이전부터 사퇴를 생각하고 있었다. 국정감사 등 현안 업무 때문에 미뤄왔지만 국회 업무가 마무리되고, 연말인 현 시점이 (물러날 때로)적절하다고 봤다.” 지난달 국정감사를 받는 노 위원장의 목소리는 ‘몽환적’이라고 할 만큼 기운이 없었는데 이런 이유 때문이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경제 민주화를 전면에 내걸고 당선된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 이후 경제 활성화에 주로 방점을 찍는 바람에 노 위원장 휘하의 공정위가 ‘경제 검찰’역할을 기대만큼 못했다고 평가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반면 그가 별다른 잡음 없이 공정위를 무난히 이끌었다는 평가도 적지 않습니다.

4대강 자전거 길 종주를 증명하는 기념 스탬프를 지역별로 다 모을 정도로 자전거 광(狂)인 노 위원장은 앞으로 이런 공과에 얽매일 필요 없이, 사람들 눈 의식할 필요 없이 실컷 페달을 밟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덕분에 노 위원장 집 개도 마음 편히 짖을 수 있겠네요.

세종=이성택기자 highno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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